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중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은행들이 고금리 예금 상품을 쏟아내는 등 금리 인하의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통화 당국이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은 커녕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최소한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만큼 서둘러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전일 대비 0.02%포인트 오른 6.08%를 기록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CD금리는 지난 9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5.96%에서 6.08%로 0.12%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AA-등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도 7.75%에서 8.06%로 0.31%포인트나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중 금리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대출금리 하락을 기대했던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준 신한은행의 변동형 주택대출 금리는 연 6.83~8.13%, 우리은행은 6.93~8.23%, 하나은행은 7.16∼8.46% 수준으로 최고 금리가 일찌감치 8%를 넘어선 상황이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국고채 금리는 소폭 낮아졌지만 은행채와 회사채 금리가 크게 올라 금리 간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통화 정책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이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유동성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다보니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까지 수신 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금융기관도 수신 금리를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까지 정기예금 금리를 6개월제의 경우 연 7.19%, 3개월제는 6.56%로 인상하기로 했다. SC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7.20%와 7.10%에 달한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8%를 넘어섰다. 삼성저축은행은 지난 14일부터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연 7.7%로 0.5%포인트 올렸고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최고 8.07%까지 받을 수 있다. 신라·제일·솔로몬·HK 등 대형 저축은행들도 1년제 정기예금의 경우 7% 후반대, 인터넷 가입시 8%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해외로부터의 자금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간 유동성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시중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해지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은 물론 실물경기 둔화세 저지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5일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이번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계기로 금리 정책의 방향이 바뀌었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의 경기 하강 국면을 금리 정책을 통해 풀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세계 각국이 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으며 국내 중소기업과 가계부채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 실물경기 위축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적극적이고 신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을 웃돌고 있어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가량을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최대 인하폭은 1%에 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