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7일 기준금리를 0.25% 전격 인상했다. 경기침체의 우려 속에서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한 이른바 ‘선 물가잡기’를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차단 및 서민생활 안정화에 우선 집중하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약 1년 만에 5%에서 5.25%로 상승하게 됐으나 이를 두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의 시각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금통위의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국제유가 상승분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이 자리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5.9%나 오른 것은 물론 국제유가는 꾸준한 고공행진 속에 최근엔 ‘널뛰기 장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수시장불안감이 날로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인상에 따른 시중유동성자금 경색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점은 골칫거리다.
이와 관련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인상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정책의 방향성은 경기하강과 물가상승 위험이 앞으로 어느 쪽이 증폭되고 완화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지금 힘들더라도 물가상승률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기대인플레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뒤 “정책이란 것은 한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이번 금리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기대심리 차단과 물가 하락 등이 시장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기업의 투자자금이 얼어붙고, 결국 자금유동성 압박 앞에 시장전체가 급속 냉각될 수 있다는 개연성에 무게가 실려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고위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업의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상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예상치 못한 기준금리 1% 인상은 설비투자를 3~5개월 후 최대 2.6%p 감소시키며, 건설투자는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약 2%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기업투자 경색이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경계한 것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 가계부담 증가, 부동산경기 경착륙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역시 “현재의 물가 상승은 유가 등 비용 측면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금리로 물가를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경기가 급랭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경제에 나쁜 영향만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은 내부 분석 자료를 인용한 복수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준금리 0.25% 인상 뒤 첫 분기 소비는 0.35%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국제 유가의 흐름을 봤을 때 물가는 3/4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큰 반면 경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 금리를 올린 한은의 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금통위의 이번 조치에 대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은 종합적인 요소를 판단해 내린 것으로 최대한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금통위의 결정에 당황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