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행정부가 도산위기에 처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자동차 '빅3'에 대해 총 100억∼40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빅3에 대해 애초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파산보호신청 여부나 자금조달방식 등 복잡한 세부조건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지난 주말 내내 이들 자동차 업체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자금 규모를 추산하는 한편 재원 조달 방식이나 지원 조건 등의 세부 사항을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주 후반까지만 해도 정부 관리 중 일부는 이들 업체가 내년 초까지 재정적 어려움을 견뎌 나갈 수 있게 하려면 정부가 약 80억달러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난 14일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들 업체가 필요한 전체 자금 규모가 100억달러에서 300억달러 이상에 달할 수도 있다면서 (지원자금 규모의) 결정이 며칠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금융업계 지원을 위해 마련된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자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1차분인 3천500억달러중 용처가 결정되지 않은 것은 150억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나머지 2차분의 사용 승인을 요청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부시 행정부는 빅3에 대한 자금지원계획 뿐 아니라 주택압류사태를 막기 위한 자금 수요나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각 주 정부에 대한 지원 규모 등 다른 부문에 대한 지원계획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체에 대한 지원의 대가로 근로자나 딜러, 채권자들로부터 어떤 양보를 어떻게 얻어낼 것인지도 부시 행정부의 숙제로 남는다.
자금지원 후 회생과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이들 이해관계인의 일정부분 희생과 양보가 필수적이지만 이들이 쉽사리 동의할 것으로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합의파산'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들 업체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 신인도가 급락해 소비자들이 차를 사려 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결국 청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해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합의파산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합의파산은 직원과 채권자, 대출기관 등과 협의를 거쳐 이뤄지며 파산기간이 2년 이상인 일반 파산보다 훨씬 짧은 2개월에 불과하다.
또 이들 업체가 요구하는 자금을 수요와 기간에 따라 2∼3차례에 걸친 단기자금으로 나눠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