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로 위축된 채권시장에 사무라이 본드가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다. 치솟는 인기로 인해 올해 사무라이 본드의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분석했다.
사무라이 본드란 일본의 채권시장에서 비거주자인 외국 정부나 기업이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으로 종종 기관 투자자들이 매수하여 일반 투자자들에 채권 펀드로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채권 발행 규모는 1조 1000억 달러(약 1125조 8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고 미국 회사채 발행 규모 역시 47% 감소한 5470억 달러에 머물렀다.
신용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채권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그렇지만 유동성이 풍부한 일본 시장을 기반으로 한 사무라이 본드의 인기는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톰슨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19개 외국계 기업이 사무라이 본드로 50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5배 늘어난 규모다.
올초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 뱅크와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는 각각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통해 3억 달러씩을 조달했고 오랜 기간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해 온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12억 달러를 조달했다.
사무라이 본드 시장의 새내기로 등장한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지난 3월에만 13억 달러를 끌어들였다.
ANZ뿐만 아니라 웨스트팩, 커먼웰스 같은 호주 은행들은 최근 사무라이 본드를 적극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무라이 본드 발행 규모는 2008년 상반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전했다.
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있어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닛코 시티그룹의 채권상품 부문 대표인 브라이언 매카핀은 "일본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사무라이 본드의 인기 요인을 설명하고 "사무라이 본드 시장을 통한 신용 확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기준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것도 사무라이 본드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한 요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일본의 기준 금리는 0.5%에 불과하여 일본인 투자자들은 저축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일본의 실세금리인 국채 5년물의 수익률은 1.32%로 미국 채권 대비 2%포인트 낮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이 발행하는 채권 상품은 일본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수단일 것이다.
UBS의 호주 채권 시장 담당자인 퍼거스 블랙스톡은 사무라이 본드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들이 "극히 순조롭다"면서 "사무라이 본드의 기존 발행 기업외 신규 기업들의 참여로 거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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