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가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 못지 않게 경기 둔화세도 국내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를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또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을 초래해 서민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기준금리 인상 왜? =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최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9% 급등했다. 이는 지난 1998년 11월 6.8%를 기록한 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더욱 큰 문제는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에서 12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도 인상될 예정이어서 소비자물가는 6%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물가 상승은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겨 임금인상을 초래하고 이에 따라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이번 금통위가 사실상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외 경기 상황이 악화될 수 있어 금리 인상에 나서기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 경기둔화 부채질 우려도 =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침체 국면에 들어선 국내 경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8%로 한은의 전망치인 5.0%보다 낮았다. 전기 대비 성장률도 한은은 1.0%로 예측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0.8%에 그쳤다.
민간소비도 지난해 4분기보다 0.1% 줄어드는 등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해 경기 둔화세가 심화될 수 있다.
7월말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395조3890억원, 가계 대출 잔액은 379조2306억원에 이른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금리도 인상될 수 밖에 없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연내 추가 인상 어려울 듯 =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8월과 9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금리가 더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단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추가 금리 인상이 없다고 판단해버리면 이번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며 "다만 국제 원자재가격과 유가 상황이 아직 어렵고 국내 경기도 둔화세가 완연해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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