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이어 개성관광마저 내달 1일부터 중단됨에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24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북측이 다음달 1일부터 개성관광을 전면 통제하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해 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故정몽헌 회장에서부터 이어오던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현정은 회장 대에서 위기에 직면했다.
김동선 현대그룹 과장은 “개성관광 사업은 현대아산에서 맡고 있지만 다분히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그룹차원에서는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남북관계가 나빠진 상황에선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우리도 최대한 협조와 설득으로 사업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금강산 관광은 피살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중단한 것이라고 한다면 개성관광은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북측의 중단조치”라며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언제라도 사업재개만 이뤄진다면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관광은 지난해 12월 5일 관광이 시작된 이후 10개월만인 지난달 15일 개성관광객 10만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370명, 월평균 1만명을 기록했으며 외국인도 2600여명이 방문했다.
현대아산은 올해초 금강산관광과 함께 개성관광 사업으로 올해 200억∼300억원의 흑자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뜻밖의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만 11월 현재 800여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대신 국내 건설 부문이 9월 이후 수주가 8건으로 700여 억원에 달해 손실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측은 금강산 관광사태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직원들 가운데 20%씩 재택 순환 근무를 하게 했고, 임원급은 20% 감봉을 실시하는 한편 간부급 연말 상여금 지급 보류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실개천처럼 이어오던 개성관광까지 중단되면 현대아산의 피해가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 대북사업에 중대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역의 남한 당국관련 기관과 기업들의 상주 인원 및 차량들을 선별 추방하고 그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을 차단할 것"이라고 통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단장은 또 봉동-문산사이로 오고가던 우리측의 열차 운행을 불허하고 그동안 개방했던 군사분계선을 다시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북측 단장은 "참관, 경제협력 사업 등의 명목으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 드나드는 모든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통행도 엄격히 제한할 것"이며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통행, 통관질서와 규율을 보다 엄격히 세우며 위반자들에 대한 강한 제재조치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그룹 '대북사업의 역사'=현대그룹은 대북 사업의 상징적 존재다. 지난 1998년 크루즈선을 통한 금강산 관광이 성사됨에 따라 독자적 운영을 위해 1999년 설립된 현대그룹 산하 현대아산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에 맞게 대북 관광에 주력하는 민간기업이다.
현대아산은 2000년 8월 금강산.개성 특구 지정 및 인프라 사업권을 북측과 합의하며 북측과 사업 파트너로 성장했으며 2002년 9월에는 경의선.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착공하기도 했다.
2002년 11월에 금강산, 개성 특구법이 채택되면서 현대아산은 이들 지역에서 관광 및 공단 조성 사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2003년 6월에 개성공업지구 착공, 2003년 8월 금강산 육로관광이 개시됐다.
2003년 10월에는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이 완공되면서 남북간 화해 협력에 기여했으며 2004년 6월 개성공업지구 시범단지 준공, 2005년 6월 금강산 관광객 100만명 돌파, 2005년 8월 개성관광 시범관광에 이어 2007년 12월 본관광 실시로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지난해 현정은 회장은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으로부터 백두산 직항로 관광에 내금강 비로봉 관광이라는 선물까지 받아 올해 대북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낙관했었다.
◇ '고난의 연속, 대북사업 접나'=현대그룹은 지난 7월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에서 북측 초병에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자 남북 관계만 좋아지면 금방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기대는 남북당국간 관계가 악화되면서 금강산 관광 중단이 4개월째 접어들었으며 그나마 대북 관광의 맥을 이어오던 개성 관광마저 내달 1일부터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한 개성공단 부지 조성도 1단계에 이어 2단계에 접어들어야 하지만 1단계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북측의 압박으로 위축되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현대아산의 사업도 어렵게 됐다.
현정은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 한명이 북측 관광지를 찾더라도 대북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인데다 대북사업이라는 사명감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금강산과 개성관광 중단이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적자 누적으로 현대아산의 경영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어 현정은 회장 입장에서는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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