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로 폭등한 가운데 연말까지 1500원대 이내에서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이 230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은 연출되지 않겠지만 외화 유동성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133.50원 폭등한 1373.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2월 이후 10년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잠시 안정세를 되찾는 듯 보였던 환율이 다시 요동친 것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전날 미국 다우지수는 8500선까지 주저앉으며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매집세를 강화시켰다. 지난달 국내 취업자 증가수가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11만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국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전문가들은 외화 유동성 부족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한 환율은 급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국내 7개 금융기관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해외 금융기관의 자금 회수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30일 이후 2조8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고 있는 것도 달러 수요 우위를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 축소를 우려해 적극적인 매도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해외 자금 차입이 어려워진 가운데 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채 관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다시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 연구위원은 연말까지 환율이 1100~1500원 사이에서 급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이 단기적으로 과열돼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도 있지만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외환보유액이 지난 9월 말 현재 2397억달러에 달하는 등 외환위기 당시보다 월등히 많고 기업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상당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달러 유출이 계속돼 환율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고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보다는 물가 상승과 내수 위축 가능성이 더 높다"며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실물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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