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vs. 유로 '한판 승부'...외환시장 폭풍전야

2008-06-1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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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슨·버냉키, 잇따라 매파적 발언 트리셰 ECB 총재도 금리인상 입장 고수

글로벌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수년간 약세를 면치 못했던 달러 가치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주요 정책당국자들이 잇따라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대륙간 파워게임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폴슨 "외환시장 개입 배제하지 않고 있다"=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달러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왼쪽)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공개석상에 같이 모습을 드러낸 폴슨 장관과 벤 버냉키 FRB 의장>
폴슨 장관은 이날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인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밝으며 이는 달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그러나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한 달러 안정을 위해 시장개입을 포함한 정책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장관이 달러 가치와 관련 시장개입 발언을 내놓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폴슨 장관의 말처럼 미국 금융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면 이는 8년만에 첫 시장 개입이 된다. 주요 선진국들이 외화시장에 개입한 것은 지난 2000년 9월 유로화 가치가 도입 이후 30% 가까이 하락했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가이스너·피셔, 인플레로 금리인상 불가피...달러 강세 전환=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주요 관계자들 역시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매파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 경제인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달러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매우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물가 압박이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불안이 이어지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처스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이날 CNBC와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상쇄하기 위해 더욱 높은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해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1년간 유로/달러 환율 추이 <출처: 야후파이낸스>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역시 지난 3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가진 위성 연설을 통해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달러 움직임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달러 약세에 따른 악영향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버냉키 연준 의장은 또 이날 보스턴준비은행의 52회 연례 경제 컨퍼런스에서 준비된 연설을 통해 "경제가 지속적으로 둔화될 리스크는 지난달부터 줄었다"면서 "연준은 장기 인플레 전망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역시 달러 강세 발언을 내놓았다. 조시 부시 대통령은 9일 임기 말년을 맞아 유럽 고별 여행에 나서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달러의 강세를 희망한다"면서 "경제에 대한 비교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파적인 주요 당국자들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달러 환율은 1.5645달러를 기록하며 유로 대비 달러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0.9% 올랐다. 이같은 상승폭은 1개월래 최대다.

달러는 엔에 대해서도 올라 달러/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 하락한 106.27엔을 기록했다.

웨스트팩의 리차드 프라눌로비치 선임 외환 투자전략가는 "연준과 재무부는 마치 달러 안정을 위해 공조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트리셰 "7월 금리 올린다"=유럽에서도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중앙은행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파리에서 연설을 갖고 오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사진설명: 쟝 끌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인플레 압력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트리셰 총재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도 차기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럽의 금리인상 시기가 빨라질 경우 달러의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로 유럽의 4%에 비해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 금리차만 2배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ECB가 다음달 금리를 인상한다면 금리인상 시기에서도 연준보다 앞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빨라야 오는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2대 외환거래기관인 UBS는 전일 1개월 안에 유로/달러 환율이 1.6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들어 신용위기 여파에 따른 미국 경제 침체 우려로 달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연준의 본격적인 금리인하가 시작되면서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11%, 엔에 대해 9% 하락한 상태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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