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재건축시장도 '북고남저' 현상이 뚜렷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지역 중심의 비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시세가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강북에서 계획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뉴타운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반면 강남권은 시세 부담은 물론 사업진행 초기 단계의 대단지가 집중된 탓에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정부가 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점도 거래를 위축시켰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는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서울 재건축단지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강남권은 -2.70%, 비강남권은 4.01%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강남권은 대단지로 재건축 초기 사업단지가 집중돼 있는 송파구(-5.67%)와 강동구(-5.21%)가 시세 하락을 주도했다. 매매하한가 기준 시가총액만 연초 대비 2조4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하지만 비강남권은 재건축 단지의 시세 상승률이 서울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2.76%)의 1.4배 수준에 달했다. 시가총액도 올 들어 2000억원 정도 늘었다.
지역별로는 노원구가 18.29%로 상승폭이 가장 컸고 이어 동대문구(15.99%) 영등포구(13.96%) 중랑구(12.36%) 관악구(11.72%) 순으로 올랐다.
노원구의 경우 상계동 주공8단지 36㎡가 올 들어 7250만원 오른 2억7000만~2억8000만원선이다. 지난 2004년 안전진단을 통과해 재건축 초기 단지에 속하지만 시세가 3억원 미만으로 저렴하고 도봉차량기지 이전, 당현천 복원 등 각종 호재가 집중돼 매매가가 올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매수세가 주춤해지기는 했지만 재건축 사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까지 겹쳐 시세가 올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대문구에서는 답십리동 태양이 가장 많이 올랐다. 79㎡가 6개월새 6000만원 오른 2억5000만~2억6000만원을 호가한다. 청량리균형발전촉진지구와 인접해 개발 기대감이 높고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답역이 걸어서 10분 거리로 교통여건이 좋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영등포구에서는 신길동 남서울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신길뉴타운에 속한 단지로 특별한 사업진행은 없지만 신길재정비촉진계획이 지난해 말 확정돼 개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66㎡가 올해 들어서만 3500만원 정도 올라 매매가가 2억7000만~2억8000만원선이다.
이처럼 비강남권 재건축시장이 강세를 나타낸 것은 무엇보다 강남권에 비해 자금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3.3㎡당 매매가는 2063만원으로 강남권(3.3㎡당 3352만원) 재건축 단지 매매가의 61.55% 수준에 불과하다.
강북과 도심 중심으로 활성화된 재개발, 뉴타운 사업도 한몫했다. 아울러 강북권을 중심으로 드림랜드공원화, 경전철, 외곽순환도로 개통 등 집중된 호재도 재건축 단지에 대한 수요를 불러 모았다.
이밖에 강북권 아파트 단지의 노후 정도가 강남권보다 심한 것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비강남권은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이 좋지 않아 사업에 진척이 없었다"며 "그러나 최근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고 정부도 서울 강북지역의 재건축사업 추진에는 적극적인 입장이라 사업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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