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주경제 수석논설위원
- 가천대 교수
- 前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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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국회의 대통령 탄핵 결의로 사실상 최고통치권자의 유고 상태다. 이럴 때 경제와 안보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려면 어떤 방책이 필요한가.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정경일체(政經一體)가 되어 신속하고, 단호하며, 투명하게 행동함으로써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기에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제와 안보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선 여러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첫 번째는 정치적 안정과 제도적 복원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헌법 절차를 준수하는 게 급선무다. 탄핵 절차가 법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도기적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통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정치적 차이보다 국익을 우선시하기 위해 정당 간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경제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먼저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주요 경제 정책을 유지하고 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피하는 것이다. 금융 부문 지원도 긴요하다.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컨대 한국은행은 금리 조정과 유동성 지원 등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할 수 있다. 아울러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한국의 장기적인 경제 펀더멘털을 강조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일시적 부양책으로써 필요한 경우 중소기업 지원, 고용 안정,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단기 대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세 번째는 안보와 국방 조치를 단단히 챙기는 일이다. 먼저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특히 북한의 중대한 안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군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대비태세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지역 동맹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맹국, 특히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고 외부 위협을 억제해야 한다. 내부 불안 방지도 중요한 안보 사항이다. 시위나 불안을 관리하기 위한 적절한 보안 조치을 취하면서 시민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네 번째는 대중과의 소통과 투명성을 확대하는 일이다. 열린 소통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부 관계자는 잘못된 정보와 유언비어가 퍼지지 않도록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를 자주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대중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대중의 우려를 인정하고 거버넌스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먼저 위기관리 태스크포스를 설치한다. 고위급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새로운 문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해결한다. 에너지, 통신, 교통 네트워크를 포함한 중요 인프라를 보호하고 서비스 중단이 없도록 현장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국제 외교를 챙겨야 한다.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해 한국의 무역 파트너와 동맹국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악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외부 행위, 이른바 ‘지정학적 착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국가위기 관리의 기본적인 프로토콜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가 흥분해 불안정한 탄핵 정국에서는 기본을 망각함으로써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는 것을 외국 사례에서 자주 목격해 왔다. 다행히 우리는 2004년 3월 12일부터 2004년 5월 14일까지 진행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소추·심판사건(노무현 탄핵소추)의 와중에서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슬기롭게 수행한 경험이 있다. 세계 주요 미디어들은 이번 한국의 탄핵 사태를 보면서 한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칭찬하면서도 이 사태를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하고, 과연 이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설타임스는 며칠 전 한국의 탄핵 사태와 관련해 '정치적 무권위(No political authority): 한국의 임시 지도자가 직면한 어려운 과제'라는 내용의 머리기사를 실었다. 현재 한국 상황은 노무현 탄핵 소추 때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위기의 늪에 빠져 있는 시기와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와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정권이 펼칠 강권 외교에 벌써부터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행정과 외교의 커리어가 이미 나라 안팎에서 공인된 인물이다. 과거 노무현 탄핵 정국 때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한 이력이 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계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기대하는 이유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특히 미국 정치·경제 상황 전개를 파악해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새로운 경제협력의 실마리를 찾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주특기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가 기축으로 삼는 ‘공급 중시 경제정책’을 잘 분석해 보면 차제에 한국 경제를 재흥(再興)시키는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는 공급 중시 경제정책 옹호자다. 그의 경제 철학은 재화와 서비스 공급을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을 강조하는 공급 중시 경제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는 일반적으로 세금 감면, 산업 규제 완화,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자유시장 원칙 장려 등이 포함된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 이후 감세·일자리 법안과 다양한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노력과 같은 공급 중시 정책을 폈다. 베센트는 3-3-3 원칙을 내세운다. 그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3%로 줄이고, GDP 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고, 산유량을 하루 300만배럴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3-3-3 규칙'을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베센트의 접근 방식은 정부 개입을 줄이고, 민간 부문의 성장을 촉진하며,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치·경제에 나타날 '일런 머스크' 효과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얼마 전 SNS를 통해 취임 첫날 멕시코과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학의 기본 이론에 의하면 관세의 비용은 결국 수입국 소비자와 수출국 기업이 부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약 관세 보복 전쟁이 벌어진다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차기 정권(트럼프 2.0)에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화부를 자문기관으로 신설했다. 이는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중시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2조 달러(전체 지출의 약 30%) 지출 삭감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최근에는 국제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포함해 5000억 달러 이상 삭감을 제안했다. 이는 의회가 승인하지 않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지출로,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세, 규제 완화, 작은 정부의 조합은 미국 민간 기업의 애니멀 스피리트(도전 정신)를 자극하고 개인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것이 실현된다면 관세로 인한 경기 하방효과를 상쇄하거나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 믹스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소니파이낸셜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가노 마사아키는 “정부 기관의 대폭 축소는 다양한 마찰을 일으키고 미국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밀월 관계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향성을 강화하는 트럼프 2.0에서 이러한 정책이 잘 작동하면 미국의 내수 진작을 통한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일런 머스크 효과’에 힘을 주듯이 트럼프는 지난주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밴스 차기 부통령의 정책 고문을 지낸 게일 슬레이터를 임명하고,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는 현 위원인 앤드루 퍼거슨을 승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기업 규제와 거리를 두고 스타트업의 성장과 기술 혁신을 중시하는 인물이 선임돼 M&A(인수합병)도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강경 노선만은 대체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AI·가상화폐 차르(총책임자)’에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명했다. 색스는 오랫동안 실리콘밸리 권력 구조의 중심에 가까이 있었다.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었던 그는 수년간 페이팔의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했으며 일론 머스크와도 가까운 사이다. 색스는 자신의 팟캐스트와 소셜 미디어에서 트럼프의 친산업적 입장이 기술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의 세상은 더 위험해졌다. 두 곳의 지역 전쟁, 미·중 경쟁 심화, 러시아와 이란·북한이 일으키는 심각한 혼란, 세계 경제의 침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파괴적 기술이 트럼프 1기와는 전혀 다른 요구를 정권에 던질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의 영향은 광범위하다. 거래 중심의 외교 스타일과 초강대국 대통령의 영향력이 자칫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발동될 가능성이 높다. 한덕수 권한대행과 정치권은 탄핵 사태에 따른 내정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노력 이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그에 따른 외세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비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진정한 길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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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할 때 이뤄지는 대통령의 외유는 여론으로부터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야당의 비난 공세는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APEC(14~15일, 페루 리마 현지시간) 참석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린 타이밍을 생각해 보면 윤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은 세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최신 동향을 탐색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세계의 초미의 관심은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트럼프 2.0)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펼칠 새로운 미국의 시대와 글로벌 정치다. 그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서로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일종의 탐색전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접근을 노리는 중국의 자세가 부각됐다. 대중 관세 인상을 내건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는 2025년 1월 출범한다. 미·중 갈등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먼저 “지난 2년 동안 국제 정세가 많이 변했고, 양국 관계가 전반적으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했다”며 “정세가 어떻게 변화를 하든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지키며, 호혜 상생의 목표를 견지함으로써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서로 통하며 경제가 서로 융합된 장점을 잘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Strategic Cooperation Partnership)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양국 국민에게 복지를 가져다주고, 지역의 평화, 안정과 발전, 번영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과 그 역할을 함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시진핑 주석이 한동안 잊었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다시 꺼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외무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갓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공세에 자극받은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 등이 활발한 외교를 펼쳤다. 바이든 행정부 외교의 핵심 중 하나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상처받은 나토 국가 등과의 동맹관계 재구축이다. 중국은 이에 대한 외교 전략으로 파트너십 외교를 내세웠다. 중국 외교에 동맹관계라는 말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중국의 동맹관계는 군사력을 우선시하고 블록화를 추진해 중국을 비롯한 동구 국가들을 무너뜨리기 위한 국가관계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국제사회가 세계화되고 국가관계가 다양화·복잡화된 오늘날 동맹관계는 냉전시대의 유물과 같은 것으로 현실에 맞는 '신형 외교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중국이 말하는 파트너십 외교다. 그 정의는 ‘서로 상대를 적으로 하지 않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공통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요구해 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경제 관계를 축으로 폭넓은 국가 관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미국 쪽에서 보면 다른 형태로 인식된다. 미국은 일본을 비롯해 10개 이상의 국가·지역과 동맹 조약을 맺는 동시에 세계 150여 개국에 미군을 파견·주둔하고 있다. 개혁개방 정책에 성공해 급속히 국력을 키운 중국은 뒤늦게나마 미국 중심의 국제관계로 파고들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중국식 파트너십은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외교세계를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파트너십 외교를 펼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다. 대상국은 가까운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영국, 프랑스, 독일, EU, 나토, 동남아시아국가들, 중남미 국가에서부터 아프리카, 중동 국가 등 40곳을 넘는다. 주목할 것은 상대국에 따라서 파트너십에 붙는 형용사가 다르며 확실한 랭크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란과 아세안과 같은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은 최상급의 등급이다. 그 아래는 전략 파트너십, 우호적 파트너십, 전통적 협력 파트너십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일본과는 1998년 우호협력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2006년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표현에 합의한 바 있다. 교섭에 임한 일본 외무성 간부는 “파트너십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중국이 만들고자 하는 질서 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인상이 되기 때문에, 굳이 전혀 다른 개념과 말을 꺼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신형의 대국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번 APEC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시 주석은 15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공통 이익을 확대하는 ‘전략적 호혜 관계’의 포괄적인 추진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서의 큰 방향성을 확인했다. 시 주석은 “중·일은 윈윈의 협력을 견지해 글로벌한 자유무역 체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국의 발전은 일본과 세계의 근린 국가들에 기회다. 양국의 인적 교류 등을 깊게 하자”고 촉구했다. 둘째는 미국 정책전문가들의 인식을 파악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번 APEC 행사에 맞춰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5일 도쿄에서 공동주최 심포지엄 '미·일 신정권과 인도태평양의 미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에 우려를 표명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시아 외교를 총괄했던 러셀 전 차관보는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와 북한, 중국의 연계가 강화되고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3국의 방어와 억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딜(거래)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우려도 잇따랐다. 존 햄리 CSIS 소장은 트럼프가 주일미군 주둔 비용의 일본 측 부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도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 같다.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2023년 1월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일본 등 아시아 담당 대표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비먼은 미디어 인터뷰에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해 “대부분의 국가와 무역관계를 재설정할 것 같다. 미국의 관세를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먼은 “미국 국내 정치가 강경 우파와 급진 좌파로 양극화되어 있고, 양 극단은 무역의 폐해에 대해 대체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역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오랫동안 무시되어 온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궤도가 “새로운 정상이 됐고,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그 속도와 강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 대한 태도가 한층 더 강경해질 것이며 차기 정권은 무역적자를 협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셋째는 트럼프 차기 대통령을 설득하는 지견(知見)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의 워싱턴 주재원으로 대외 로비를 담당했던 한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가 기고한 ‘트럼프 시대’에 대한 제언이 있다. 미국 대통령 임기는 4년이지만, 워싱턴은 2년 주기로 움직인다. 하원이 2년마다 재선거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초부터 시작되는 트럼프 행정부와 119대 의회가 2026년 가을 중간선거까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어떤 정책을 실행하고 법안을 통과시킬 것인지, 즉 차기 행정부와 의회의 어젠다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트럼프 시대에는 SNS에서 대통령의 불규칙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잡음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가끔 중요한 발언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은 무시하고 SNS를 통해 평이한 말로 국민들에게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새 정부에서도 같은 방식을 많이 사용할 것이다. 잡음과 중요한 발언을 구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다음으로 워싱턴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 관계자와의 인맥이다. 새 정부에서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조기에 파악해 파이프를 만드는 것이 매우 긴요한 일이다. 또한 새 정권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그 정권의 어젠다를 바탕으로 대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쉬운 말로 스토리텔링화하여 설득방식으로 삼는 것도 유용하다. 어찌 되었든 두 번째 트럼프 시대는 첫 번째보다 더 혼란스럽고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는 것이 좋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신호에서 ‘트럼프의 '세 가지 특성’에 놀아나는 세계 정상들‘이란 특집기사를 냈다. 이 특집에 실린 첫 사례가 흥미롭다. “2019년 5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시)이 지바현 모바라 컨트리클럽에서 함께 한 골프는 두 사람이 함께 한 총 5번째 라운드였다. 골프장에서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을 포착한 당시 사진을 보면 두 친한 친구가 봄볕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사람이 클럽하우스에서 먹은 점심은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한 더블 치즈버거였다. 제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베 총리는 변덕스러운 트럼프를 능숙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마스터 클래스였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 교훈을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 역시 배우고 있다. 트럼프 정권을 상대하는 데 있어 감정 기복이 심한 트럼프의 성격이 정책적, 경제적 대응과 함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트럼프에 대처하는 전략의 기본 요소는 아첨(Flattery), 산만함(distraction), 골프다. 이 세 가지가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순간부터 아베의 전략 핵심이었다. 전 세계가 놀라고 동요할 때 아베 총리는 주요국 정상들 중 가장 먼저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의 승리를 축하했다. 이때 금색 골프채를 선물로 들고 갔고, 이후 두 개의 골프채를 추가로 트럼프에게 선물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일본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피하고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완화시킨 것도 아베 총리가 잘 버틴 결과였다.” 외교적 이익을 얻으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차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에 대비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초당적인 대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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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7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체코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2025년 3월 계약 체결, 2029년 착공, 2036년 상업운전’.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9월 19~22일)으로 원전 세일즈 외교가 9부 능선을 넘어서면서 원자력 발전을 차세대 핵심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자는 논의가 강하게 일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영업 실적에 따라 나라 경제가 웃고 우는 극심한 편향 경제체제를 벗어나지 않는 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리스크에 상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삼성과 현대 외에도 튼실한 대기업들이 포진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과연 이들 1진 그룹에 이어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을 갖고 있고, 미래 시장성이 밝은 블루오션이 기대되는 분야’라는 조건을 충족하며 차세대를 담보할 기업과 산업이 우리에게 있는가.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서 비롯된 경제안보 시대에 한국은 지금 1진 그룹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그 뒤를 받쳐줄 2진 그룹마저 보이지 않는 전도가 매우 불투명한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그 탈출구로서 원전산업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와 경제계는 많은 국가가 첨단 산업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 중립, 에너지 안보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 해결책이 원전 확대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을 반도체, 무기 등과 함께 수출 강화 분야로 꼽고 있는 배경이다. 이러한 정부와 경제계의 인식을 확신시키는 분석 기사들이 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21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원자력 발전을 향한 빅 테크의 돌진, AI 도약으로 전력 수요 급증’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꼽을 수 있다.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세계의 빅 테크들이 원자력 발전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주 아마존은 워싱턴주의 전력회사와 4기의 차세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으며, 버지니아주에서도 비슷한 계약을 체결하고 SMR 개발업체인 X-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했다. 구글은 스타트업인 카이로스 파워가 건설할 SMR에서 전력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에 폐쇄한 (1979년 부분 붕괴로 폐쇄된 발전소의 옆 발전소) 펜실베이니아의 스리마일 아일랜드 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년 전력 구매 계약에 합의했다. 1979년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2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해 미국 내 원전 신규 건설이 수십 년 동안 정체된 원인이 됐다. 원전의 심각한 사고는 스리마일 아일랜드,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1986년), 후쿠시마 제1원전(2011년)에서 일어났다. 사고를 면한 1호기는 운전을 계속했지만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화력 발전의 부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 운전기간 인허가는 34년까지였지만 이를 기다리지 않고 2019년에 폐로하기로 했다. 이번에 재가동하는 것은 1호기이다. 컨스텔레이션은 약 16억 달러를 투입해 안전 대책을 추진하고 원자력 규제 당국의 인허가를 거쳐 2028년까지 재가동한다. 또한 54년까지 운전 인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빅테크들의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은 주로 전력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AI)의 도약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AI(챗GPT)에 정보처리를 한 번 요청(쿼리)할 때 소요되는 전력은 일반적인 구글 검색의 최대 10배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16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서는 교통수단의 전기화와 '리쇼어링' 노력으로 촉발된 제조업 르네상스에 더해 데이터 수요가 증가하면서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가 이전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유럽의 경우 2023년부터 2033년까지 전력 수요가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주 “석탄 시대와 석유 시대를 지나 전 세계가 전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했다. 빅 테크들은 미국과 같은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면 자체적으로 많은 발전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탄소 배출 제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친환경 전력을 사용해야 하며, 이미 풍력과 태양광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이제는 원자력 에너지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은 원칙적으로 기후 솔루션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원전은 바람과 햇빛을 포함한 기후에 좌우되지 않고,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다. 문제는 1000메가와트(1메가는 100만) 규모의 원전을 건설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런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원전에 비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빨리 건설할 수 있는 300메가와트 규모의 SMR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론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전력이 필요한 곳과 가까운 곳, 이미 전력망에 연결된 이전 석탄발전소와 같은 부지에 설치할 수 있다. SMR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빅 테크의 재정적 영향력과 혁신적인 노력을 감안하면 SMR 개발이 빨라지리라는 전망도 있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사업에서 이룬 성과에서 보듯이 정부 주도의 재정 지원 개발에서 민간 자금 조달로 주도권 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다. 어찌 됐든 2030년 이전에도 AI 기반 데이터 수요가 급증할 것이므로 빅 테크들은 풍력과 태양광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AP통신은 “전력과 청정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원자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지난 17일 뉴욕발로 전했다.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 감축에 주력하면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센터와 AI의 강력한 발전으로 인해 기술 부문의 에너지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많은 기업과 정부들은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선호되지 않았던 전원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매킨지에 따르면 미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2030년까지 전력 수요가 3배 이상 증가해 80기가와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약과 아울러 오라클은 SMR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올해 초 펜실베이니아 원전에서 전력이 공급되는 데이터센터를 사들였으며, 소형 원자로에도 투자하고 있다. 매킨지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전력 부문이 AI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에 대한 접근성은 새로운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 셈이다.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는 탄소 배출량을 '넷(순)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와 맞물려 원전에 대한 대가가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전은 이미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20%를 공급하고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까지 북미에서 원자력 발전 용량이 거의 세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여전히 원전 개발을 유예하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위스콘신, 켄터키,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는 원전 건설의 문을 다시 연 주들이다. 뉴욕을 포함한 다른 주에서는 규모와 위치에 따라 부분적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러한 원전 수요 증가로 원전 기술 회사와 우라늄 채굴업체들의 주가가 강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뉴스케일 파워는 주가가 2023년에 40% 급등한 데 이어 올해 5배 이상 급등했다. 이 회사는 SMR을 만든다. 우라늄 가격은 15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했다. 가격 급등은 우라늄 채굴업체와 동종 업체들이 연료 수요 증가에 직면하면서 카메코와 넥스젠을 비롯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외신 보도는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IT 대기업과 전력 사업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GX·DX의 전제로서 원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모습이다. AI로 인한 컴퓨팅 수요 증가로 전력 확보가 다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건설과 기술 개발의 여지가 큰 원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음을 특히 주목해야 한다. 빅 테크 기업들의 관심이 전력에 집중되면서 기존 원전의 재가동, 소형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핵융합 발전 등 신기술 개발에도 투자와 두뇌가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냉전 종식 후 정체되어 있던 우주개발이 스페이스 X의 진입으로 급변했듯이 원전에도 빅 테크 기업들의 자금과 두뇌가 유입되고 향후 AI가 활용되면서 급격한 발전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원전 강국’인 한국은 세계의 큰 흐름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원전 르네상스’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원전산업 발전을 가속화해 세계 원전시장에서 앞서나가면서 산업혁신과 신산업 창출을 통한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대형 원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SMR 개발을 가속화해 미래에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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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성의 거인’ 유발 노아 하라리가 AI의 위험성을 다룬 신간 <넥서스(Nexus)>도 세계의 서점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금주에 한국판으로도 소개되는 책이다.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하라리는 지금까지 그의 핵심 저서인 <사피엔스 전사> <호모 데우스> <21레슨> 등 3권의 대작을 출간했다. 이 책들은 모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다른 저서를 포함해 전 세계 65개 언어로 4500만부가 발행되었다. 하라리는 <사피엔스 전사>에서 인류가 '허구'(픽션)를 공유하고 대규모 인원이 협력함으로써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막강한 힘을 얻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번의 신간 <넥서스>에서 '정보'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인류의 역사를 대담하게 읽어내고 있다. 예로부터 인류는 정보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 왔을까? 정보 네트워크는 인류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가? 3권의 대작 출간 이후 급부상한 '생성 AI'와 '가짜 정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지금 인류가 직면한 시급한 중요 과제에 대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언하는 책이다. 영문판 소개문은 다음과 같다. “넥서스는 인류사라는 망원 렌즈를 통해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우리를, 그리고 이 세상을 형성해 왔는지를 고찰한다. 석기 시대부터 성서 정경의 성립, 근대의 마녀사냥, 스탈린주의, 나치즘, 그리고 오늘날 포퓰리즘의 부활까지, 하라리는 정보와 진실, 관료제와 신화, 지식과 권력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사색을 촉구한다. 하라리는 역사 속 다양한 사회와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정보를 이용해 좋든 나쁘든 목적을 달성해왔는지를 탐구한다. 그리고 인간 외의 지능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서둘러야 할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라리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보 혁명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역사는 결국 과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배우는 것이다. 역사는 무엇이 변하지 않고, 무엇이 변하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역사는 결정론적인 것이 아니며, 넥서스는 과거를 이해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충분한 지식에 기반한 선택을 한다면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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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과학기술 대혁신의 기회를 맞이했다. 우선 과학기술 행정체계가 막강하게 갖춰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행정사상 유래없는 5차관 체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차관(과학기술정책), 2차관(정보통신정책), 과학기술혁신본부장(정부과학기술예산 총괄)과 산하의 우주항공청(우주정책, 2024년 5월 27일 설립) 청장 그리고 대통령비서실의 과학기술수석비서관(2024년 1월 25일)이다. 신설된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4명의 비서관을 거느린다. 이 비서관들은 연구개발(R&D) 정책, 디지털 정책, 바이오 메디컬 정책, 미래전략기술정책을 각각 맡는다. 지금까지 1인 비서관이나 보좌관이 임명되어 주로 경제수석 밑에서 일을 해온 것과 비교하면 최대의 조직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은 내년도(2025년) 예산이 올해 대폭 삭감되기 전인 2023년도의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 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연구개발투자는 역대정부에서는 급속확대에 누구도 손을 못 대는 성역이었다. 예컨대 2014년 17조7000억원에서 2023년 31조1000억원으로 줄곧 늘었다. 최근 10년간 약 175% 증액된 것이다. 이러던 것이 2024년도에 2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15% 삭감된 것이다. 이제 과학기술전략은 더욱 든든하게 짜졌다. 정책의 추진과 진보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행정의 일사분란한 집행에 달려있다. 무엇보다도 과학기술계 민심의 회복이 급선무다. 과학기술계의 불만과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 세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올해 예산삭감 과정을 투명하게 정리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이래야 정부 연구개발 예산삭감과 관련한 일부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고, 연구현장을 중심으로 일을 한다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양적·질적으로 국가연구개발 역량을 높여온 게 사실이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세계 최초의 5G(5세대 통신망) 상용화, 과학 인프라경쟁력 세계 1위(2024년 스위스 IMD), 과학기술 논문 발표 연평균 5.8% 증가, 국제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2021년 기준) 등 괄목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투자 효율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연구성과의 민간활용이 미흡하다, 사업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실제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투자 전략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부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세계 5위임에도 불구하고 선도국과 기술격차가 여전하며 후발국의 도전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도 기술력을 보유한 영역은 줄어들었고, 연구의 질적 수준은 정체된 채 과학경쟁력이 기술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꺼낸 것이 투자혁신책이다. 정부는 “R&D 구조전환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정부의 과감한 혁신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R&D예산의 혁신을 통해 국가 재도약과 신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이를 정부는 ‘선도형 R&D 전환’이라고 정의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R&D 투자 시스템의 4대 혁신을 추진했다. 도전적·혁신적 연구, 글로벌 혁신, 연구생테계, 전략기술 등 4개 부문으로 나누어 그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러한 전환은 모두 ‘글로벌 R&D 추진 전략’에 수렴토록 했다.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다. 정책의 성패는 타이밍과 수순에 달려있다. 이 둘은 동전의 앞뒤처럼 같이 가야한다. 주지하듯이 정부의 R&D 구조전환이 대학·출연연구기관·기업 등 연구현장에 혼란은 준 것은 타이밍과 수순이 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맞선다. 이 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설명부족을 지적하는 편이 많다. 정책설명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디테일’에 해당한다. 그러나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이 디테일이 전체를 그릇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점에서 신임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연구현장과의 소통을 취임 일성으로 들고 나온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소통방식은 지침과 통보의 시대에서 설득과 납득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공동 참여·기획의 시대로 변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둘째, 세계의 거시적 조류를 파악하면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해 대처해나가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 대국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 나라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 ‘신중하고 대담한 정부’를 국시(國是)처럼 여기고 있는 싱가포르를 보면 좋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18일 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큰 폭의 리셋(reset)이 필요하다”며 국가 정책과 더불어 국민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독립기념일 연설은 싱가포르 총리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연설로 꼽히며, 지난 5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다. 웡 총리는 싱가포르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에 대해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되는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상호 의심과 불신은 계속될 것"이라며 자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경제 측면에서는 서구 국가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자국 내로 생산기지를 회귀하는 움직임과 중국 및 신흥국의 부상을 언급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새로운 인프라,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소국인 싱가포르는 그동안 연구개발과 혁신의 선진적인 거점이 되어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왔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웡 총리는 연설에서 국내외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며 “몇 년에 한 번씩 규제와 프로세스를 철저히 검토하고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웡 총리는 구체적인 내정 정책에 대해 경제, 가정, 주택, 주택, 교육 등 4개 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및 격차 문제 대응이 시급한 상황으로, 2023년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속보치)이 0.97%로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에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육아휴직 제도 확대와 우수 자녀 교육 지원 제도 개편 등을 새롭게 제안했다. 웡 총리는 연설에서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는데, 시대에 맞는 웡 총리다운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웡 총리의 정책 방향과 함께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왜 최근 줄지어 싱가포르에 몰려가 바이오 헬스 연구소,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첨단 연구개발 허브를 구축하고 있는 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술패권을 노리는 미국이 대외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하는 패턴을 잘 분석해 ‘K-U(한미) 기술동맹’을 굳건히 하는 일이다. 미국은 주요 우방국들과 거의 비슷하게 중요 신흥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위한 정부간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정부간 대화를 통해 미국과 당사국은 책임감 있는 혁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촉진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고, 개방적이며, 접근 가능하고, 안전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등등의 약속을 확인한다. 미국 연방정부 기관들은 이런 기술 협력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우방국가들이 인공지능(AI)의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에 생성형 AI를 포함하도록 하면서 국제 규칙의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와 데이터 거버넌스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원하는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지속한다는 표현을 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공동게놈연구소(JGI)는 미생물 유전체학과 천연물 연구에 관한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우방국가들과 국방혁신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양자정보과학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양자 프로그램을 통해 양자통신, 컴퓨팅, 센싱 연구개발 및 산업화 협력과 인력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과학기술 협력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까. 과학기술에 관한 한 어느 분야에서는 한국이 여러나라 중의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글로벌 R&D전략의 기본이다. 정부가 AI·첨단바이오·양자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중 국 다음의 G3로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이제부터 빠른 속도로 정교하게 다듬어 나가야 한다. 넷째, 한국의 미래 디자인(Future Design)을 짜야한다. 미래 디자인이란 미래 세대가 현재의 정책 결정에 의사를 반영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현 세대가 미래 가능성(장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 세대의 이익을 위한 사고와 행동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 행정체계 강화와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의 재정비로 과학기술 혁신의 기회를 맞이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최상의 기회를 서둘러 실천에 옮긴다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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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라는 글자를 신문 지면에서 볼 수 없는 날은 이제 더 이상 없다. 그 효시가 된 미국 오픈AI가 일반인용 생성 AI를 공개한 것은 2022년 11월 30일. 불과 1년 반 전이다. 그 후 둑이 터지듯 학술 연구는 물론이고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의 현장으로 밀려들었다. 최근 신기술 보급을 보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는 서비스 개시 후 인구의 50% 이상에게 보급되기까지 5~10년 걸렸다. 생성 AI는 이미 컴퓨터 브라우저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고, 곧 인구의 50%에게 보급될 것이다. 진화 속도도 엄청나다. 간단한 텍스트 기반 응답, 작문, 번역에서 고도의 동영상 제작까지 가능해졌다. 이를 악용해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이용한 악의적인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빠른 보급과 진화 속도로 생성 AI는 지금까지 기술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전문가들 사이에 급대두하고 있는 화두 가운데 몇 가지 주목할 게 있다. 첫째는 ‘AI 거품론’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미국 기술 기업들이 최근 실적 시즌에 접어들면서 월스트리트의 기술 기업 가치 평가에 뚜렷한 혼동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2024년 중반이 발전하고 있는 AI의 '에어 포켓'이 될 수 있다”며 “이 기술로 촉발된 투자 붐은 너무도 눈에 띄지만 기술 업계의 최종 고객이 새로운 역량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월스트리트의 인내심이 곧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새로운 기술을 기존 제품에 AI 기능을 탑재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주식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애플이 자사 기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자유롭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위한 매력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접한 뒤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이폰을 처음 손에 쥐고 구글 검색창을 사용하거나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찾던 때와는 달리 디지털 생활이 달라지지는 않고 있다. 이는 생성 AI의 광범위한 도입이 지연되고 있음을 뜻한다. 멈춤이 길어질수록 투자 붐과 부진한 최종 수요 사이의 격차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그럼에도 기술 기업들이 최근 실적 발표를 하면서 모든 징후는 여전히 호황이 한창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기업 고객들이 이제 막 기술을 사용한 첫 번째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궁극적인 용도가 불분명하더라도 앞으로 몇 달 동안 기술 테스트를 늘릴 전망이다. 대규모언어모델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대형 기술 기업들에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일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기업들이 경쟁을 유지하고 심지어 확대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적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의 영업 현금흐름은 지난 5년 동안 99% 증가해 2023년에는 456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96% 증가해 1510억 달러에 이르는 자본 지출을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기술 거품에 관해선 몇 가지 진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거품의 내부에 있을 때는 거품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지출이나 투자 결정이 비록 그 효과가 극단적으로 보이더라도 합리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거품이 일고 있다는 일반적인 합의가 있을 때는 거품이 훨씬 더 부풀어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거품에서 너무 일찍 빠져나온 투자자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거품이 꺼진 후에는 그것이 단지 과대광고의 산물인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기술 붐의 전조인지 알아내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 ‘AI 거품론’에 대한 논의가 무성해지고 있다. 두 번째는 ‘AI 윔블던 현상’이다.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모든 면에서 능가하는 '싱귤래리티(기술적 특이점)'의 주창자이자 AI 연구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6월 말에 신간을 출간했다. 2005년 저서 <싱귤래리티는 가깝다>의 속편으로, '가깝다' 부분을 '더 가까운(니어)'으로 제목을 바꾸었다. 미국 IT 산업의 열기를 상징하는 책이다. 생성 AI는 폭발적인 속도로 전 세계적으로 이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과 아시아에서도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5개사 등이 대규모 투자를 표명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AI 학습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금액은 일본에서만 연초 이후 약 4조엔(미국 기업이 발표한 계획의 합계)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 전문가들은 “해외에 압도당한 채 국내 파워가 밀린다는 점에서 1990년대 인터넷 보급기와 비슷하다. AI 시대도 테니스계에서 유래한 '윔블던 현상'처럼 문호를 개방하면서 해외의 독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점에서는 우리도 일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윔블던 현상이란 '문호를 개방한 결과 외국 세력이 우세해져 토종 세력이 침몰하거나 도태되는 현상'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시장경제에서 '자유경쟁에 의한 토종 세력의 도태'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특히 시장 개방으로 인해 외국계 기업에 의해 국내 기업이 도태되는 것을 말한다. ‘윔블던 효과’라고도 한다. 어원은 테니스 윔블던 챔피언십이다. 원래는 1877년 7월 9일에 런던의 소박한 지역 윔블던에서 시작된 테니스 대회였으나 규정을 변경해 세계 각국의 강호들이 모이는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로 성장했다. 그러나 개최지인 영국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남자 단식에서는 1936년 프레드 페리의 우승부터 2013년 앤디 머레이의 우승까지 77년 동안 영국인의 우승이 없었다. 여자 단식에서는 1977년 버지니아 웨이드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40년 이상 영국인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윔블던 대회는 테니스의 4대 국제대회 중 하나로 편의상 '전영(全英)오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GAFAM과 오픈AI는 거액을 투자해 다른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까지 먼저 도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투자의 목적은 대규모언어모델의 한 단계 더 큰 규모화이며, 결국 학습에 사용하는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의 고가 영상처리 반도체(GPU)를 대량으로 조달하거나 새로운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 데 있다. 우리 기업들은 아마도 이러한 투자 경쟁에서 제대로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재무 기반에 큰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데이터 양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세 번째는 ‘AI 플레이어 참여’이다. 지난달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의 올해 기술 트렌드를 점치는 연례 개발자 행사가 끝났다. 각 기업 모두 AI 신기술 발표 일색이었지만 가장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엔비디아가 개최한 'GTC 2024'였다. 엔비디아는 시가총액에서 한때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로 급성장하는 AI 신데렐라 기업 중 하나다. 인간형 로봇, 애플의 고글형 단말기 '비전프로'를 이용한 설계, 미국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를 이용한 데이터 압축 기술 등 엔비디아가 개최한 행사에서는 화제의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활용해 점점 더 새로운 실험을 선보이는 모습이 눈길을 잡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무지막지한 열기로 참가했던 국내 기업들이 ‘GTC 2024’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게임 관련 기업에서 생성 AI의 금맥을 발견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혁신의 싹을 '제로 빌리언 달러 시장(아직 보지 못한 10억 달러 시장)'이라고 부른다. 자동차와 로봇을 AI의 다음 축으로 삼고 있으며,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 전시회가 사라졌고, 미국 게임 박람회 'E3'도 막을 내렸다. 종합 전시회에서 기업들이 초대제로 개별적으로 여는 행사가 늘고 있다. 그만큼 기술자들끼리 서로 연결고리를 갖고 인맥 네트워크에 끼어들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일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 아래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지원 거점을 개설했고, 5년간 창업가 1000명을 해외에 파견하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더 이상 '공부'는 그만하고 실제 사업에 매진하자는 것이다. 자동차, 소재, IT, 종합상사, 은행, 보험회사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있지만 현지에서 최신 상황을 '학습'하고 일본 본사에 보고하는 기능이 많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특별한 순간이다"라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말처럼 생성 AI의 충격은 GAFAM으로 불리는 빅테크에 대항할 기업이 탄생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오픈AI를 탄생시킨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지역에서는 매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성 AI 미팅이 열리고 있다. 대기업 직원들도 일을 마치고 인맥을 쌓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개척에 매진한다. 아시아계로 보이는 것은 인도와 중국계 기업가들뿐이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 기업도 AI 등 최신 기술 분야에서 플레이어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 리스크를 감수하고 해외 거점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사에 보고하고 문의하는 것만으로는 비즈니스에 깊숙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AI 트랜스포메이션’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6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의 대규모 혼란과 격차 확대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각국 정부에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IMF는 과거 디스럽션(창조적 파괴)을 일으켰던 기술과는 달리 생성 AI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에서도 고용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각국에 실업보험 확대 등 대책을 제안했다. IMF는 생성 AI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공공 서비스 개선을 촉진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급변하는 미래 노동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 및 직업훈련 관련 정책은 평생학습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업과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업종에 특화된 훈련, 실습 제도와 재교육(리스킬링) 프로그램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새로운 노동 환경으로의 전환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이 값비싼 전환이 가져올 영향을 완화하고 사회의 통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의 4개 화두를 정리해 봤지만 무엇보다도 AI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이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기술), 월스트리트(자금), 워싱턴(국가전략)의 굳건한 트라이앵글 체제로 세계 지배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주요국들이 AI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우리도 ‘AI 정책·전략’을 재빠르고 담대하게 가다듬어야 할 때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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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3개의 장면은 최근 1년 반 새 세계를 휩쓸고 있는 AI붐의 상징적인 현상을 예시한 것이다. ‘AI 임팩트’, ‘AI 에브리싱’ , ‘AI 만병통치약(panacea)’ 등 AI에 대해 다양한 태그가 붙여지고 있다. #장면 1 지금 세계의 IT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최고 관심은 오는 25일 출간되는 저명한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의 논픽션 책이다. 책 제목은 <특이점이 더 가까워졌다: 우리가 AI와 합쳐질 때>이다. 이 책은 지난 2005년 베스트셀러인 <특이점이 가까워졌다: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할 때>의 후속편이다. 커즈와일은 2029년에 AI가 인간 지능에 도달하고 2045년에는 인간과 합쳐져 '특이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이전 저서의 두 가지 주요 날짜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2005년 처음 출간된 저서는 기하급수적인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술 발전에 대한 그의 예측은 대부분 실현되면서 AI, 지능형 기계, 생명공학 등의 개념은 이제 대중에게 널리 친숙해졌다. 커즈와일은 이번 새 책에서 2029년까지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라는 1999년의 예측을 평가하고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지능을 백만 배 확장하고 인간의 삶을 영원히 변화시킬 기술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살펴보는 등 싱귤래러티를 향한 진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나노봇과 같은 장치를 통해 원자 단위로 세계를 재건하고, 현재 120세라는 수명 한계를 넘어서는 급진적인 수명 연장, 두뇌를 클라우드에 연결해 지능을 재창조하는 방법, 기하급수적인 기술이 모든 산업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빈곤과 폭력 감소 등 웰빙의 모든 측면을 개선하는 방법, 재생에너지와 3D 프린팅의 성장 등을 주제로 다룬다. 또한 생명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살펴보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AI가 고용과 자율주행차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의 신간이 과학과 앞으로 다가올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최고의 공헌작이 될지 세인의 관심은 벌써 뜨겁다. # 장면 2 대화형 AI '챗 GPT'로 생성 AI 개발을 주도하는 오픈 AI가 지난달 13일 최신 AI 'GPT-4o(오)'를 선보인 이래 애플과 구글 등 미국 IT 대기업들이 일제히 생성 AI 신기술을 발표했다. 생성 AI를 스마트폰이나 PC에 탑재할 계획을 설명하며 소비자들이 최신 기술을 어떻게 먼저 사용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음성 기술인데, AI로 스마트폰이 '의인화'되어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 개발자들은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혁신의 사례로 강조한 것은 음성 기술이다. 최신 생성 AI는 사람이 말을 걸면 최단 0.2초 만에 반응한다. 사람 간 반응 속도에 가까워 스트레스 없이 대화할 수 있다. 2022년 11월 채팅 GPT가 등장한 지 1년 반 만에 생성 AI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지난 5~6월 미국 IT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개최한 기술 개발 행사는 그 '현주소'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자리가 됐다. 우선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 음성으로 AI와 대화하고 스마트폰과 PC를 움직이는 사용법이 눈에 띄었다. 지난 10일 기술 행사를 연 애플은 아이폰의 음성지원 기능인 '시리'를 생성 AI 탑재로 개편한다고 설명했다. 생성 AI가 아이폰의 메일에서 비행기 스케줄을 파악해 실시간 항공 정보를 조회하고, 데이터에서 즉각적으로 답을 끌어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윈도' PC와 태블릿PC에 생성 AI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탑재된 PC는 몇 초 만에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할 수 있다.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40개 이상에 달한다. 생성 AI로 음성 입력의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지금까지 액정 화면과 문자 입력을 기본으로 했던 스마트폰과 PC의 사용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련의 기술 발표는 로봇과 자동차의 사용법도 달라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 하드웨어에서도 손을 쓰지 않고 음성으로 조작하는 장점이 살아있다. AI 반도체 메이커인 엔비디아는 로봇 개발에 사용할 체계를 발표했다.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채팅 GPT를 사용해 대화하는 강아지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오픈AI 등이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는 인간형 로봇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는 스타트업의 개발에 힘을 보탠다. 오픈AI 챗GPT의 최신 기술은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이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채택도 실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은 이미 자사 차량에 채팅 GPT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 행사 발표에서 '엣지 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PC 등 하드웨어에서 생성 AI를 사용할 때 클라우드를 경유하지 않고 단말기에서 정보처리를 완료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엣지 AI 도입을 뒷받침하는 것은 반도체 등의 기술 혁신이다. 각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AI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으며, 이를 단말기에 탑재하면 원활한 AI 작동이 가능해진다. #장면 3 지난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벤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토론에 참석한 것이었다. 교황은 인공지능(AI)에 대해 군사적 이용 등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한 뒤 국제적인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황은 특히 “AI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불공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간이 자신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기지 않도록" 윤리적인 관점에서 규제할 것을 요구했다. 교황이 굳이 관례를 깬 것은 AI에 대한 위기의식의 강도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교황은 최근 몇 년간 AI를 이용한 무기나 선거 개입 등 악용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교황청은 2020년 투명성과 책임, 공정성 등의 원칙을 정한 문서 'AI 윤리에 관한 로마의 요청'을 발표했다. 교황의 이러한 의지가 반영된 내용이 담긴 G7 정상선언문이 발표됐다. 이 같은 3개 장면은 지금이 AI 난세란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AI 활용에 대한 기대는 이미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2024년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경영진이 'AI'라는 키워드를 언급한 기업의 비율은 40% 이상에 달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AI 계획을 언급하면서 AI 분석을 활용해 고객마다 다른 니즈에 맞는 제안을 내놓았다. 스타벅스는 시스템 투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맥도날드는 구글과 손잡고 올해부터 생성 AI를 매장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매장 운영을 효율화하고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통신사 T모바일 US는 간접 부문 인력을 AI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생성 AI 스타트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조사기관 CB인사이트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의하면 생성 AI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은 4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37개에 달해 지난해 같은 시점의 20개보다 1.9배 늘었다. 2023년 4월 말 기준 AI 유니콘의 90%는 미국 기업이 차지했지만, 최근 1년간 유니콘이 된 17개 중 10개는 미국 외 지역에 주요 거점을 두고 있다. 자금 제공자는 미국 엔비디아와 구글 등 기술 대기업들이다. 차세대 유망 기술을 노리는 움직임이 기업 가치 평가액을 끌어올리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0년까지 AI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15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력을 대체하는 AI가 일의 효율성을 단숨에 높이고, AI에 업무를 맡긴 노동자는 남는 시간에 창의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AI 혁명'의 핵심이다. 여기서 가장 유념해야 할 대목은 AI 운영의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연구개발비와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나 다운스트림 기업이 부담할 것인가. 기술 발신자인 IT 기업이나 인프라 기업이 부담할 것인가. 비즈니스의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업종을 넘나드는 종목들이 유망주로 줄줄이 등장하는 AI 시장의 '제2막', 다시 말해 AI 혁명의 영향력에 걸맞은 역동성을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 요인이다.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AI 혁명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기술개발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실제 사회 적용은 '입구' 단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앞으로 관건은 수백만 가지 작업에 대응하는 ‘범용 AI(AGI)’라고 불리는 AI가 언제 등장하느냐다. 지금의 생성 AI는 음성이나 번역과 요약 등 특정 기능에 몰려있다.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은 지난 4월, 2025년 말경에는 AI가 가장 똑똑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실현이 크게 앞당겨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인간의 지능을 통째로 대체할 수 있는 범용 AI가 나오는 시기가 진정한 AI 혁명이 일어나는 시점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각 업체들은 AI의 용도 개척을 진행하면서 부분적인 수익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인간을 대체할 범용 AI에 대해서는 규제와 윤리 문제라는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업계 차원의 안전 기준 마련을 통해 각 사가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생성 AI 활용은 아직 미진하며, 특히 중소기업의 활용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비약적인 생산성과 창의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생성 AI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즉 현재의 업무나 프로세스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생성AI를 전제로 업무 내용과 비즈니스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기업의 새로운 가치와 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흔들림 없이 챙겨야 할 화두는 ‘AI 혁명시대의 신산업 성장 전략’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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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생성형 AI인 챗GPT가 출시된 지 4월 13일로 500일이 되었다. 그동안 챗GPT가 급속한 속도로 우리 사회에 수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를 몇 개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응답;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는 진행형이다. ^ 자동 번역 및 통역 기술의 발전으로 언어 장벽이 줄어 들었다 ^ 의료 및 의학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진단 및 치료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 금융 분야에서는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과 예측을 통한 금융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 교육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및 교육 콘텐츠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 자동차 산업에서의 운전 보조 시스템 및 자율 주행 기술이 발전되고 있다 ^ 물류 및 제조 산업에서 로봇 및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어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챗봇을 통한 고객응대가 더욱 개선되고 있다 ^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AI가 창의적인 작품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 AI의 진보에 따라, AI 기술은 보다 인간과 유사한 학습, 추론, 결정 기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사회에서는 더 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따른 윤리적, 법적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챗GPT와 대화한 내용을 일부 소개해 봤다. 지금 챗GPT와의 대화는 기술발전에서부터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 정치적 변화, 사회 및 문화운동, 경제발전, 우주탐사, 의료혁신, 디지털 혁신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게 이뤄진다.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가 지난 500일 동안 몰고 온 무수한 변화를 간결하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연일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챗GPT는 GPT-3, GPT-3.5 에서 최신 모델인 GPT-4로 진화하면서 그 성능 향상에 많은 전문가들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미 MIT 미디어랩과 도쿄대 등은 "인류는 지난 몇 달 동안 루비콘 강을 건넜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챗GPT의 등장으로 생성형 AI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오픈AI라는 인공지능 개발 회사가 발표한 이 기술은 며칠 만에 비즈니스에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물을 생각하는 방식을 일거에 바꾸어 놓았다. 특별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버튼 클릭 한 번으로 편지, 회고록, TV 대본 등 거의 모든 것을 작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용자가 할 일은 몇 가지 핵심적인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뿐이다. 이 기술은 매우 흥미진진하면서도 동시에 저널리스트부터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일반 대학의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류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을 예감하게 한다. 결국 일반인의 눈에는 그것이 AI가 만든 것인지, 인간이 쓴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이 문제는 생성형 AI의 도덕적 사용에 대한 경종을 울렸을 뿐만 아니라, AI가 자신의 역할을 멸종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TV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을 약 5개월에 걸친 파업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지난 500일 동안 우리가 실감한 것은 생성형 AI가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오늘날 비즈니스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과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 생성형 AI 기능은 세계 경제에 연간 4조4000억 달러(약 620조원)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챗GPT는 검색의 개혁과 새로운 창조의 물결을 일으켜 기존 제품 로드맵을 바꾸는 요인이 되었다. 챗GPT는 기업들에게 AI 투자의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미 컨설팅회사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 기업 경영진의 45%가 AI 투자를 늘리는 이유로 챗GPT의 인기를 꼽았다. 수많은 기업과 일반 사용자들이 생성형 AI의 혜택과 위험을 목격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과 창의적 프로세스의 미래, 혁신의 윤리와 규제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질문도 많이 등장했다.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AI의 진보를 방치하면 챗GPT의 영역을 넘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챗GPT가 업무와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는 트래픽 수치가 말해준다. 시밀러웹사에 따르면 2022년 11월 30일 데뷔 이후 챗GPT의 모바일 및 데스크톱 웹 트래픽은 공개 당일 15만3000회, 2022년 12월에는 2억6600만회, 2023년 10월에는 17억회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금은 20억회를 넘어섰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어떤 의미에서 아직도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포브스지가 보도한 챗GPT 1년 (2023년)의 발자취는 매우 흥미롭다. 1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폭넓은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챗GPT와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2월: 챗GPT 공개 후 불과 2개월 만에 오픈AI는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를 발표했다. 3월: 오픈AI가 챗GPT용 새로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음성인식용 AI 모델인 휘스퍼를 공개하고 동시에 스냅, 인스타카트, 샵파이와의 제휴도 발표했다. 몇 주 후 오픈AI는 익스피디아, 카약, 크라나, 슬랙, 오픈테이블, 자피어 등 주요 브랜드가 이름을 올린 다양한 신규 플러그인을 발표했다. 한편 챗GPT가 다양한 주제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부추기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10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됐다. 4월: 챗GPT의 오보와 '허시네이션'(환각)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오픈AI가 AI의 안전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발표했다. 모델 GPT-4가 GPT-3.5에 비해 사실에 기반한 답변을 반환할 가능성이 40% 향상되었다고 밝혔다. 5월: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샘 올트먼은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첫 AI 관련 공청회에서 AI의 위험성에 대한 의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고 정부 규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GPT-4에 대한 조기 액세스 제공 등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을 갖춘 챗GPT의 새로운 iOS 앱이 애플 앱스토어에 등장했다. 6월: 챗GPT에 처음으로 이용 감소가 나타났으며, 초여름 정체기에 웹 트래픽이 10% 감소했다. 같은 달, 챗GPT 관련 우려가 2건의 소송으로 발전해 오픈AI의 데이터 수집과 콘텐츠 제작이 저작권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소송이 제기됐다. 7월: 오픈AI를 비롯한 관련기업(앤서픽,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백악관과의 면담에서 AI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윤리적 개발에 대한 각 사의 계획을 논의했다. 8월: 오픈AI는 자사의 LLM을 사용하여 기업용 새로운 보안 및 개인 정보 보호 기능을 갖춘 기업용 챗GPT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9월: 새로운 멀티모달 기능을 통해 챗GPT에서 '보고', '듣고', '말하는' 방법을 새롭게 추가했다. 며칠 후 드디어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됐다. 10월: 같은 플랫폼 내에서 직접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DALL-E 3가 챗GPT플러스와 챗GPT 엔터프라이즈에 추가됐다. 같은 달, 바이든 대통령의 AI 관련 대통령령 서명을 앞두고 오픈AI는 다른 프런티어 모델 포럼 회원사들과 함께 AI의 안전을 위해 1000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했다. 11월: 오픈AI가 주최하는 첫 개발자 콘퍼런스 '데브데이(DevDay)'가 개최되어 챗GPT의 커스텀 버전을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공개됐다. 11월 후반에는 이사회가 올트먼과 공동 창업자 그레그 브록먼을 갑작스럽게 해고했다가 다시 불러들이는 등 극적인 한 주가 있었다. 또한 챗GPT가 책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작성함으로써 미국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새로운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챗GPT가 공개된 것을 기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구글, 아마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하이테크 기업이 생성형 AI에 뛰어들었다. 매일매일 흥미로운 기술 스토리가 쏟아져 나온다. 생성형 AI는 글로벌 기술산업과 동의어가 되었다. 역사상 이보다 더 큰 영향을 이토록 빠르게 미친 기술은 없다. 그렇다면 챗GPT 이후 노동 시장은 정말 AI로 대체되고 있을까? 노동시장 동향 등을 분석하는 블룸베리가 챗GPT가 출시되기 한 달 전인 2022년 11월 1일부터 2024년 2월 14일까지 500만명의 프리랜서 일자리를 조사해 그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술의 등장 이후 프리랜서 노동 시장에 눈에 띄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작문, 번역, 고객 서비스 업무가 크게 감소한 반면 비디오 편집과 제작, 그래픽 및 웹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직종에서는 작업량이 각각 39%, 8%, 10% 증가했다. 한편 일자리가 증가한 AI 관련 기술로는 AI 콘텐츠 생성, AI 에이전트 개발, 오픈 AI의 챗GPT API 통합, AI 앱 개발 등이 증가세를 보였다. 이 조사는 AI 기술 발전이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AI 도구가 충분히 정교하지 않은 분야나 창의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직종에서는 여전히 인간 노동자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챗 GPT와 대화를 나눴다. “질문; 생성AI를 포함한 전체 AI 분야에서 한국은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고 보는가. 아울러 한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를 몇 가지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응답; 한국은 글로벌 AI 경쟁력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부 전략과 인프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상업화와 인재 면에서는 점수가 낮은 편이다. AI 산업 분야에서도 한국은 62개국 중 6위를 기록하며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인재 육성과 AI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AI 기업으로는 네이버가 있다. 현재 개발자들 사이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네이버가 카카오, 삼성, 업스테이지보다 우위에 있다. 주목받는 AI 스타트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회장이 비밀리에 방문한 국내 AI 스타트업 5곳으로 루닛 테크놀로지, 마인드 AI, 스캐터랩, 업스테이지, 프렌들리를 들 수 있다. ” AI 전문가들은 ’AI 산업혁명‘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매일 챗GPT에 많은 정보를 보내면서 자가증식적으로 AI가 진화하고 있다. 한국이 이런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글로벌 AI 기술경제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층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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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나라가 아수라장이다. 세상이 복잡다단해지고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도 최근의 선거는 여야를 구별 못할 정도로 ’쟁점의 희석화‘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야가 내놓는 매니페스토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가짜 뉴스의 남발과 현혹, 인신공격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이젠 SNS(사회관계망)에 더해 AI(인공지능)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라 선거 후에도 그 후유증이 간단히 수습될 것 같지 않다. 총선으로 인한 총체적 난국이다. 한국이 총선을 치르는 오는 4월 10일에 일본 총리는 워싱턴을 방문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이번 국빈 방문을 통해 미·일동맹이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유지한다는 인식을 공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의회에서 당파를 초월한 미·일 결속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기시다 총리는 4월 10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고, 11일에는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이후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지방을 시찰한다. 일본 총리가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9년 만이다. 지난 2015년 미국 의회 연설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희망의 동맹'을 주창했다. 미·일 양국이 "힘을 합쳐 세상을 훨씬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2003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세계 속의 미·일동맹'을 확인했다. 일본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후방 지원에 나선 시기였다. 전후 미·일 관계는 오랫동안 일본이 기지를 제공하고 미국은 군사적 억지력으로 극동지역을 안정시키는 역할 분담이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자위대의 국제 기여를 확대했고,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제한적으로 용인하는 안보 법제를 정비했다. 지금 세계는 두 개의 전쟁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을 받는 우크라이나, 이슬람 조직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중국과는 군사력과 첨단 기술을 둘러싼 패권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기시다 정권의 방위비 증액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1월 일본 총리의 방미와 관련해 '세계에서 일본의 리더십 역할 확대'를 보여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미국 의회가 연설 기회를 주는 것은 이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총리는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대통령에 복귀할 경우의 대비도 염두에 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해 트럼프 정권이 다시 들어선다면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 트럼프 정권에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이 고립주의를 강화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해협과 오키나와, 센카쿠열도 등 일본 주변의 안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물론 지나친 비관론일 수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의 미국 지방 방문은 '만약의 경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기업이 진출해 현지 고용과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곳을 시찰할 것이라고 한다. 후보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도요타자동차가 전기차(EV) 등 차량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 2025년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 총리의 시찰은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와 미국 고용에 대한 기여를 미국 여론에 다시 한번 호소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공장에는 5000명 이상이 근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등 양국 간 단기적인 손익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노린 행보다. 트럼프 전 정권이 출범한 2017년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당시)은 미국에 1조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총리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시찰은 바이든 정권을 향한 의미도 있다. 바이든 정권은 2022년 전기자동차 등의 육성 대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주요 정책으로 통과시켰다. 일본 정부로서는 바이든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탈탄소화 노력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겨냥한 두 마리 토끼 잡기인 셈이다. 현재로선 트럼프 복귀(트럼프 2.0)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트럼프 2.0'을 제대로 두려워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일본 정치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과 싱크탱크들이 일제히 트럼프2.0 전망과 분석 보고서를 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이 소개한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 2016년 9월 당시 주미대사였던 사사에 겐이치로(현재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는 대통령 선거를 두달 정도 앞두고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사위로서 선거전을 지휘하는 쿠슈너와 뉴욕에서 면담했다. 그는 "일본은 미국을 중시하고 있다. 당선되면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하고 싶다"고 전하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날 밤, 사사에 대사는 쿠슈너에게 연락을 취한다. 그는 "총리가 전화하고 싶다"고 전하자 비서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즉각 아베 신조 총리와의 회담이 성사됐다. 유럽 정상들이 놀란 미·일정상 관계의 초석이 이렇게 쌓였다. 대미 투자 실적을 꼼꼼히 설명하는 전략도 트럼프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집권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 전 간사장은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아베 전 총리 시절의 협상 경험을 살려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당시 직원을 관저로 복귀시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캠프의 참모들은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는 거래하는 사람이다. 재선되더라도 성격이나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선거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종횡무진으로 자기 뜻대로 하려는 힘이 더 작용한다"고도 했다. 그러한 트럼프도 손익계산서를 이용해 협상한 아베 총리를 '천재적'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아마리 전 간사장은 "미국에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동맹국 내에서 당신의 위치를 높여주기 때문에 이익이라는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복귀 시 중국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어떻게 미국을 유도해 디리스킹(위험 감소) 방식을 취하도록 할 것인지, 누가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 "정상 간 대화가 아니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郎) 자민당 부총재도 트럼프에 대한 로비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아소 부총재는 지난 1월 워싱턴을 방문해 명문 재벌로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존 록펠러 4세를 만났다. 두 가문의 오래 된 인연을 활용하려는 의도다. 일본은 1952년 세계은행에 가입해 전후 부흥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빌려 전력 개발과 신칸센 등 인프라 구축에 사용했다. 당시 총리였던 아소의 할아버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의 요청을 세계은행에 전달한 것은 록펠러 가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방미 때도 이런 관계를 통해 트럼프를 만나려 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소 부총재는 이런 인연에 더해 바이든 대통령과는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 시절부터, 트럼프와는 아베 정부 시절 부총리로 인연을 맺었다. 만약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될 경우 아소는 정권교체기의 파이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성공경험과 로비 전략이 다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를 대비하는 일련의 포석은 미·일간 지하수맥의 두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의 행보는 이번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을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미즈호 리서치의 야스이 아키히코 조사부장은 “어떻게 하면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극단적인 발언과 공약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트럼프 복귀의 리스크를 3가지로 꼽고 있다. 첫째, 미국의 '사적화‘(私的化)다. 권위주의로 의회를 경시하고 관료들을 교체한다. 민주주의 경시로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저하된다. 둘째, 본원적 미국 우선주의다. 이민자 유입을 제한하고 무역적자를 빌미로 삼는다.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안이 대표적이다. 셋째, 중장기 과제 경시다. 화석연료 의존도로의 회귀, 감세 등 재정 기강 해이, 인종 갈등 재점화 등이 거론된다. 경제적으로는 달러 약세, 저금리, 수입 관세, 이민 제한으로 인한 인력 부족 등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복귀는 선거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화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강권적인 중국과 러시아를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 대 중국 관계, 다자간 협력 유지 등으로 민주주의 세력의 결속을 일본이 유럽 세력에게 촉구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이유다. 트럼프 2.0이 현실화된다면 그 파고가 일본보다 한국에 훨씬 더 높고 강하게 밀려올 수 있다. 정부든 기업이든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걱정하기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은 개별 사안이 아닌 종합적인 시뮬레이션을 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익숙해져 왔고, 이를 전제로 비즈니스를 최적화해 온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라는 국제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적으로는 새로운 외교의 대안을 구상해야 한다. ‘트럼프2.0' 리스크가 점차 높아지면서 일본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미국의 외교·안보와 경제의 변화에 대비하는 모습과 총선을 앞두고 헐뜯기와 파벌경쟁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모습이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외향화하는 일본의 밝은 미래와 내향화하는 한국의 불안한 미래를 보는 것 같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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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동시에 등장한 공학계 출신 수장 장인화 회장 내정자(68)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1988년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했다. 연구 분야를 거쳐 신사업실장과 기술투자본부장, 철강부문장 등을 거쳤다. 이산화탄소(CO₂)를 다량 배출하는 철강업체들은 탈탄소화가 시급한 상황이라 기술에 밝은 그의 경험이 높이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모두 공학계 출신이 수장을 맡아 온 전통에서 벗어나 이례적으로 재무 분야 출신으로 2018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최정우 회장 겸 CEO(66)는 고문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2022년 철강, 상사, 건설, 전지소재 등 사업 자회사를 산하에 둔 지주회사로 전환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일본제철은 지난 12일 이마이 다다시(今井正) 부사장(60)이 4월 1일부로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시모토 에이지(橋本英二) 사장(68)은 대표이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1988년 도쿄대학 대학원(금속공학)을 수료한 뒤 같은 해 4월 신일철에 입사했으며 2007년 MIT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6년 집행임원, 2019년 상무집행임원 나고야제철소장, 2020년 상무이사, 2023년 부사장(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추진본부장, 전기로 프로세스 추진 프로젝트 리더)을 거쳤다. 1979년 히토쓰바시대학 상학부를 졸업한 하시모토 회장 내정자는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에 입사한 뒤 1988년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 졸업했으며, 1996년 이후 수출·해외사업을 담당했다. 주로 철강재 영업 분야를 거쳐 2009년 전무, 2013년 상무집행임원이 되어 브라질 합작회사 재건을 맡았고, 2016년 부사장을 지낸 뒤 2019년부터 사장을 맡았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옛 신일본제철 출신으로 최초의 기술계 사장으로서 최대 경영 과제인 탈탄소화 대응을 담당하게 된다.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탈탄소 대응과 해외 사업 확대로 '세계 최고'를 향한 성장을 가속화한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세상을 보면 제조업에서는 기술직 출신이 사장이 되는 경우가 많고, 포스코 등 경쟁 철강업체도 마찬가지다. 일본제철은 전체 직원 중 약 3분의 2가 기술직이나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더욱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기술 분야 출신이지만 경영기획 부문 임원으로 승진한 독특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본사는 참모, 제철소는 현장주의'라는 역할 분담이 강했지만 본사와 현장 모두에 정통한 '전방위형'으로 차기 사장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이번 사장 인사의 특징에 대해 일본제철 관계자는 "탈탄소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 조건이 될 것"이라고 후임 사장의 조건을 꼽았다. 이마이 사장은 제철의 탈탄소화에 필수적인 전기로 추진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포스코그룹과 마찬가지로 일본제철도 탈탄소 대응이 시급한 경영 과제다. 일본 산업부문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CO₂) 배출원인 철강업계는 탈탄소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기술 개발과 노하우 축적을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이마이 사장 내정자는 현재 6명의 부사장 가운데 최연소자 중 한 명이다. 탈탄소 대응은 몇 년 단위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 사장의 재임 기간인 5년을 넘어 장기 경영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사내에서 나온다. 일본제철을 재건한 하시모토 신임 회장이 중장기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때까지 이마이 신임 사장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제철은 2019년 4월 하시모토 사장 취임 첫해인 2020년 3월기 연결기준 4315억엔의 손실로 회사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제철은 2012년 옛 신일본제철과 옛 스미토모금속이 합병한 뒤 2017년 닛신제강을 인수해 3개 기업 통합 경영을 목표로 했지만 당시에는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 하시모토 사장은 국내 고로의 잉여 생산능력을 줄이는 등 사업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세토우치 제철소 구레지구(히로시마현 구레시)의 전면 휴업 등을 결정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영업에도 칼을 댔다. 자동차 회사 등 대형 고객사와의 '끼워팔기 가격'을 시정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해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그동안 유럽 아르셀로미탈과 공동으로 인도 철강 대기업을 인수하고, 태국에서는 전기로 업체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등 해외 사업 투자도 강화하며 성장의 씨앗을 뿌리는 데 주력해 왔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경영의 대부분을 톱다운으로 진행한 당시 하시모토 사장은 2023년 3월기 연결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V자형 실적 회복세를 이끌어냈다. 취임 후 약 5년 만에 시가총액은 80% 늘어난 3조2000억엔까지 확대됐다. 이마이 신임 사장의 경영체제는 영업, 해외사업 등 각 분야에 정통한 다른 임원들과 협력해 경영 과제를 해결하는 구도가 될 전망이다. US스틸 인수 실현에는 노조의 반대와 규제 당국의 승인 등 불투명한 요소가 많다. 해외사업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제철은 철강업계에서 생산량뿐만 아니라 품질을 포함한 종합력으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이 신임 사장은 탈탄소화를 비롯한 다양한 난국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특히 2050년까지 4조~5조엔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탈탄소화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가 주목된다. 장인화 신임 포스코 회장도 이마이 신임 사장과 마찬가지로 탈탄소화, 중국의 저가 공세를 포함한 많은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한·일 철강 대기업 수장의 경영 능력이 바야흐로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제철과 중국의 바오산철강을 제치고 포스코 신화를 재현하기 위한 장인화 신임 회장의 힘찬 항해를 기원해 본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