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컨테이너 시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해운업계의 트렌드 중 하나인 ‘선박 대형화’에 대한 문제점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시황이 호황일 때는 유가 및 물류비 절감 등의 장점이 있지만, 불황기에는 선복 대체투입·감축 등 시장상황에 맞춘 리스크관리가 어려워 오히려 골치라는 것.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선박 대형화’ 추세에 무조건적으로 따라 가기보다는 향후 시황변화에 대비, 리스크관리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당초 계획은 니키측이 STX조선에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 이를 에버그린이 장기용선하는 방식이었지만 에버그린과 니키 간 협상이 실패하면서 백지화된 것이다.
특히 선박을 용선할 예정이었던 에버그린 측이 향후 시황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고려해, 1만TEU급 이상의 대형 선박을 용선하는 것에 대해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에버그린의 장룽파(張榮發) 회장은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최대선형으로 8천TEU급을 선호한다는 것이 업계에 알려진 정설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버그린이 1만2000TEU급 대형 컨테이너 선박 보다는 시장 상황에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좀 더 작은 사이즈의 컨테이너선을 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컨테이너 운임이 하락하고 물동량이 둔화되는 등 향후 해운전망이 좋지 않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의 ‘선박 대형화’ 추세는 몇 년 전부터 머스크라인, MSC, CMA CGM 등 글로벌 대형선사들이 1만TEU급 이상의 대형 선박을 잇달아 발주하는 등 ‘몸집키우기’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급증하는 물동량을 선점,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앞 다퉈 대형선박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이같은 추세에 동참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지난 2006년 삼성중공업에 1만TEU급 5척을 발주, 오는 2010년부터 기간항로에 월별 투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1만TEU급 이상 초대형선이 유류비 절감 등 ´규모의 경제´ 효과는 있지만 워낙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불황시 리스크 관리가 어렵고, 항로 재배치 등 선대운용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선복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효율적인 선대운영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불황기에는 오히려 기존 VLCS급인 8천TEU급 선박이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