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랠리가 재개되는 것일까. 최근 2년 동안 지속된 약달러 기조가 주춤하고 있다. 달러가 유로와 엔 등 주요 통화 대비 강세로 전환한 가운데 달러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전세계에 신용위기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자본시장이 출렁였지만 유럽과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면서 달러에 대한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540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0.3% 하락한 것으로 지난 6월 중순 이후 최고치다.
<사진설명: 달러가 대대적인 반등에 나서면서 달러 강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 |
유로/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가 상승한 것이며 반대로 달러/엔 환율이 상승하면 엔이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럽경제에 대한 성장 우려가 확산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동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일본경제 역시 정부가 공식적으로 경기악화를 인정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 달러 강세를 이끄는 배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마이클 메트칼프 거시 투자전략 부문 책임자는 "ECB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며 이는 유로의 약세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유로의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트칼프 책임자는 "연말 유로/달러 환율이 1.45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은 특히 엔화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전일 엔화 가치는 한국 원화에 대해서도 1.5% 이상 하락한 것은 물론 스웨덴 크로나를 비롯한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내각부의 수기하라 시게루 경제통계 부문 책임자는 "일본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5%다.
일본 금리는 2%를 나타내고 있는 미국의 4분의1 수준에 머무는 것은 물론 노르웨이(5.75%), 스웨덴(4.5%), 한국(5.0%)에 비해 큰 폭 낮은 것이다. 유럽의 기준금리는 4.25%다.
최근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
ING파이낸셜마켓의 존 맥카시 외환 부문 이사는 "일본 투자자들은 더 나은 수익률을 좇고 있다"면서 "유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면서 상대적으로 엔화 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의 케빈 에젤리 애널리스트는 "달러/엔 환율이 저항선인 108.60엔 밑으로 하락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서 "차기 저항선은 109.95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던 유가가 최고가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는 사실도 달러 강세 요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물 가격은 배럴당 59센트 하락한 118.58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117.11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유가의 조정이 이어질 경우 달러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유로/달러 환율과 유가의 상관관계는 0.9%에 달한다. 이는 유가가 하락할 경우 유로/달러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라는 의미다.
달러의 강세는 거의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달러는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서도 강세를 지속했으며 호주 달러는 물론 캐나다 달러 대비 상승세를 연출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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