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지는 삼성재판... 모두가 숨죽여 지켜본다

2008-12-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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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삼성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날자가 2개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상고심 선고기일이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은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에따라 산업계 전반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가가 하루빨리 개인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경영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비상장회사를 통한 경영권 불법승계를 묵인하면 제2, 제3의 또다른 삼성이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옳고 그름을 정확히 가려야 한다는 지적들도 만만치 않다.

16일 대법원과 삼성에 따르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혐의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혐의, 그리고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된 이건희 전 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8명에 대한 상고심 선고기일이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당초 특검법상으로는 항소심 선고일(10월10일)이후 2개월 이내에 상고심 선고가 내려지게 돼 있어 대법원은 이달안에 이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12일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상고이유에 대한 보충의견서를 제출했고, 이 보충서는 15일에야 다시 피고인들에게 전달됐다.

이에따라 물리적으로 볼 때 올해 대법원의 마지막 선고일인 24일에는 이 사건의 선고가 내려지기는 어렵고,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관계자는 “삼성 사건은 이달 24일 열릴 선고 목록에 올라와 있지 않다”며 "통상적으로 볼 때 24일 선고하기 위해서는 지금쯤이면 선고날자가 정해져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정해지지 않을 걸 보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4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이 사건의 선고가 내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확정지어서 단정지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한 인사는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파기 안하면 이 전 회장의 유죄는 불가피하고, 반대로 이번 사건처럼 문제가 많은 상고를 기각시킨다면 그동안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했던 노력들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대법원도 고심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다른 재야 변호사는 “대법원은 고등법원보다 더 보수적인 집단이어서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없지않다”라며 기존의 판례를 깨고 삼성측에 우호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에 반해 재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까지 전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희 전 회장 같은 산업계 거목이 하루빨리 마음의 짐을 덜고 경제살리기에 앞장설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지금은 기업가들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경영에서는 오너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경영은 심리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한 데 총수 개인에게 보이지 않는 제약들이 있으면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 전 회장도 하루빨리 일이 잘 마무리돼서 앞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면 좋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한상의 관계자도 “지금처럼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이 유죄 만큼은 피했으면 하는 게 산업계의 솔직한 바람”이라며 “기업인들의 사기가 위축되지 않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특검팀으로부터 경영권 불법승계와 차명계좌를 이용한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회장은 1심에 이어 2심 항소심에서도 일부 조세포탈혐의만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10월10일 서울고법 형사1부(서기석 부장판사)는 이건희 전 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혐의에 대해 1심처럼 무죄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판결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는 똑 같은 사건으로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이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터라 이번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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