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최대 낙폭, 환율 11년래 최대 폭등
미국의 경기침체가 전세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주가는 사상 최대 낙폭으로 추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1년만에 최대 폭등세를 연출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126.50포인트(9.44%) 하락한 1213.78로 마감했다. 전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실물 경제지표들의 부진으로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며 유럽과 뉴욕증시가 6~9% 급락한 탓으로 분석된다.
코스닥지수도 35.85포인트(9.19%) 떨어진 354.43으로 거래를 마쳐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주가가 폭락하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정부 당국의 개입성 매물이 유입됐음에도 전날보다 달러당 133.5원이나 오른 1373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환율은 이틀간 165원 치솟으면서 4거래일만에 1300원대로 복귀했으며 전날 대비 상승폭은 지난 1997년 12월 31일 145.00원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세계 경기침체의 공포로 8500선으로 주저앉은 데 이어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하면서 원화 투매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내 7대 금융기관을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역외세력을 중심으로 일방적인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수출 대기업 매물은 많지 않았다"며 "주가 폭락이 심리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세계적 신용경색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1100원과 1500원 사이를 오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2300억달러대의 외환보유액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적절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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