▲ 이성복 교수 |
앞니가 빠지게 되면 음식물을 앞니로 끊을 수 없다. 특히 국수를 먹기 힘들다. 말할 때 발음이 새는 등 발음장애도 생긴다. 심미장애, 즉 외모가 흉하게 변해서 대인관계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어금니가 빠지면 운동능력이 변화한다. 치아의 손상이나 치아우식증(충치)에 의해 어금니가 상실되면, 그 영향은 운동능력에까지 미치게 된다.
개나 쥐의 어금니를 삭제하여 씹을 수 없게 만든 다음 운동시키는 동물실험 결과 우선 어금니로 깨물 수 없게 된 개는 똑바로 걷지 못하였고, 쥐는 수영을 오래하지 못하는 등 운동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반대로 어금니가 없던 환자에게 의치(틀니)를 넣어주면 민첩성이나 평형기능이 향상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렇게 어금니가 정상적으로 있어 잘 깨물 수 있다는 의미는 단순히 식사를 잘할 수 있다는 차원을 뛰어넘어 신체의 운동능력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실제로 치아의 맞물림을 개선시키는 장치(교합장치)를 치아에 착용시키고 팔다리 근육의 힘을 측정해 보면, 장착 전에 비교하여 약 5~10% 증강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치아에 교합장치를 착용한 프로골프 선수나 프로야구 투수가 뜻하지 않게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와 치아건강과의 관계
이에 관련하여 운동선수들의 스포츠 활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정보들이 몇가지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양궁선수들에게 교합(치아의 맞물림)을 높이는 레진(플라스틱의 일종)제 교합장치를 이용하여 교합을 2~3㎜ 정도 높여주었더니, 평형감각 및 집중력이 높아져서 평균 적중률이 향상되었다.
▲ 카누 선수에게 5㎜ 교합을 높이는 장치를 구강에 착용시켰더니, 언제나 앞지를 수 없었던 경쟁자에게 10초 차이로 앞서서 승리하였다.
▲경륜선수 중 심한 부정교합을 소유한 선수에게 치료목적으로 교합장치를 장착시켜 교합이 개선되자, 순발력(비유산성 파워)과 근지구력(유산성 파워)이 증가하여 200m 지점에서의 기록이 10.8초에서 10.3초로 단축되었다.
사람의 집중력과 운동능력이 치아의 맞물림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휘트니스센터에서 벤치 프레스(누워서 역기를 들어 올리는 운동)를 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들어 올리는 횟수가 적을 때는 리드미컬하게 동작이 이루어지지만, 점차 힘들게 되면 속도가 줄어들고 막바지에 힘에 부치면 무의식 중에 얼굴 표정이 구겨지면서 턱의 위치가 바뀌게 된다. 입을 열고 있다거나, 아래턱이 전방으로 돌출되거나, 위 치아로 아래 입술을 깨문다거나, 이를 악물게 되는 등의 경우가 많은데 이중에서 이를 악물게 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실제 스포츠 현장에서 이를 꽉 깨물게 되는 장면을 찾아보면 운동 상황이 육체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인내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을 때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최대 근력발휘시 유발되는 이악물기 현상은 여러 운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이때 호흡 억제 현상도 함께 관찰된다.
따라서 운동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교합으로 이악물기를 할 수 있는 교합장치, 혹은 마우스가드가 아주 좋은 역할을 하게 되며, 이가 없는 사람에게 의치(틀니)나 임플란트는 구강 재활의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치료일 뿐 아니라 인체에 새로운 활력을 증가시키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치과병원 생체재료보철과 교수> /헬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