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휘발유·경유의 상대가격 조정 문제와 관련, "휘발유·경유의 상대가 격비는 100대 85지만 최근 상황이 거꾸로 바뀌었다"며 "국제유가 추이를 봐서 배럴당 170달러 이상으로 유가가 오르면 상대가격 문제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와 과천청사에서 잇달아 열린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은 예기치 못한 고유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큰 계층을 위한 1년간의 한시적인 대책"이라며 "유가가 상한선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추가적인 예비조치(Contingency Plan)를 취할 것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강 장관은 "유류세 인하는 에너지 사용 절감원칙과 상충되고 유류소비가 많은 계층에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대신 유가 환급(Tax Rebate)을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유가가 170달러 이상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170달러 이상으로 갈 경우에는 유류세 인하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LPG의 경우 가격이 아주 낮은데다 택시 유류세도 면세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지만 역시 유가 170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LPG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책의 재원 마련과 관련해 그는 "세계잉여금 4조2000억 원 규모가 준비돼 있고 유가 상승으로 부가가치세와 관세수입이 증가하므로 추가세수가 올해 6월말까지 5조원쯤 된다"면서 "이렇게 합쳐서 10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당정이 이미 고유가 대책 예산을 편성하기로 합의했으므로 세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을 동시에 추진해 올해 7월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전망과 관련해 그는 "현재의 경제운용계획은 유가 90달러대에 짠 것으로 지금은 130달러대로 갔기 때문에 변동된 상황을 반영해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유가에 고환율이 겹치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강 장관은 "현재 환율은 시장상황에 따라서 운영되고 있고, 환율은 장단기적인 여러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생각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경제 살리기'라는 국민의 염원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한 점을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조치가 고유가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에 미흡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했음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강만수 재정부장관 문답
--재원조달이 만만치 않다. 소득세 인하 등 추가 감세는 미뤄지게 되나.
▲2007년도 세계잉여금 4조9000억 원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5조원 내외의 추가세수를 활용할 것이다. 1년간 유가 상승에 따른 세수 증가분이 3조2000억 원, 제도적인 세수 증가분 중 감세 잔여재원이 2조2000억 원이다. 향후 소득세 감세 등은 연구를 해본 다음에 발표하겠다.
--경유 기준금액이 ℓ당 1800원인데 높은 것 아닌가.
▲ℓ당 1800원은 5월말 한 주간 평균가격이다. 한정된 재원에서 화물업계 경유 사용자들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한 시점이 지난달 하순 직후쯤이다. ℓ당 293원 보조금은 지속된다.
EU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세금 인하는 적절치 않다고 결의했다. 앞으로 각국 유가 보조금은 전면적 실시가 아니라 저소득층 대상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도 있었다. 고유가를 세금을 낮춰서 적응하게 되면 고유가를 주도하는 세력들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닌가.
--두바이유 ℓ당 170달러 넘으면 유류세 인하도 검토하나.
▲이런 고유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이 충격을 우리가 흡수할 수밖에 없다. 과연 저소득층이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인가. 어렵다고 본다. 죄송하지만 연 3600만원 중산층은 견딜 수 있는 여력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저소득층은 그런 여력이 없다. 유가가 170달러 초과할 경우 기본적으로 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도 검토할 것이다.
--형평성 문제 있지 않나.
▲세금 환급 배경은 일반적인 경기 부양 목적이 아니다. 저소득층이 너무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순수 경기부양 목적으로 1000억 달러 프로젝트를 집행하지만 우리는 고유가 극복을 위해 저소득층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하반기에 공공요금은 어떻게 되나.
▲현재 가스공사와 한전의 누적적자를 합치면 2조3000억 원이다. 어려울 때는 공공부분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요금을 동결해왔다. 다만 한전의 전기요금을 무작정 동결하는 것은 안 좋다. 하반기 물가사정 등 고려해 필요하면 여러 조치 검토하겠다.
세계잉여금중 5조4000억 원을 정산해서 지자체에 돌려보냈다. 따라서 지자체도 추경을 편성할 것이다. 서울시도 6대 공공요금을 동결했다. 다른 지자체에도 공공요금을 해결하는데 돈을 쓰면 좋겠다고 권고했다. 지자체가 정부 정책과 함께 가는 것에 대해 내년 세출이나 종부세에서 필요한 보상을 해줄 것이다.
최민지 기자 choimj@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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