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를 기록하고도 현금 유동성이 고갈된 기업이 급증하고 있어 투자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상장 제조업체 가운데 올 상반기 장부상 이익인 '영업이익'은 플러스(+)를 기록하고도 현금 이익인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떨어진 기업 비중이 35.1%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1997년의 23.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 비중은 지난 2005년 13.1%, 2006년 12.3%, 2007년 16.9% 등으로 최근 수년간 10%대를 유지해왔다.
이와 함께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매출액으로 나눈 영업현금흐름비율은 5.8%로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영업이익률 8.0%보다 2.2%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업현금흐름비율이 영업이익률을 밑돈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감가상각비나 무형자산상각비 등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을 가산해주기 때문에 '영업이익'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로 제품 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유동성 부족까지 겹치면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불안이 지속되고 신용경색 우려가 커질 경우 금융기관의 자금 운용이 보수화되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며 "극단적인 경우 장부상 이익은 발생하고 있지만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도산하는 흑자 도산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더욱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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