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인데 왔다" 'MZ세대' 주축 탄핵집회…루돌프 복장에 커스텀 응원봉까지

2024-12-14 15:13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사진=남가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표결이 예정된 14일 낮 1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수 H.O.T의 '캔디' 노래가 울려퍼졌다. 일찍이 집회 현장에 나와 자리를 잡은 시민들은 '캔디' 노래가 나오자 다같이 "단지 널 사랑해~그렇게 말했지" 등 가사를 따라 불렀다. 시민들의 손에는 '윤석열 탄핵'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지만 현장은 콘서트장을 떠올리게 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 이후 8년 만에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특히 2030 이른바 'MZ세대'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촛불' 대신 달, 별, 해 모양 응원봉이나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응원봉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뿅망치, 변기 솔 등을 이용해 '탄핵봉'으로 '커스텀' 한 시민들도 보였다.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사진=남가언 기자]

가수 nct의 팬이라는 한 20대 여성은 "이번 시위에 가수 응원봉을 많이들 가지고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nct 응원봉을 가지고 나왔다"며 "길거리에서 '탄핵'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나눠주길래 응원봉에 붙여서 꾸며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이모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집회 현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너무 어리다고 반대하셨다"며 "그때는 내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역사의 한 현장에 나와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탄핵이 돼서 시민들이 행복한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옛날에는 시위라고 하면 화염병을 던지거나, 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촛불을 들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의 동참으로 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젊은 사람들이 좀 더 많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는 집회 문화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루돌프 분장을 한 시민, 모자에 '탄핵' 스티커를 붙여 개성 있게 꾸민 시민, '다음주 기말고사'라는 피켓을 걸고 거리에 앉아 표결을 시작할 때까지 태블릿 PC로 공부를 하는 시민 등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집회가 MZ세대들만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듯한 모습이다.

루돌프 분장을 하고 온 30대 여성 여모씨는 "곧 크리스마스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때문에 시민들이 크리스마스도 제대로 못 즐길 것 같아 대신 루돌프 분장을 하고 왔다"며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집회 현장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주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는 여씨의 피켓에는 '선물 배달 준비하다 열 받아서 나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현장. [사진=송승현 수습기자]

아직 기말고사 중이라는 대학생 이유라씨(23)는 "시험기간이지만 오늘 탄핵이 가결될 것 같아 중요한 날이라는 생각에 국회 앞에 나오게 됐다"며 "혹시나 학점이 안 좋게 나오더라도 감당해야 할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확성기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가져가세요"라고 외치는 앳된 얼굴도 보였다. 자신들을 20대 대학생이라고 밝힌 이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확성기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모금에는 같은 대학교 친구들뿐만 아니라 주변 20대 지인들까지 알음알음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모씨는 "지난주 토요일에도 집회 현장에 왔는데, '탄핵'을 외치는데 목이 너무 아파서 확성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저희만 쓰는 것보단 시민들이 함께 쓰고 목소리를 높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300개를 만들어 무료나눔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사진=남가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