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은 소비와 투자가 부진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소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는 적지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그동안 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마저도 해외경제의 불안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수부진은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장기적인 시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0.8%로 1분기와 같았다. 이 성장률은 작년의 1분기 1.0%, 2분기 1.7%, 3분기 1.5%, 4분기 1.6% 등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성장률이 안 좋은 것은 내수에 해당되는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2분기의 민간소비는 전기보다 0.2% 줄었다. 소비가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2004년 2분기(-0.1%) 이후 처음이다.
설비투자도 전기대비 0.9% 늘어나는데 그쳤다. 1분기 증가율이 -0.4%여서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는데도 전기비 증가율이 이 정도에 머물렀다는 것은 투자부진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건설투자도 1분기 -1.4%에 이어 2분기에도 -1.0%을 나타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건설투자는 작년에도 좋지 않았다. 증감률은 작년 1분기 -0.3%, 2분기 -1.2%, 3분기 0.2%, 4분기 1.2% 등으로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
◇ 내수위축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심리적 불안감도 소비위축의 요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경제주체들은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늘려 미래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도 소비를 누르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대출은 660조3천60억 원으로 3월 말에 비해 19조8천336억 원(3.1%) 증가했다. 가구당 부채는 3천960만원 정도로 사상 최대 규모다.
물가가 오르고 고용이 정체된 것도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투자 위축은 국내외 경기상황 전망이 불투명한데 따른 것이다.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자금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신흥국들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투자를 하라고 해도 기업들은 국내에서 투자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구조적 문제..장기 해결책 찾아야"
전문가들은 민간소비가 극심한 부진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복합적 으로 작용한 것으로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소비 부진에는 고용, 노후, 자녀교육, 주거 등 4대 부문에서의 근본적인 불안심리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은 불안 요인들이 소비심리를 강하게 짓누르는 상황인 만큼 근본적으로는 일자리창출을 통해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소득증가율이 정체돼 소비가 늘지 않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무엇보다 고용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업 부문에서 경쟁력이 개선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 연구위원은 "시장 원리에 맞게 서비스업의 구조조정을 꾸준히 진행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가계당 4천만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는 것도 가계의 소비여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