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과는 달리 국내 외국계 은행들은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은행에 유사한 상품 출시를 권유하는 등 중국 관련 상품의 판촉 활동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시중은행에 뒤쳐진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해외 본사 차원의 지시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HSBC은행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주가연동예금(ELD)과 주가연계펀드(ELF) 등을 집중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중국 주가지수에 연동돼 수익률이 결정되는 '더불어 정기예금 중국 주가연동 1호'를 다음달 4일까지 한시 판매하고 있으며 HSBC은행도 27일까지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의 주가지수에 연계된 장외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나우(NOW) 러브중 펀드'를 모집 중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PCA 친디아 스텝다운'과 'PCA 차이나 브라질 스텝다운' 등 2종의 ELF 상품을 판매해 이미 운용 중이다.
특히 두 상품은 판매 당시 한국씨티은행이 스텝다운 상품은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최고 연 20% 내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한 것과 달리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26일 현재 'PCA 친디아'와 'PCA 차이나브라질'의 수익률은 각각 -6.1%와 -4.6%를 기록 중이며 연간 수익률은 -74.8%와 -43.2%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한 외국계 은행에서 상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현재 어렵다라도 1년쯤 지나면 중국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중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ELD 및 ELF 상품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 증시가 최대폭으로 하락한 지난 3~4월 이후에는 관련 상품을 전혀 출시하지 않았다.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올 들어 중국 관련 투자상품은 한 건도 출시하지 않았다"며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중국 관련 상품을 개발하라는 구두 권유를 받은 적도 있지만 당분간 출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은행들이 중국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으로 실적 부진에 따른 부담감을 꼽았다.
올 1분기 국민은행은 펀드 판매로 980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펀드 판매 수수료도 각각 688억원과 980억원에 달했다.
반면 한국씨티은행은 주요 시중은행의 4분의 1 수준인 150억원 내외의 펀드 판매 수수료를 기록했다.
국내 외국계 은행의 경우 해외 본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최근 중국 관련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본사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해외 각 지사 별로 상품 교환이 이뤄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다른 지사에서 잘 팔리는 것이 왜 한국 지사에서는 인기가 없냐는 식으로 본사 차원의 문책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