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고 내수가 위축되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경기도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11년 만에 소비자심리지수가 최대폭으로 하락한 데 이어 하반기 경제성장률도 상반기보다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분기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에 따르면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86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0년 4분기 86을 기록한 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지수 하락폭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3분기 101에서 4분기 77로 24포인트 급락한 이후 가장 최대폭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3분기 112를 기록한 후 4분기 106, 올해 1분기 105, 2분기 86으로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지수가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 경기 상황이 악화됐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2분기 생활형편 CSI는 전분기의 81에서 67로 낮아졌으며 생활형편전망 CSI는 93에서 72로 떨어졌다.
현재경기판단 CSI는 66에서 40으로 하락했고 향후경기전망 CSI는 96에서 무려 44포인트 급락한 52를 기록했다.
현재는 물론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는 뜻이다.
반면 물가수준전망 CSI와 금리수준전망 CSI는 각각 전분기 대비 11포인트와 10포인트 상승한 159와 117을 기록해 앞으로 물가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았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상승과 고용부진 등으로 현재 뿐 아니라 미래의 경기 상황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상반기 전망치(5.5%)보다 1.7%포인트 하락한 3.8%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LG경제연구원도 각각 1.4%포인트와 1.3%포인트 낮아진 3.8%와 4.0%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더욱 우울하다. IMF는 올 하반기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예상했다. 상반기 전망치인 5.2%보다 무려 2.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IMF가 제시한 하락폭은 지난 2003년 상반기 카드대란이 발생하면서 성장률이 4.2%포인트 급락한 후 최대폭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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