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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소장
전병서 소장 bsj7000@hanmail.net
  • -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2010년 한화상해투자자문 자문위원
  • 돈은 감정이 없다. 돈 되면 친구이고 돈 안되면 바로 남이다. 한·중수교 32년, 한국은 중국이 친구인지 남인지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마저도 탈중국,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반도체 빼고 다른 산업에서는 다시 협력한다는 디리스킹(De-risking)전략으로 돌아섰다. 디리스킹은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위험 요소를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자는 뜻이다. 2023년 EU 집행위원장이 먼저 언급했고 미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이 다음으로, G7정상회담에서 언급되면서 2023년 7월 이후 전 세계 대중전략의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다. 위기가 오면 비관론자는 낙하산을 만들고 낙관론자는 비행기를 만든다고 한다. 2023년에 한국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냈다. 그래서 첫 경험이라 충격이 큰 탓도 있지만 서방의 중국 위기론, 중국 비관론이 한국에 더 과도하게 먹히는 경향이 있다. 2023년에 한국에서는 대중적자가 나면서 중국에서 다 털리고 나왔고 중국에는 다시 들어가면 안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퍼졌다. 중국에서 돈 번 사람은 없고 모두 망한 사람만 있다. 정말 한국은 중국에서 번 것이 없는 것일까? 1992년 한·중수교 이후 2022년까지 30년간 한국은 중국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가 7065억 달러나 되고 홍콩까지 포함하면 1조302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일본에서는 30년간 6269억 달러 적자를 냈다. 중국에서는 30년간 흑자를 냈지만 일본에서는 단 한 해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30년간 흑자 내다 한해 적자가 나면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킬 전략이나 축소시킬 대책이 나오는 것이 정상일 텐 데 한국은 지난 1년간 중국위기론만 반복했지 반격의 방안을 논의하거나 토론하는 자리는 별로 없었다. 중국의 경제상황은 중국에서 퇴출한 한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과 경제전쟁하고 있는 미국 기업 기준으로 봐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 자동차, 커피 프랜차이즈, 슈퍼마켓, 화장품업체들은 모두 중국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GM, 테슬라, 스마트폰의 애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슈퍼마켓 월마트,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는 중국에서 공장 문 닫고 점포 철수한다는 얘기가 없다. 경제위기에 빠졌다는 중국은 2023년에 자동차를 3005만대나 샀고 잘나간다는 미국은 1613만대를 사는 데 그쳤다. 전 세계 대표적인 명차, 벤츠의 2023년 판매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37%, 미국은 14%에 그쳤다. 중국 소비가 최악이라는데도 2023년 전 세계 명품의 37%를 중국이 샀다. 달라진 점은 코로나 전에는 해외에서 명품 구매가 60%였지만 2023년에는 중국 내 명품 구매가 58%로 높아졌다. 한국면세점이 죽을 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중 간의 교역에 있어 문제는 중국시장이 아니라 한국 기술력이다. 과기부가 2024년 2월 발표한 주요첨단산업에서 미국 대비 기술격차를 평가한 것을 보면 중국은 2022년에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수소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중국보다 잘하는 것이 없다. 역사를 보면 무시하다 당했다. 중국이 유럽의 섬나라 영국을 무시하다 당했고, 영국은 식민지 미국을 무시하다 당했다. 지금 미국 역시 중국을 무시하다 뒤통수를 한 대 맞아 정신이 번쩍 들어 중국 견제에 나선 것이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무시와 비관론이 과하다. 미국의 눈으로 중국을 보는 것이 정확한데 한국은 퇴출한 한국 기업의 시각과 중국의 오만과 무례에 대한 분노의 눈으로만 중국을 보기 때문에 중국의 실체를 과소평가한다. 한국은 중국의 성장률이 높게 나오면 수치조작 아니면 버블이고, 낮게 나오면 경제위기로 치부한다. 그러나 경제데이터를 감정 실어 보면 실수한다. 2023년 8월 중국의 1위 부동산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이 부도난 이후 한국에서는 중국경제 위기설이 넘쳐났지만 아직 중국에서 국가부도 났다는 얘기는 없다. 2023년 중국GDP성장률은 5.2%로 인도 빼고,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을 했는데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는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소비부족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중국이 분기성장률을 발표한 이후 31년 동안 4번 있었다. 2023년 들어 2분기부터 5번째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률이 나왔다. 지속기간을 보면 역대 2번째로 긴 3분기 연속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했다. 그래서 2023년 8월부터 중국 정부는 3년간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에서 경기부양으로 정책방향을 틀었고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는 2024년 경제는 성장을 최우선 한다는 선립후파(先立后破)정책을 내세우고 재정, 금융, 통화정책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 2월까지 경제지표를 보면 투자 중 부동산 투자만 (-)이고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모두 (+)로 전환했다. 3월 수출이 다시 (-)를 보였지만 이는 2023년에 역대 최대수출을 했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중국이 2024년에 4%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내던 외국 IB들 중 가장 먼저 골드만삭스와 씨티가 중국의 성장률을 5%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은 중국의 1990년 이후 온 다섯 번째 경제위기를 중국이 견디지 못하고 추락할 것인지, 다시 회복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전쟁 중인 미국의 정치적 언급에 맞장구만 치다 가는 실수하는 수가 생긴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지금 세계 최대의 전기차, 스마트폰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고 시장 가까운 곳에 짓는 것이 답이다. 미국 정부가 대통령부터 나서서 중국에서 철수하고 첨단기술 다 빼라는데 세계 1위의 전기차회사 테슬라는 공장을 더 증설했고, 애플은 중국에서 공장 뺄 생각이 없고 스타벅스는 매장 철수할 계획이 없다. 스마트폰,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반도체장비의 세계 최대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한국은 고장 난 시계처럼 '중국위기론'만 반복할 것이 아니고 세계 최대시장을 다시 공략할 전략과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중국위기론'보다 '한국위기론'이 더 빨리 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가장 비싼 것이 공짜 점심이다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첨단 반도체는 생산하지 못하는 미국이 낸 해결책은 돈이다. 중국이 첨단산업에 보조금 주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독으로 규정해 제재를 하던 미국이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지만 미국이 하면 경제안보로 당연한 것이다. IDC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세계 파운드리시장이 1053억 달러 규모인데 미국은 시장 규모의 50%에 달하는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5년간 지급하면서 대만과 한국의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공장 보조금은 인텔이 100억 달러,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가 50억 달러 선인 데 비해 삼성전자는 TSMC보다 많는 6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은 세계 파운드리업계에서 2위라고는 하지만 시장점유율 61.2%인 TSMC의 18% 선인 11.3%에 불과한 2위다. 미국이 파운드리에서 절대강자인 대만보다 한국 기업에 10억 달러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미국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일 수 있다. 첨단 파운드리 반도체와 관련해 기술과 생산에서 절대강자인 대만의 대미 투자를 더 많이 유도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면 한국이 대만보다 더 많은 투자를 약속했을 수도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만보다 10억 달러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는 것에 마냥 환호하기보다는 그 배후가 더 궁금하다. 세계 최강의 반도체 국가 미국이 주는 돈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까운 데 짓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수령하는 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에서 공장 증설은 제한받고, 미국의 현지 반도체 공장에 대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상세한 회계 자료 제출 등 4가지 의무가 생긴다. 기업의 이익은 주주와 공유하는 것이지 보조금 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첨단 공장의 시설 접근권과 상세 회계정보의 제공은 그 정보가 미국 경쟁 기업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을 못한다. '새는 모이에 목숨 걸다 죽고 사람은 공짜에 목숨 걸다 죽는다'는 말이 있다. 보조금에 혹하다 보면 미국의 보조금 함정에 빠져 기술만 털리고 나오는 '기술 거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는 '군수전략물자' 바이든 정부 출범 이래 미국은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구, 영토, 자원이 국력의 주요 요소였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반도체가 국력이다. 챗GPT가 등장하면서 세상이 변했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가 등장했다.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는 돈에게 물어보면 답이 있다. 지금 세상은 마약보다 구하기 어렵고 금보다 비싼 것이 엔비디아의 GPU 칩셋이다. 반도체 팹리스 회사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조2000억 달러로 한국 GDP의 129%나 되고 세계 3위 경제권인 일본 GDP의 52% 수준이다. 미·중 패권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에 달렸다. 빅데이터에서 IP를 뽑고 이걸로 인공지능(AI)을 만들어 로봇의 머리에 집어 넣으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이다. 그래서 미국이 미·중 패권 전쟁에서 중국에 추월을 절대 허용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2023년 미국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기술 차단,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제한, AI용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을 실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미·중의 전쟁은 AI전쟁이다, 미국보다 4배나 많은 휴대폰 가입자를 가진 중국은 빅데이터에서는 미국을 넘어섰지만 거대한 빅데이터를 처리해 AI를 만드는 데에 아킬레스건이 반도체다. 지금 AI의 인프라 산업으로 반도체가 없으면 빅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무용지물이다. 미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보조금으로 주면서 해외 반도체 생산 기업을 미국 내로 내재화하려는 것은 바로 AI전쟁 시대 첨단 반도체는 군수전략물자이고, 첨단 반도체 보조금은 국방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쩐의 전쟁, 진짜 문제는 인재다. 기존 기술과 현재 AI기술의 차이는 기존 기술은 생활 기술이었지만 AI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 등 모든 분야의 생태계가 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AI는 인간이 만든 인간과 세상의 모든 것을 통제 가능한 '인공 신(神·Artificial God)'의 경지에 올랐다. AI전쟁 시대에 이 '인공 신'을 만들려는 미국의 반도체 내재화에 인도, 일본, 유럽, 중국도 적게는 10조원에서 많게는 60조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퍼붓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라인 하나 건설하는 데 250억 달러 이상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생산은 이제 국가대항전이고 국가 간 '쩐(錢)의 전쟁'이다 미·중 기술전쟁의 종착역은 AI전쟁이다. AI의 인프라인 5㎚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은 한국과 대만만 가능하고, 미·중 모두 한계가 있다. '인공 신' 시대에 HBM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5㎚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신(神)이 돕는 나라'다. 문제는 18개월마다 2배씩 집적도가 높아지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한 실리콘기판 반도체는 1나노 이상 되면 분자보다 더 작은 회로를 그리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가 오고 이를 넘어서려면 판을 엎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결국 이를 넘어서는 것은 뛰어난 인재의 아이디어다. 첨단 반도체 국가대항전의 '쩐(錢)의 전쟁' 시대에 돈은 퍼부을 수 있지만 인재는 길러야 한다. 미래 반도체는 인재전쟁이다. 한국도 우수 이과 인력이 의대로만 몰려가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문제가 된다. 의사 증원도 시급한 문제지만 국가전략산업으로 반도체 엔지니어 육성은 더 중요한 문제다. 남들과 같이 해서 남들보다 더 잘하기는 어렵다. 인도, 일본, 유럽, 중국, 미국까지 나서서 국가산업으로 반도체를 육성하고 천문학적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국가대항전에서 반도체를 재벌의 수익사업으로만 인식하고 '쩐(錢)의 전쟁'을 민간기업에만 맡기면 '신(神)이 돕는 나라'일지라도 그 미래는 보장하지 못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美·日에서 물려받은 '선발자 우위'는 끝났다 전 세계 최대 자동차, 휴대폰, 전기차, 반도체 시장이 예전에는 미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다. 2022년 중국은 자동차를 2680만대 샀지만 미국은 1364만대 사는 데 그쳤고 전기차는 중국이 680만대, 미국이 99만대였다. 중국 휴대폰 가입자 수는 17억3000만명이지만 미국은 3억6000만명이고 세계 반도체의 35%를 중국이 소비하고 미국은 25%를 소비한다. 기술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한국이 미국과 아무리 더 가까워진다 해도 이젠 미국이 중국 시장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중국에서 너무 쉽게 달러를 벌었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CEO 하나도 없이 중국에서 장사했고 비행기 타면 KTX로 부산 가기보다 가까운 중국을 회장님은 1년에 한 번도 안 가봤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고 회장님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법인장들은 미친듯이 일할 맛이 안 나기 마련이다. 한국은 미국에서 일본, 한국, 중국으로 전통산업의 국제적 이전 과정에서 미·일에서 배운 기술의 '선발자 우위'에 올라타 쉽게 벌었고 중국의 추격을 무시하다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있다. 한·중 관계는 이젠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이젠 앞만 보고 가야지 뒤돌아보면서 옛날에 우리에게 다거(大哥), 사장님 했던 '라떼' 중국을 자꾸 얘기하면 바보 된다. 지금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무역적자이고 그중 최대 문제는 그간 달러박스였던 대중 무역의 적자 전환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킬 전략이나 노력은 없이 안미경중(安美經中)은 끝났다는 말만 하고 있으면 진짜 끝난다. 시대를 앞서서 큰 것을 이루려면 목표와 책임 그리고 결과 지향의 가치관과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중국과 비즈니스하기가 어렵다고 끝났다는 타령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중국 시장은 계속 커지고 중국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 중국을 피하고 애써 무시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고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상인의 균형감각'이 있어야 산다 과거의 전쟁은 총칼과 대포의 싸움이었지만 지금은 기술과 공급망, 금융의 싸움이다. 전쟁에 앞서 먼저 보급품을 준비해야 전쟁에서 이긴다. 한국은 중국과 피할 수 없는 전쟁에서 인재, 기술, 금융에서 보급품을 준비하지 않으면 다시 병자호란, 삼전도의 굴욕을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리고 입으로만 삼전도 굴욕이라고 하고 아무 준비도 없으면 또 당한다. 한국은 선비의 비판정신만 가지고 중국에 덤비면 질 수밖에 없고 상인의 실리감각과 균형감각이 있어야 산다. 한국은 탈중국(Decoupling)해야 한다는데 미국부터 탈중국(Decoupling)이 아니고 위험감소(De-Risking)라고 정책 노선을 바꾸었다. G7 국가 중 유럽의 맹주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중국과 대규모 경제협력과 투자를 실행하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무섭다지만 주먹보다 밥이 우선이다. 경제가 어려워진 선진국들이 미국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다투어 중국과 손잡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의 최대 수출시장이 중국이고,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의 최대 수입처가 중국이다. 중국과 기술외교, 자원외교가 잘못되면 여차하면 더 큰 대규모 무역적자가 터질 수 있어 위험감소(De-Risking)는 사실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중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한국 야당 대표의 주한 중국 대사 면담이 외교문제로 비화했다. 모방 잘하는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경제에 반하는 베팅을 하지 말라”는 말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주한 중국 대사의 작심 발언이 문제가 됐다. 한국의 주중 대사는 중국 고위직을 쉽게 만나지 못한다. 중국 의전은 철저히 격을 맞추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국과 회담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 직급을 보고 면담을 하든지 방문을 하든지 할 필요가 있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30년간 중국에서 큰돈을 벌었던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 3년 만에 좌절하고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중국 시장은 포기하고 미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에 잠 못 든다. 그러나 전 세계 최대 자동차, 휴대폰, 전기차, 반도체 시장을 버릴 수 없다. 진정한 승부는 9회말부터다. 승부는 자신감이고 중간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진짜는 거품 꺼지고 나온다. 코로나 이후 중국 교민과 주재원 90%가 사라진 한국의 대중국 비즈니스는 10%의 진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고 이제 이 10%의 뒤를 이을 후계자들을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아는 것이 힘이고 지피지기면 필승이다. 한국이 중국에 밀리고 뒤지는 것은 인재 때문이다. 10년 전 전 세계 대학 랭킹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우위였지만 지금 한국 1위 대학은 중국의 3위권 대학에 못 미치고 톱3 대학은 중국의 10위권 수준이다. 네이처지에 기고하는 기여도(Nature Index)를 보면 한국 1위 기관의 수준은 세계 70위인데 이는 중국의 기관 순위로 보면 26~27위 수준에 불과하다 2023년 CB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청년창업의 꽃인 유니콘 기업 수가 중국은 171개나 되고 시총이 7380억 달러에 달하는데 한국은 14개 기업에 330억 달러로 기업 수에서는 중국의 8%, 시총에서는 4%에 그치고 있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한국은 중국을 버릴 수 없다면 이겨야 한다. 중국은 끝났다는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중국 공부를 철저히 다시 해야 한다. 코로나 3년간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은 2020년 6만7030명에서 2022년 6만7439명으로 별 변화가 없었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유학생은 4만7146명에서 1만6968명으로 64%나 줄었다. 이러면 중국에 또 당한다. 국자는 10년을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 세계 초일류 기업은 모든 것이 고객 중심이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성공은 고객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고 최고의 실력 검증은 고객의 만족도에서 나온다. 한·중 관계 30년간 우리는 공급자 중심으로 우리가 팔고 싶은 것만 팔아도 잘 팔렸지만 이젠 달라졌다. 큰 성과는 영웅이 탄생해야 가능하다. 모든 성공의 이면에는 반드시 무형의 정신적인 힘이 존재한다. 기적은 정신력과 가치관의 힘이 만들어 낸다. 한국은 다시 중국에서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내야 한다. 영웅은 출신을 묻지 않는다. 그리고 예부터 영웅은 어린 나이에 배출된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환경 역시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영웅은 세상의 트렌드를 탈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서 나온다. 국자는 10년을 국을 퍼도 국 맛을 모른다. 돈을 버는 것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고객의 마음은 같은 언어로 동질감을 만들 때에 움직인다. 중국어 안 되는 주재원과 외교관은 과감하게 철수시키고 대안이 없으면 발탁 인사로 중국에서 놀아보고 살아보고 공부해본 젊은 인재들로 교체해 중국에서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에서 초·중·고와 명문 대학을 나온 지금의 중국 유학생들은 비즈니스 상대방인 중국인들과 중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학연을 통한 관시(关系)로 영업도 외교도 가능한 인재들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기술 다음은 표준전쟁, 표준에서 일구양제(一球兩制)를 대비하라 전병서/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신(神)은 멀고 중국은 가깝지만…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의 무역수지가 4월까지 연속 14개월째 적자다. 무역적자의 주범은 지역으로는 중국이고, 품목으로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감소다. 4월 무역통계를 보면 중국은 -56억 달러 적자인 중동에 이은 -22억 달러 적자로 둘째로 적자 폭이 컸다.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65.4억 달러로 전년대비 40.5% 감소한 반면 자동차는 59.1억 달러로 40.9% 증가했지만 자동차가 반도체 실적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중국경기는 봄바람인데 한국수출만 겨울바람인 것이 문제다. 2022년 4분기에 2.9%로 추락했던 중국GDP성장률은 2023년 1분기에 4.5%로 높아졌는데 한국의 대중수출은 4월에 -27%였고 대중 반도체 수출은 -34%였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수출과 중국경제는 동행이었지만 반도체를 빼면 한국의 대중무역적자는 이미 2021년부터 시작되었다. 정부는 중국에서 떼돈 벌던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왜 끝났는지는 언급이 없다. 한국의 대중적자는 중국의 보복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문제고, 경쟁력 제고보다는 보복타령만 하고 있다가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를 놓친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 소비의 GDP 기여도가 65%를 넘는 소비 국가이고 서비스업이 GDP의 53%에 달하고 있고 공업은 32%에 불과한 서비스의 나라다. 중국이 소비대국, 서비스대국으로 바뀌었지만 한국의 대중수출은 94%가 자본재와 원재료이고 소비재는 6%에 불과하다. 우리는 중국시장이 끝난 것으로 인식하지만 대중 수출부진이 중국의 시장한계 때문인지 한국의 실력이 문제인지를 냉정하게 봐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서운한 감정의 연장선상에서만 중국을 해석하는 것이 문제다. 한국의 대표 수출상품인 자동차와 휴대폰을 보면 2022년에 중국 자동차시장은 2685만대였고 미국은 1429만대, 전기차는 중국이 687만대였고 미국은 99만대였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미국의 1.9배, 전기차는 6.9배다. 그런데 세계 3위를 자랑하는 한국자동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1.6%에 불과하다. 2021년 중국의 휴대폰 가입자수는 17.3억명이고 미국은 3.6억명으로 중국이 미국의 4.8배지만 한국업체의 중국 휴대폰시장 점유율은 0%대다. 한국을 도와줄 신(神)은 하늘에 멀리 있고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전기차, 휴대폰시장은 지척의 거리 중국에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중국의 경기회복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와 소비가 중심인데 한국은 수출 구성이 중국의 경기회복에 올라탈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적보다 동맹이 되는 것이 더 위험한 시대? 미국의 70년 우방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봉쇄와 미국의 반도체, 배터리 동맹에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 나라이고 이것이 우방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 돈 되면 동맹이지만 돈 안되면 언제든 버리는 것이 국제관계다. 미국 대통령까지 한국에 직접 날아와 투자하면 잘해주겠다던 약속은 간데 없고 결국 배터리보조금에서 한국은 빠졌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봉쇄의 양대 축인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와 Chip4 동맹에 한국은 1번으로 가입해서 미국의 위신과 명분을 세워주었지만 한국이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착공하고 나자 미국은 또 반도체보조금에서 뒤통수를 쳤다. 보조금을 수령하면 대중국 반도체증설 투자를 실질적으로 중단하라는 조건을 걸었고 미국공장의 정보접근권과 초과이익 공유조항까지 수용하라는 요구를 했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데 짓는 것이 답이다. 전 세계 반도체시장의 65%가 아시아에 있고 미국은 25%에 불과한데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고려한 것인데 투자유치를 하는 쪽에서 황당한 조건을 들고 나온 것이다. 보조금 받고 미국에 첨단기술 제공하고 중국시장에서는 철수하라는 말을 우아하게 돌려 말한 것뿐이다. 미국은 경제와 기술에 대단히 정치적인 색채를 띤 ‘가치공유’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가치공유’는 동맹국이 미국에 흥정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며, 미국의 이익에 순종하는 것을 뜻한다. 가치는 공유할 수 있어도 이익은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1986년에 일본과 반도체전쟁을 하면서 3번에 걸친 미일반도체협정 연장을 통해 당시 G2이자 최대 동맹이었던 일본 반도체산업의 싹을 싹둑 잘라 사라지게 만들었다. “미국의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친구가 되는 것은 더 치명적”이라는 언급을 했던 미국 국무장관 키신저의 말은 미국은 영원한 적도 동맹도 없고 오로지 국익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고 이는 지금 미·중의 기술전쟁에 끼인 우리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만한 말이다. 기술 다음은 표준전쟁, 표준에서 일국양제(一球兩制)를 대비해야 미국의 반도체기술 봉쇄를 통한 중국 좌초전략인 IPEF와 Chip4 동맹은 구멍 숭숭 뚫린 그물이다. 트럼프 때 경제번영네트워크(EPN)처럼 정부간 협약에 불과한 IPEF는 바이든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반도체장비, 메모리, 파운드리에서 서로 경쟁자인 미, 일, 한, 대만을 한팀으로 묶은 Chip4 동맹도 애초부터 일사불란한 단결은 어렵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 3년 차인 바이든이 연임 못하면 모든 정책이 다 뒤집어질 판이다. 트럼프 때 대중 통상전략은 바이든이 집권하자 소리 없이 사라졌다. 지지율 역대 최악인 바이든의 기술동맹전략도 만약 공화당이 재집권하면 같은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에 이은 “중국표준2035”를 발표했고 미국도 2023년 5월 AI를 비롯한 “차세대기술 국가표준전략”을 발표했다. 그래서 미·중 기술전쟁의 2막은 표준전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진정한 산업패권은 표준의 장악이다. 중국의 “중국표준2035”와 미국의 “차세대기술 국가표준전략”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고 미·중의 동맹국 혹은 기술보유국의 줄 세우기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제 제3세대반도체, 양자반도체, 그리고 초전도체, AI 같은 미래 기술 분야에서 미·중의 기술표준 선점경쟁은 더 가열될 수밖에 없고 한국은 어느 한편에 줄 서는 것은 패착이다. 빅데이터와 반도체 소비의 “최대의 시장”을 가진 중국과 “최고의 기술”을 가진 미국의 전쟁이지만 첨단산업의 역사를 보면 기술은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 현재 미국의 압박을 받아 궁지에 몰린 중국도,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도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모른다. 미·중이 화해할 가능성이 없다면 향후 세계는 기술도 시장도 한 지구에 두 개의 체제로 가는 일구양제(一球两制)의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과 산업생태계가 미국과 중국 중심 시장으로 구분되면 기술에서도 현재와 같은 글로벌 표준이 아닌 미국표준(A/S: American Standard)과 새로운 중국표준(C/S: Chinese Standard)으로 갈라질 수밖에 없다. 미·중에 양다리를 걸칠 수밖에 없는 한국은 반도체를 포함한 AI 같은 첨단기술에서 2개의 표준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반도체는 한국을 지킬 '최종병기 활' 미국의 반도체 기술 봉쇄에 중국은 반도체를 인체의 '심장'으로 정의했다. 심장이 멎으면 사람이 죽듯이 반도체는 생명이라고 중국은 정의하고 국산화에 돌입했다.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안보'라고 정의하고 안보에 저해되는 모든 요소는 제거하고 있다. 지금 반도체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국가대항전이다 그럼 한국에 있어서 반도체는 무엇일까? 한국 반도체 기업은 세계 1위와 3위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모셔가려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생산량이 두 배가 되면 원가가 33% 떨어지는 '학습곡선 효과'가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산업이다. 그래서 1등의 '선발자 이익'이 경쟁의 핵심이고 고수익의 원천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 이 '선발자 이익'이 적용되는 산업에 미국과 중국은 국가가 개입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기술과 생산에 있어 돈으로 꾀고, 장비로 위협하고, 정치와 외교로 압박하는 전방위의 “닥치고 1등”의 막가파 전략이 등장한 것이다. 그간 재벌기업의 잘못된 행태와 도덕적 문제는 비난받아 마땅하고 잘못된 점에 있어서는 기업의 절절한 반성과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도체가 국가대항전이 되어 버린 마당에서 세계 1등, 3등 하는 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이젠 한국 국내 문제가 아닌 미국, 중국과 경쟁하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반도체 황금알을 낳는 닭을 버리는 것은 쉽지만 다시 만들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황금알은 2등으로 추락하는 순간 싸구려 새알로 전락한다. 지금 반도체는 미·중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낀 한국을 당당하게 하고, 한국을 살릴 '최종병기 활'이다. '중국의 심장+미국의 안보' 두 개를 모두 합한 것이 한국의 반도체다. 한국은 지금 무역적자에 비명이지만 그 원인도 반도체에 있다. 일본은 한때 잘나갈 때 '신의 나라'라고 거들먹거리다 망했지만 한국은 지금 누가 뭐래도 '반도체의 나라'다. 1980~1990년대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반도체를 석권했을 때 NEC, 도시바, 히타치를 한국의 삼성이 추월한다는 것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것이었지만 지금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술은 보조금으로 동맹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의 역사책으로 불리는 인텔은 1968년 7월 18일 화학자 고든 무어와 물리학자이자 집적회로의 공동 발명가인 로버트 노이스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설립한 회사다. 살아 있는 반도체의 역사, 미국의 인텔은 지금 아시아의 후발국 대만과 한국이 3㎚ 공정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7㎚ 공정에서 헤매는 이류가 되었다. 기술 혁신의 아이콘 인텔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파운드리 공장을 재건하는 프로젝트에 쫓아 들어가고 있다. '무어의 법칙'으로 영원한 세계 1위일 것 같았던 미국의 인텔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실리콘 기판 위에서 1등의 선발자 이익을 누렸던 인텔은 스마일 커브(Smile Curve)에, 월가가 원하는 ROE(자기자본이익률) 경영에 너무 깊이 빠져들었다. 기술의 극대화를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닌 ROE 극대화를 통한 시가총액 창출에 목숨 건 결과다.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생산은 아시아로 넘기고 R&D와 유통에서 돈 버는 비즈 모델에 취해 후발자에 기술을 추격당했다. 배부른 돼지는 굶주린 늑대를 이기지 못했다. 40년 전 집을 나가 종착역에 도착한 반도체 기차를 바이든 미국 정부는 보조금으로 외교적인 힘으로 시발역으로 되돌리려 하지만 서방 민주주의 정치의 기억력은 4년마다 오락가락한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의 정책은 홀랑 뒤집힌다. 정치 논리는 4년이지만 자본주의 경제 논리는 250년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데 세상에서 가장 뿌리 깊은 나무는 돈이다. 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 돈 되면 적과 손잡고 돈 안 되면 동맹도 쉽게 버린다. 기술은 혁신으로 사는 것이지 보조금으로, 동맹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등까지는 베껴서 따라갈 수는 있지만 빌린 기술로 1등 하기는 어렵다. 운 좋게 1등 한다 해도 수성이 어렵다.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이 1등의 길이다. 미국의 보조금, 중국의 보조금은 2등까지는 가능하지만 창조적 파괴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1등의 길에는 결국 마약일 뿐이다. 약 기운 떨어지면 금단현상으로 더 괴로워질 뿐이다. 반도체산업에 영원한 1등은 없다. 하늘의 제왕 솔개는 수명이 30년 되면 부리와 발톱이 노화되어 먹이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솔개는 고통스러운 몸 만들기를 통해 수명을 연장한다는 우화가 있다. 돌에 부리를 쪼아 새 부리가 나게 하고, 그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뽑아내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뒤 창공을 차고 올라가 30년을 더 산다. 반도체에서도 산업주기 30년을 얘기한다. 천하장사도 산업의 강산이 두 번 변할 때까지 60년이면 기력이 쇠한다. 1968년에 설립된 반도체의 원조 인텔의 역사는 이미 강산이 두 번 변했다. 미국의 인텔도 기력이 쇠했다. 돌에 부리를 쪼아 새 부리가 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준 돈으로 임플란트를 하면 오래 못 간다. 이제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반도체의 세계화는 죽었고 각자도생이다. 반도체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인텔은 없었다. 나침반과 화약 등 4대 발명품의 나라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 세계 1위인 삼성에 이젠 미국뿐만이 아니라 중국이 새로운 경쟁자다. 맨땅에 헤딩해서 원자폭탄을 만든 경험으로 반도체에 덤벼드는 중국이다. 전쟁하듯이 국가가 나서서 반도체산업을 만든다. 자본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다. 중국은 수익성·생산성이 아니라 기술만 확보된다면, 제품만 나온다면 무한대의 자금과 인력, 조세 지원을 한다. ROE 따져서, 주가 영향을 따져서 투자하고 개발하지 않는다. 세계 1위 반도체 회사로 등극한 삼성전자도 영원한 1등은 없다. 인텔과 일본 반도체 기업이 반면교사의 교과서다. 3차 산업혁명의 중심에서 떼돈 번 인텔, 4차 산업혁명 문턱에서 안주하다 후발 기업에 추월을 당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르다. 노트북과 휴대폰이 만든 IoT가 아닌 자율주행차, 날아다니는 택시가 만드는 V2X 시대이고, 그간 세상을 변화시켰던 실리콘 반도체의 판을 엎는 새로운 기판의 반도체 기술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1등에 안주하면 인텔처럼 당한다. 바닥부터 새로운 창조를 해야 살아남고 한국을 당당하게 만든다. 1~2㎚ 이하 공정에서 실리콘의 물리적 한계가 온다. 그러면 정말 판을 엎는 발상의 전환과 기술의 전환이 새로운 30년의 역사를 쓰게 된다. 3세대, 4세대 반도체에서 기선 제압할 초격차가 없으면 삼성전자도 인텔의 길로 가게 될지 모른다. 삼성이 경쟁력을 잃는 순간 한국 반도체도 같이 사라진다. 지금 미·중 반도체 국가대항전에서 미운 재벌기업에 떡 하나 더 주면 안 된다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접근해서는 답이 없다. 한국은 반도체산업에서 있는 경쟁력을 더 강하게 만들어 미·중의 공격을 막아낼 방패로 반도체 기업을 써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일본의 미일반도체협정을 직시하라… 지금 반도체는 첨단기술개발로 초고수익의 선발자 이익을 누리는 고수익성 사업도, 재벌의 수익사업도 아닌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했다. 미·중의 반도체전쟁을 계기로 4차산업혁명의 패권을 가를 무기로 등장했다. 반도체가 패권장악의 무기로 변신하면서 반도체는 “먹고사는 경제상품”에서 “죽고 사는 안보상품”으로 격상됐다. 숲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있을 수 없다. 반도체가 안보상품으로 격상하는 순간 반도체는 위험한 무기가 되었다. 첨단무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용수익 상관없이 확보하는 것이 정답이다. 미국이 외자반도체기업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천문학적인 정부자금을 5~10년 이상 쏟아 붓는 것은 반도체가 아니라 펜타곤이 원자폭탄 개발하듯이 신무기를 확보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제 반도체 패권의 법칙은 집적도를 높이는 “무어의 법칙”이 아니라 무조건 1류기술, 무조건 소유하라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신무기를 확보하는 미국의 프로젝트가 된 반도체산업에는 지금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없다. 오로지 미국 우선주의만 있을 뿐이다. 37년 전 일본 반도체산업을 죽였던 1986년의 미·일반도체협정을 주목해야 한다. 인텔마저 DRAM사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일본 반도체를 미국은 1986년부터 5년 단위의 미·일반도체협정 단 3번 만에 몰살시켰다.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일본 반도체 몰락의 배경은 미국이 보장해준 이익에 취해 기술개발을 게을리하고 추격하는 한국을 물로 본 일본 반도체업계의 오판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국방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 때문이고 일본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일본 핵우산제거의 위협에 당했다. 지금 미국은 반도체를 “안보”로 정의했다. 미국의 안보상품으로 등장한 반도체는 “막가파”다. 뭐든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고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뒤로는 쇠몽둥이를 내보일 판이다. 미국은 최첨단 대만의 로직 파운드리 기술을 확실하게 미국에 내재화할 때까지는 대만에게 감언이설과 우대 조치를 하고 한국은 대만의 변심이 나오지 않도록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반도체는 미국이 정의한 대로 안보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대만에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무기를 팔고,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첨단 반도체공장을 미국에 짓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게는 70년 한·미군사동맹을 통해 과거 일본에 썼던 미·일반도체협정과 같은 안보 위협을 암시하면서 미국 내 반도체공장 내재화에 동참을 강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중이 10년 동안 칼 한자루만 갈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가장 안전한 국가는 과연 미국일까? 일본은 지진이 문제고 대만은 지진과 물이 문제고 중국의 미사일 한방이면 끝난다. 한국은 지진과 물이 문제는 아니고 지역정서법이 문제이고 북한의 미사일에 반도체 첨단라인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은 환경과 인권 그리고 보조금을 미끼로 한 기술탈취의 위험이 도사린다. 중국도 당장은 보조금, 법인세인하 관세인하로 유혹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술약탈의 위협이 상존한다. 자연환경과 지정학적 관점에서 한국, 일본, 대만은 위험한 지역이고 기술보호에서 미국과 중국은 더 위험한 지역이다. 부서진 공장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빼앗긴 기술은 다시 빼앗아 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 안전지역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연재해를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고 기술에서 다른 국가 경쟁자들이 추격할 수 없게 만드는 수 외에는 묘수가 없다. 28년 전인 1995년 YS정부 시절에 한국에는 반도체는 1류, 기업은 2류, 관료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런데 28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은 더 절절해졌다. 4류는 세계 반도체 정세를 못 읽고 미, 중, 일, 대만, 유럽이 모두 반도체 육성에 목숨을 걸었는데 한국만 반도체지원을 재벌의 수익사업으로, 당쟁의 건수 잡기로 보는 근시안적 태도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3류는 여소야대 국회가 겁나서 지레 겁먹고 하나마나한 지원책을 내놓아 대통령에게 지적 받고 부랴부랴 수정하는 판이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2류였던 한국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이 무시 못하는 세계 1류의 반도체를 만들었는데 3류와 4류가 길을 막으면 안 된다. 뭐든 미국을 베끼면서 왜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한국의 미래가 달린 산업정책은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정책을 베끼지 않는지 이상하다. 한국 인구의 28배, 대졸자의 24배를 가진 G2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목숨 걸었고, 반도체기술의 원조 할매집 G1 미국이 반도체 생산을 국가안보라고 정의하고 승부수를 던졌다. 이런 G1, G2가 10년 동안 칼 한자루만 갈면 세상에 못 벨 나무가 없고 당할 고수가 없다. 물고기는 미끼를 물 때 잡힌다. 미국이 파격적인 우대조치로 보조금을 뿌리면서 한국과 대만기업을 유혹하고 있지만 물고기는 미끼를 물 때 잡힌다. 세상에 공짜돈은 없다. 하물며 세계 최고의 나라 미국돈을 공짜로 먹겠다는 간 큰 생각은 오산이다. 코로나 특수를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오판한 결과가 공장에서 유통 최종단계까지 모두 과잉재고로 대불황의 몸살을 앓는 것이 지금 세계반도체시장이다. 4년마다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가는 현기증 나는 반도체 하강 사이클은 하수에게는 개미 지옥이고, 고수에게는 놀이터다. DRAM시장의 역사를 보면 대불황 때마다 3류를 죽이고 살아남은 자 1, 2류들의 잔치였다. 80~90년 미국의 일본 죽이기(1986년 미·일반도체협정), 2000년대 대만의 독일(2009년 키몬다 파산) 죽이기, 2010년대 한국의 일본 죽이기 (2012년 엘피다 파산)가 예다. DRAM시장은 과거 20개 이상의 기업이 피터지는 경쟁을 하던 완전경쟁시장에서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개 기업으로 정리되었다. 2023년의 반도체 대불황, 한국이 담대한 전략으로 3류기업 하나를 더 정리한다면 DRAM은 한국 기업의 독무대가 된다. 미·중의 반도체전쟁에 끼인 한국, 미국의 “보조금의 함정”에 빠졌다. 시간이 촉박한데 약한 것을 보완해 이기는 것은 방법이 아니고 강한 것을 무기로 곤경을 타개하는 것이 답이다. 한국은 반도체불황에 DRAM 1등의 강점을 활용해 과감한 3등 죽이기 전략을 써야 한다. CPU든 GPU든 메모리 없이는 안 된다. 미국의 쥐꼬리 보조금에 목숨 걸기보다는 한국은 DRAM시장의 제패에 목숨 걸어야 승산이 있다. 그러나 상대는 미국 기업이고 이를 실행하려면 기업의 결기와 패기 실력이 있어야 하고 과감한 인재공급과 자금지원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지금 반도체는 기술전쟁 아닌 “쩐(錢)의 전쟁”, “인재(人才)전쟁”이다. 미국보다 못한 자금, 세제지원, 기업이 시급하고 절절히 필요하다는데도 반도체학과 정원을 늘리지 않는 교육정책을 계속 고집하면 한국 반도체산업도 일본이 갔던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탈(脫)중국”이 아니라 중국의 “탈(脫)미국”? 2018년 미·중 무역전쟁과 2020년 중국에서 코로나 발병을 계기로 전 세계의 반중 정서는 최악이고, 전 세계가 바라보는 중국은 경제위기, 금융위기, 부동산위기, 정치위기로 매우 위험한 나라다. 그래서 중국경제는 피크 쳤고 중국에서 돈을 빼는 “탈(脫)중국”을 빨리 해야 한다는 말이 넘쳐난다. 하지만 2023년 11월 이후 IMF, WB, OECD, CB(콘퍼런스 보드) 등 세계 주요기관의 2023년 중국경제 전망을 보면 전 세계에서 인도 다음으로 고성장 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리고 IMF 2023년 1월 예측치를 보면 세계 주요국 중 2023년 GDP가 2022년보다 높은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서방의 중국위기론에 결정적인 배신을 때린 것은 돈이다. 위기의 나라 중국에 2022년에도 FDI는 사상최대였고, 중국증시 외국인자금도 순유입이었다. 특히 2023년 들어서는 1월 한달 중국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1413억 위안, 25조7000억원으로 2022년 연간 유입액 900억 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1월 한달간 일평균 88억 위안(약 1.6조원)이 중국증시로 쏟아져 들어갔다. 미·중의 무역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2022년 중국의 대미무역흑자와 전체무역흑자는 줄어들기는커녕 각각 4041억 달러, 8766억 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미·중전쟁이 시작된 2018년에 대미무역흑자 비중은 92%였지만 2022년에는 46%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대미 무역거래비중도 13.7%에서 12%로 낮아졌다. 중국의 미국채 보유량을 보면 2022년에 역대 최저수준으로 줄였다. 2018년에 1.2조 달러에서 2022년 8700억 달러로 3700억 달러를 줄였다. 데이터로 체크해 보면 “탈(脫)중국”을 미국이 한 게 아니고 “탈(脫)미국”을 중국이 하고 있다. 하반기가 높아지는 W자형 회복 2023년 중국경제는 2022년 12월의 코로나 방역규제 해제로 기대가 높다. 잠재성장률이 5-5.5%로 추정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22년에 3%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중국에 생산시스템의 붕괴나 금융시스템의 붕괴 같은 체계적 위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정치방역의 성격이 강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이동제한이 부동산을 필두로 내구소비재와 일상소비재 그리고 생활 서비스 소비를 올스톱 시켰기 때문이다. 2023년에 전 세계가 경기하강 사이클에 진입하기 때문에 모두가 불안과 공포가 있지만 경기는 선입선출이다. 먼저 경기하강한 쪽이 먼저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세계경제의 봄바람은 중국에서부터 불어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경기사이클에서는 중국이 가장 먼저 경기가 피크아웃했고 경기하강도 가장 빨랐던 반면 미국은 코로나 방역이 늦어 경기회복도 가장 늦었고 경기하강도 가장 늦었다. 2022년에 중국은 경기저점을 통과했고 2023년에는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지만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은 경기하강 중이다. 중국의 2023년 성장은 내수중심 성장이다. 세계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은 2023년에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미 중국의 GDP에서 소비의 성장기여도는 65%에 달한다. 부동산과 플랫폼 소비가 내수경기 부양의 핵심 축이다. 중국은 2022년 하반기부터 그간 3년간 묶었던 부동산규제를 풀기 시작했고, 플랫폼기업의 제재도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로 했다 3개월 정도 단기경기의 흐름을 나타내는 중국의 2023년 1월 PMI가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 임계치인 50 이상으로 반등했다. 중국의 코로나 방역 해제로 1~2월에 전 국민의 80~90%가 감염 후 회복하는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3월부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2023년 중국경제는 하반기의 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W자형 경기회복 패턴을 보일 전망이다 중국의 대변신 제대로 읽어야 사드 사태 이후 7년, 미·중 전쟁 5년, 코로나전쟁 3년을 치른 중국에 대한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한류 타령하고 중국 보복에 분노하고 중국은 위기라는 서방의 레토릭에 맞장구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seeing is believing)인데 특히 최근 3년간 중국을 가보지 못한 한국은 중국의 부정적인 측면만 크게 부각되어 있어 중국의 변화를 알지 못하고 중국의 변화를 읽으려는 노력도 약하다. 아이러니지만 코로나 3년간 중국은 코로나 방역과 통제 그리고 생활물자 공급을 하는 과정에서 4차산업혁명의 ABCDR(AI, Big Data, Cloud, Dron, Robot)을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인 14억 인구를 대상으로 모두 실전테스트 했고 그 과정에서 전 세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거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중국은 엄청난 경제충격과 비난을 감수하면서 코로나 기간 중 인구 1000만 이상 도시 7개를 봉쇄했다. 하지만 유사시 전시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구이동통제와 생활물자배송 주민관리와 사회관리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을 완벽하게 예행 연습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IP를 확보했다. 중국은 2018년부터 세계 최고의 나라 미국과 무역전쟁을 했지만 코로나 와중에도 중국의 대미 무역거래와 무역흑자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자동차소비국이 되었다. 2022년 미국은 1429만대의 자동차를 샀지만 중국은 2685만대를 샀다. 2022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대비 54.4% 증가한 311만대로, 320만대의 일본에 이어 261만대를 수출한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변한 중국에서 주목할 것은 2013년에 10%를 넘었던 한국의 점유율이 2022년에는 1.7%로 추락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2022년 전 세계 1030만대 전기차시장에서 689만대를 구매해 68%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중국 전기차업체 BYD는 순수 전기차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은 세계 2위로 부상했고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포함하면 세계 1위가 되었다. 중국은 지금 세계 1위의 스마트폰 가입자 수를 가진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한국은 애플이 중국에서 공장 빼네 마네 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지만 애플은 여전히 중국시장에서 14%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한국 스마트폰업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0%대로 추락해 이젠 흔적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기라는 중국은 경기회복의 선두에 서서 가고 있고 미국도 노랜딩(no landing)으로 가고 있지만 한국의 무역적자는 더 커지고 있다. 지금 한국은 중국위기론 얘기할 때가 아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전략을 빨리 수정하고 재정비해야 할 때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총으로 밥을 만들 수는 없다 20차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은 그간 코로나 방역의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가 끝났다. 중국은 정권 교체기, 5년 임기 종료 시마다 쿠데타설, 반정부시위설이 그치지 않았다. 5년 임기에 한 번 중임인 중국 국가주석 임기의 30년 관례를 20차 당대회에서 깨부쉈다. 당연히 당 내외에서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정정 불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가 이를 완벽하게 막아 주었다.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도시를 봉쇄해 외지인의 베이징 진입 자체를 막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한 이동 제한이 정권 장악과 정치 안정에 절묘한 '신(神)의 한 수'였다.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以食爲天)는 중국, 배고프면 나라도 엎어버리는 것이 2000년 중국 역사였다. 사회주의 중국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총으로 밥을 만들 수는 없다. 정권 장악 이후에는 다시 밥이다. 중국이 갑자기 코로나 방역정책에서 출구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대학생들의 백지시위 때문이라기보다는 코로나봉쇄의 정치적 이익이 사라졌고, 봉쇄로 인한 실업자 급증과 내수시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이다. 연간 신규 고용 1100만명을 유지했던 중국은 최근 3년간 코로나 봉쇄로 누계로 1000만명 이상 미취업자가 생겼고 2023년에는 또 대졸자 1100만명이 등장해 2023년에는 취업 희망자가 사상 최대인 2100만명 등장하기 때문이다. 황하강이 범람하면 왕조가 바뀌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에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했다. 황하강 범람으로 굶어 죽게 생긴 수만, 수십만의 이재민이 부자를 털고 관가를 털다 나라도 털어버리는 것이 중국이다. 이를 중국은 반역(反逆)이 아니라 역성혁명(易姓革命)이라고 불렀다. 천명이 다한 황제의 성을 바꾼다는 의미이고 이는 반역이 아니라 하늘의 뜻, 즉 천명(天命)이라는 식이다. 이는 현대식으로 표현하자면 고실업률은 정권 전복까지도 갈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이다. 중국, 범보다 무서운 균(菌) 무소불위의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에서 당이나 범보다 무서운 것이 균이었고, 지난 3년간 코로나 균은 무소불위 공산당의 명령을 싹 무시하는 유일한 권력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균도 3년간 변이가 진행되면서 오미크론은 독감 수준으로 그 영향력이 낮아졌다. 중국 당국이 오미크론이 독감 수준 바이러스라고 주장하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는 시진핑과 당 상무위원 7인이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아닌지로 확인할 수 있다. CCTV-13번 뉴스채널에 매일 나오는 지도자 동향 보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일 기율위 2차 회의에 참석한 상무위원 7인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중국이 코로나 통계를 발표하든 말든, 수치를 조작하든 말든 진실과 팩트는 숨길 수 없다. 진짜 감염이 심각하고 후유증이 심각하면 인민들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는 결국 한 달 뒤 내수 지표로 나타난다. 중국이 코로나 방역 제한을 풀고 나서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 수치 발표를 중단하자 서방은 중국의 코로나 통계 수치 중단에 대해 의구심이 많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한데도 이를 숨길 목적으로 수치 공개를 중단하고 있다면 결국 나중에 중국은 진짜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바이두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중국인 이동지수(Mobility Index)를 보면 코로나 방역 규제 해제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방역 규제 해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서방 국가의 오미크론 상황을 감안해 보면 중국이 데이터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직관적으로 보면 독성이 약해진 오미크론은 치사율이 낮아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그간 오미크론 변이에 물백신으로 여겨졌던 중국산 불활성백신 대신 서방의 활성백신을 준비하고 있고 긴급 임상을 끝낸 중국산 코로나 치료제를 시판하고 있다. 공자(孔子)보다 대접받는 '먹자·놀자·가자·사자' 산업 중국은 지금 GDP에서 소비의 기여도가 65%나 되는 소비대국이다.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고 부동산 거래가 막히면서 소비가 마이너스로 전환하자 중국 경제에는 비상이 걸렸다. 어느 나라든 고학력 '먹물' 실업자가 많아 지면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중국은 2020년 이후 경기 악화로 취업을 못한 미취업자와 2023년에 대학을 졸업하는 1100만명을 포함해 취업준비생 2100만명이 대기 중이다. 그래서 중국은 2023년 경제 운영의 핵심 키워드를 안정으로 잡았다. 안정이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속내는 고용 안정이 최우선이다.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GDP 성장이 5%대 이상을 유지해야 최하 1100만명을 고용할 수 있다. 이미 소비가 경제성장의 주력이 된 마당에 5%대 성장 달성은 소비 정상화 없이는 불가능하고 소비는 부동산과 자동차가 대표적이고 소비의 실행은 코로나 유행 이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이미 일반화되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2022년 경제공작회의에서 부동산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바로 풀었다. 2022년 경제공작회의 직전에 중국은 2022~2035년 내수 확대를 위한 장기계획(扩大内需战略规划纲要2022~2035)을 발표하면서 2015년부터 '공급 측 개혁', 2020년부터 '쌍순환 전략에서 2023년부터는 '대소비'로 성장 전략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지금 중국 GDP 구성을 보면 제조업은 38%에 그치고 있는 반면 서비스산업의 GDP 기여도가 55%나 된다. 중국도 이젠 제조가 아니라 서비스 소비에서 GDP 성장이 나온다.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은 2023년부터 내수 확대와 서비스 소비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2035년까지 '내수 확대 장기계획'에서 중국은 의식주와 자동차 등 전통 소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문화·여행·양로·육아·건강·교육 등 서비스 소비와 자율주행·무인배송·공유경제 등 신형소비, 저탄소 녹색소비 등 4대 분야 소비 확대를 통해 내수 확대와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중국이 제조 중심이 아니라 소비와 내수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전환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것이 돈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줄곧 중국 위기론, 중국 피크론을 주장하는데 돈은 계속 홍콩과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탈(脫)중국이 아니라 작년 11월부터 1월까지 내리 석 달째 순유입 중이다. 중국에서 '공자(孔子)님'이 최고 성인이지만 리오프닝 시즌인 지금 중국 증시에는 공자 대신 '먹자·놀자·가자·사자' 산업이 대접받고 있다. 먹거리산업, 오락산업, 여행관광산업, 쇼핑산업 주가가 속등하고 있다. 증시가 중국 내수 확대, 소비 시대 도래를 먼저 반영하고 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 중국은 이미 “피크쳤다(peak china)”, 사실일까? 미국 연구기관 중심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부상해 온 중국이 이제 그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는 '피크 차이나론(Peak China)'이 나오고 있고, 미국을 추월해 세계를 주도하고자 하는 꿈도 물 건너갔다는 주장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 전략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칩4)를 통한 민주주의 가치 공유국가 간의 경제 동맹관계 구축을 통한 중국 압박으로 중국의 성장이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문제가 핵심이고 높은 부채비율도 문제라고 한다. 중국경제의 미국 추월론은 물 건너갔다고 하지만 그것도 아직 모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절대 성장률은 전 세계가 다 낮아졌다. 절대 성장률이 아니라 상대 성장률을 보면 중국은 미국보다 세계평균보다 여전히 두 배 이상 높다. 미국 콘퍼런스 보드의 2022년 11월 예상치에 따르면 2029년까지 미국은 1.7%, 중국은 4.4%, 2035년까지 미국은 1.6%, 중국은 4.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콘퍼런스 보드는 2031년에 중국 GDP는 미국GDP를 넘어서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MF 10월 예측에 따르면 중국의 2023년 GDP는 4.4%로 미국 1.0%, 일본 1.6%, 한국 2.0%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세계평균의 2.7%보다 1.6배 높다. 그리고 2023년 GDP가 2022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의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부자 되기 전에 늙는다는 말도 하지만 이것도 과장이다. 중국의 인구 고령화 비율은 미국, 일본, 영국, 한국보다 낮고 출산율은 한국, 일본, 영국보다 높고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채비율 얘기도 하지만 중국의 부채비율은 일본, 영국, 프랑스보다 낮다. 기업부채 과다를 중국위기론의 근거로 삼지만 기업부채비율도 중국은 프랑스보다 낮다. “차이나 런(china run)”, 돈(錢)박사는 뭐라고 답할까? 중국의 20대 당대회와 오미크론 2차확산을 계기로 '차이나 런(china run)'이란 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차이나 런'은 중국 회피와 차이나 뱅크런의 합성어로 중국 시진핑 3기 지도부 출범에 대한 우려로 중국에 대한 투자 기피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지배체제'가 강화돼 수출보다 내수, 규제 완화보다 확대, 미국과 협력보다 대결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들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시장이 '패닉'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 배경이다. 그러나 팩트 체크를 해보면 시진핑 집권 3기 출범으로 불거진 '차이나 런'은 그냥 카더라로 끝났다. 20차 당대회가 끝난 10월 24일 이후 중국증시의 외국인 자금은 이탈이 아니라 607억 위안 순유입이었고 연간으로도 828억 위안 순유입이다. 중국에 대한 외국기업의 FDI(외국인직접투자)는 2022년 들어 10월까지 누계로 보면 1683억 달러로 2021년의 1420억 달러보다 19%나 증가했다. 증시든 기업이든 '차이나 런'은 없었다. 중국의 20차 당대회에서 중국은 시진핑계가 7명의 상무위원 자리를 싹쓸이했다. 그래서 일당독재, 일인독재로 마오(毛)시대 폐쇄경제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서방세계에 넘친다. 그러나 72페이지에 달하는 중국의 20차 당대회 보고 문건 어디에도 폐쇄경제로 회귀한다는 얘기는 없었다. 보고서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 4대 핵심정책을 추진하는데 산업현대화, 농촌진흥, 지역발전에 이은 대외개방이 중요한 부분으로 언급되어 있고 5년 내 무역강국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명시되어 있다. 12월 16일에 끝난 중국의 2022년 경제공작회의에서도 대외개방확대를 다시 명확히 했다. 세계 1위의 무역대국이 다시 폐쇄경제로 돌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이다. 그런 일을 중국이 할 리도 없지만 서방세계는 중국경제를 색안경 끼고 보기 때문에 시진핑 3기 시대 폐쇄경제로 회귀설을 계속 쏟아내고 있는 것일 뿐이다. 돈 앞에서는 상대를 미워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만 만나면 냉정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다. 그러나 돈을 앞에 두고는 상대를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감정에 휩싸이면 사리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과 이웃하고 중국을 가장 큰 거래선으로 두고도 중국을 잘 모른다. 잘나갔던 한국의 자동차와 휴대폰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0~1%대로 추락한 것이 중국시장 문제인지 한국의 기술, 가격, 마케팅 경쟁력의 문제인지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고 미국과 독일 일본계 자동차회사들은 건재한데 한국 자동차의 점유율만 급락했다. 세계 2위의 휴대폰업체인 애플 역시 중국시장에서 점유율은 견조하다. 중국은 1인당소득이 1만2000달러지만 이는 14억 인구를 줄 세웠을 때 7억등하는 사람의 소득수준이고 상위 5천만명, 1억등하는 이들의 소득수준은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중국에는 포춘 500대 기업이 모두 들어와 있고 중국 기업은 이들 기업에 OEM 생산에서 시작해 기술력을 높였고, 이들 기업과 경쟁하면서 경쟁력을 올렸다. 중국시장은 지금 모든 제품에 있어 금, 은, 동메달만 살아 남는 올림픽경기장이다. 코로나19 이전 중국의 연간 해외관광객수는 1억6000만명이었다. 중국의 유커들은 전 세계 모든 관광지 면세점과 명품점에서 쇼핑하면서 메이드인 코리아가 세계의 면세점과 명품점에는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중국에는 이미 싼 것 찾던 가성비의 시대는 갔고 가심비의 시대가 왔다. 중국이 브랜드와 명품에 목숨 거는 나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6년 전 한류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는 이미 가성비 시대의 한류는 잊은 지 오래다. 1인당소득 1만2000달러대의 나라지만 전 세계 명품의 35%를 사들이고 전 세계 벤츠의 36%를 소비하는 나라가 지금 중국이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를 사고 노트북, 휴대폰, 디지털TV의 최대 소비자가 중국이다. 이런 나라를 하루 빨리 떠나야 한다고 하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일까? 지금 한국의 양대 첨단산업의 중요한 소재공급국도 중국이다. 중국은 반도체산업의 기초소재인 실리콘의 72%를 공급한다. 배터리산업에서도 기초소재인 리튬 공급의 59%가 중국이고 한국의 대중국 리튬 수입 비중은 81%나 된다. 우리는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어설픈 미국발 '차이나 런', '피크 차이나 '론에 동조하기 보다는 중국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한국의 실리를 제대로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 (9)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시진핑 3기, 기술전쟁에 대비한 전시내각을 구성 5년만에 열린 중국의 20차 당대회는 전당대회라기보다는 시진핑군단, 시자쥔(习家军)의 단합대회였다. 시자쥔이 상무위원 7명을 싹쓸이하고 시진핑과 오랜 직연(職緣)으로 맺어진 이들 일색이었다. 새부대에 새 술이 아니라 오래된 술로 채웠다. 지난 30년간 유지되어온 집단지도체제와 상해방, 공청단파와 상호견제와 균형은 완전히 사라졌다 미국이 무역전쟁, 기술전쟁으로 전쟁터를 확대시켜가는 과정에서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시자쥔의 권력독점의 배경이다. 24명의 정치국원 중 1/4인 6명을 우주항공, 핵, 환경, 의료분야 전문가로 채워 미국과의 기술전쟁에 대비한 전시내각을 방불케 했다. 중국은 2035년에 경제력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2049년에는 군사력에서도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1위의 꿈을 “사회주의 현대화”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건설”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로 포장했다. 중국은 2등까지는 미국을 베꼈지만 미국을 넘어서려면 미국이 아닌 중국의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중국식 현대화”를 선언했다. 그러자 서방언론에서는 중국이 시장경제를 포기하고 다시 폐쇄경제로 돌아선다는 주장이 많지만 당대회 보고문을 읽어보면 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 개방경제의 플랫폼위에서 사회주의 개발독재를 하려고 한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문제다. 서방세계는 중국이 일인집권의 부정적 효과로 폭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이 자본주의 플랫폼을 유지하면서 개발독재를 하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생기겠지만 중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 IMF의 10월 예측치에 따르면 중국 GDP는 2021년에 미국GDP의 77%에서 2022년에는 81%, 2027년에는 93%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은 1995년 일본이 달성했던 미국GDP 73%를 이미 2021년에 훌쩍 뛰어 넘었다. 미국과 서방의 “중국 머슴전략”이 끝났다. 이제 시진핑 3기정부들어 차이메리카의 석양이 저물고 있다. 30년 협업관계, 하청과 원청이 갈라서는 과정에서 거대한 충격과 변화가 기다리고 있지만 하청과 원청의 중간지대의 한국은 하청과 원청의 경쟁을 제대로 읽지 않고 있다. 특히 하청이 원청을 엎는 전략을 모색하고 끝없이 부상하고 커지는 데도 우리는 원청의 입장에서 하청의 몰락만을 끊임없이 얘기하지만 실상은 원청을 하락하고 하청은 부상하고 있다. 한국기업이 잘나갔던 대중국 관계 30년은 지나갔고 혹한의 날씨가 기다리고 있다. 이젠 제조업은 미국, 일본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이겨야 세계 1등이고 ICT마저도 소프트는 아직 미국이지만 하드웨어는 중국을 이겨야 세계 1등이다. 미국과 일본을 벤치마크해 일어선 한국 새로운 창조는 없고 진화만 있었다. 미국과 일본이 세계화의 이름으로 자본의 통제를 통해 생산을 지배하고 ROE(자기자본/순이익)경영을 위해 스마일 커브의 양 끝단 만을 관리하면서 생산기지를 아시아로 옮기는 전략에 편승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여기 까지다. 중국의 부상이, 부상이 아닌 미국을 추월할 정도로 커지고 아시아를 지배할 정도로 커지면서 미국과 서방의 중국 머슴전략은 끝났다. 주인이 머슴이 하던 일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 미국과 서방의 프렌드쇼어링, 니어쇼어링, 리쇼어링이지만 말만 무성하지 실질이 없다. 미국은 40년전 집 나간 기술을 보조금으로 유혹하지만 한번 집 나간 불량 청소년이 용돈 더 준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렸다. 결국 집 나간 큰아들 다시 불러 모으기보다는 큰 아들을 넘어서는 똑똑한 둘째, 셋째를 키우는 것이 답이지만 그럴러면 20년-30년이 걸리고 고액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급한 마음에 얼굴은 다르지만 성은 같은 한국과 대만 같은 양자를 들이지만 양자는 양자일 뿐이다. 최고의 작품은 최악의 상황에서 탄생한다 한국은 지금 대중국 무역적자로 난리다. 중국의 배터리소재가격의 급등과 한국의 반도체수출감소가 직접적인 이유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근본적인 것이 있다. 한국의 대중국 오만이 부른 사고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의 마술에 걸렸다가 물 빠지자 사고 친 것이다. 중국의 변화, 세계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글로벌한 시각의 경영자, 중국을 보는 시각을 가진 경영자가 필요하다. 일본이 영국을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한 것은 유학이었다. 신사유람단 보내고 대국을 공부한 것이다. 한국은 중국공부가 부족했고 중국공부를 등한시했다. 중국에서 실패한 기업에 물어보라, 현지에 파견한 현지법인 사장중에서 중국에서 학교 나온 사람이 있는지, 중국어로 중국기관을 설득하고 중국경쟁자와 파트너에게 중국어로 농담하고 욕하고 놀고 밥 먹으며 얘기할 실력이 되는 사람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강물은 30년은 서쪽으로, 30년은 동쪽으로 흐른다. 판이 바뀌는 것을 읽지 못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싱크탱크가 없었다. 트랜드 읽는 싱크탱크를 기업의 장식품으로, 원가센터로 인식한 결과다. 세계 10위 경제권에 버금가는 번듯한 중국연구소가 하나 없다. 기업이 답답할 때 물어볼 프로집단이 없다. B플랜이 아니라 Z까지플랜이 있어야 하고 선택지는 넓을수록 좋지만 넓은 선택지는 넓은 인재풀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이 왜 중국에 터지냐는 것은 정보와 연구의 문제다. 중국은 한반도연구에만 목숨 거는 이가 수백명인데 한국의 대중국연구소에 그게 민간이든 관영이든 중국에서 학위 받은 중국박사가 10명있는 곳이 없다. 한중관계 갑갑하다. 새정부의 대중외교도 갑갑하고 기업들의 전략도 앞이 안보인다. 중국이 시진핑3기 정부 들어서 무엇을 하려는 지도 잘 모르고 들려오는 소리는 중국에서 퇴출하고 중국에서 당했다는 뉴스만 들린다. 그러나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 FDI는 2018년이래 줄어든 적이 없고 2022년에도 사상최고치다. 미중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전세계의 대중국투자는 줄지 않고 있다.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세계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공장은 시장 가까이에 짓는 것이 답이라는 경영학 원론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한국은 그간 30년간 미국과 일본에 배운 기술로 산업의 국제적 시차를 노려 중국에서 꿀을 빨았지만 이젠 그게 끝나가고 있다. 한국수교 30년간 한국은 7800억달러 무역흑자를 누렸고 같은 기간 미국으로는 3800억달러 무역흑자에 그쳤다. 고수는 10년간 칼 한자루만 간다. 한국, 제조업의 고수와 만났다. 필살기를 만들고 쓰지 않으면 다친다. 최고의 와인은 긴 시간 어둡고 습한 지하에서 숙성되어야 신의 물방울이 된다. 거장의 작품은 모두 인간적 고뇌와 열악한 환경이 만들어 냈다. 앞으로 한국의 대중전략, 대중국 사업성공은 고통 없이 이룰 수 없다. 세계의 시장으로 커지는 중국 앞에서, 한치 앞이 안보이는 고통의 시대를 한국은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치열하게 경쟁해서 이겼을 때 경쟁력은 생긴다 한국, 중국에서 방 빼고 비중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봇물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한국의 산업구조와 중국의 실력을 제대로 보고 얘기해야 한다. 중간재와 자본재가 주력인 수출품목인 나라에서 세계최대의 공장인 중국을 빼고 유럽과 미국으로 시장을 전환할 수가 없다. 이미 제조업이 40-50년전에 집 나간 유럽과 미국은 소비의 나라이지 생산의 나라가 아니다. 중간재 자본재가 필요 없다. 지금 중국은 세계 2위의 소비시장이다. 세계 핸드폰, 노트북, TV, 자동차, 전기차의 최대 소비자다.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 경쟁이 치열하다고 방 빼서 경쟁 없는 베트남 동남아 2류국가로 가면 진짜 2류된다. 경쟁력은 치열하게 경쟁해서 이겼을 때 생기는 것이지 궁둥이 빼서 경쟁 약한 곳에서 큰 소리 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포기는 김장할 때 배추 셀 때나 쓰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중국은 우리는 버릴 수 없다. 우리 또한 중국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버금가는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버릴 이유가 없다. 중국은 우리와 이념의 동지 사상의 친구였던 적이 없다. 오로지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맺어진 철저한 이해관계다. 여기에 감정 섞으면 실수한다. 한중관계 철저하게 이해관계로 보면 된다. 그간 중국에 당했다면 첫째 공부해야 한다. 극중(克中) 하려면 지중(知中)이 먼저다. 둘째, 중국에 홀대 받았다고 툴툴거릴 시간에 중국에 먹히는 기술과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모든 화(禍)는 입에서 나온다. 미국과 중국 같은 대국과 상대할 때는 신중하게 말조심하고 탈(脫)중국만 되 뇌일 게 아니라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는 나라에 진(進)중국해서 돈 벌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