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공언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상임위 상정 시점이 임박하면서 여야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금주 중 보완대책 발표 즉시 상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연일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고, 민주당은 별도 특위 구성을 통한 재논의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며 일전불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7대 국회에서 상정했던 민주당이 지금 와서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이번 주중에 보완대책을 발표하는 즉시 FTA 비준안을 상정하라"고 지시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先)보완 후(後)비준이라는 야당 요구에 따라 했는데도 막는 것은 오로지 반미주의자일 뿐"이라며 "그런 반미주의자 책동에 놀아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간 여야 협의를 통한 상정을 강조해왔던 박 진 외통위원장도 금주 내 상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위원장은 "그간 간사협의를 통해 상정 문제를 논의했고, 공청회를 개최해 찬반의사를 전문가로부터 청취한데다 방미해 상황을 파악했다"며 "게다가 야당에 보완책을 요구해 선진당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비준안을 이번 주중 외통위에 상정한 뒤 공청회 개최와 자체 심사작업을 거쳐 23일 또는 29일께 본회의에 넘긴다는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박 위원장은 일찌감치 일방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일방상정은 약속파기"라고 강력 반발했다.
여야는 이날 외통위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상정 문제를 조율할 예정이지만 전 상임위 보이콧 방침에 따라 민주당이 불참의사를 보이고 있어 막바지 협의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경 입장을 견지하면서 `수(數)의 정치'를 통해 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상정 자체가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일방상정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이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선진당마저 일방상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외통위 선진당 간사인 박선영 의원은 "보완대책이 나오면 타당성을 검토해 미국상황을 보고 적기에 상정해야 한다"며 "이번 주 상정은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민주당의 반발 속에서도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할 수 있었던 데는 선진당이 우군이었다는 측면이 작용했던 만큼 선진당의 `주중 상정 반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