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 탄핵 정국 대립 핵심 요인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 셈법 차이

2024-12-09 10:53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면서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즉각적인 직무 정지’와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자 윤석열 대통령 퇴진 해법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탄핵을 통한 대통령직 배제를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아직 명확한 방법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 등을 거론하고 있다. 두 당은 자기 주장을 정당화하려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명분이다. 그러나 그 명분 뒤에는 차기 대권 싸움에서 서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각자 최대한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계산이다. 그 계산의 차이가 탄핵 정국 해법을 두고 민주당과 국민회의가 대립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즉각적인 직무 정지는 민심 호응을 명분으로 한다. 이번 계엄 선포는 헌법에 정해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선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법 제77조 ③항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특별 조치 대상에 국회는 빠져 있다. 그럼에도.국회에 군인을 출동시켜 국회 활동을 막으려 하고 계엄 포고령 제1호에서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려 했다. 이런 행위는 내란죄에 해당하고 내란죄 혐의를 받는 사람이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게 민심이다.  


민주당은 '민심 호응', 국민의힘은 '혼란 방지' 앞세워
 

윤 대통령은 식물인간 상태다. 국정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조속히 직무에서 배제하는 게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시급하다. 이 역시 민심이고, 즉각적인 직무 정지라는 민주당 주장의 명분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은 혼란 방지를  명분으로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탄핵은 실제로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불확실성이 상당한 기간 진행된다”며 “그 과정에서 극심한 진영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했다. 탄핵은 헌재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시점과 결과가 불확실해 혼란을 야기한다. 그래서 일정 시점을 지정하고 그때에 맞춰 조기 퇴진하는 것이 국정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한 대표 주장이다.
 

한 대표는  탄핵에 버금가는 즉각적 직무 정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무총리가 국정 운영을 직접 챙기고 대통령은 뒤에 물러나 있게 하면 된다고 했다. 대통령이 궐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야당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국정농단 상황에서 우원식 현 국회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총리에게 전권을 맡겨라’고 말했다. 그때 그 솔루션(해법)을 나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 명분을 앞세워 자기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명분이 전부는 아니다. 그 뒤에 깔린 계산을 봐야 양측의 속내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민주당은  가능한 한 빨리 윤 대통령을 퇴진시키려 하고 국민의힘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게 하려 한다. 왜 그럴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李 사법 리스크' 현실화 막으려 
 

이 대표는 지난 11월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만약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박탈돼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문제는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대법  판결이 나오기 전에 대선을 실시하는 쪽이 유리하다. 

 

그러자면 대선 날짜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그 방법이 탄핵이다. 국회 탄핵안 가결에서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은 3개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개월 걸렸다. 대통령이 궐위되면 헌법 제68조 ②항에 따라 그로부터 60일(2개월) 이내에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헌재 탄핵 심리에 걸리는 기간 2~3개월과 탄핵 결정 뒤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하는 기간 2개월을 합치면 앞으로 늦어도 4~5개월 이내에 대선이 실시될 수 있다. 이 기간 내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윤 대통령 탄핵이 헌재에서 결정되면 법원은 비상한 정치 상황을 맞아 이 대표 재판을 연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전까지 대법 판결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대법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 제한을 받지 않아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지금 분위기로는 이 대표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볼 것이다. 이 대표가 당선되면 대통령 임기 동안 재판은 중단될 것이다. 이게 이 대표가 바라는 최상의 상황일 것이다. 민주당이 ‘매주 탄핵안 발의’라는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데는 이런 ‘시간 싸움’의 고려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

 

국민의힘 계산은 이와 정반대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이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대선을 실시하는 게 유리하다고 볼 것이다.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오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다른 대선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이 대표 말고 다른 후보가 나오면 국민의힘은 승산이 있다고 볼지 모른다. 이런 상황을 노려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명분으로 시간을 벌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은 현실화하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대로 당장 대통령을 탄핵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박정훈 의원은 SNS에 “이재명 대표가 법의 심판을 받을 때까지 현 정부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썼다. ‘탄핵=이재명 정권 등장’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려는 반면에 국민의힘은 이를 최대한 이용하려 한다. 민주당이 즉각적인 직무 정지를, 국민의힘이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서로 다른 셈법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희망 사항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면 헌법재판소에서 반드시 탄핵 결정이 날 것으로 전제한다.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기각될 수도 있다. 만약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하고 조기 대선은 물 건너 간다. 대선은 윤 대통령 임기 종료 뒤인 2027년 3월에야 실시된다. 그 안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올 건  확실하다. 그리 되면 이 대표는 대선 출마 꿈을 접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에서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에 유죄가 확정될 것으로 전제한다. 이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 무죄가 나오면 이 대표의 대선 행보에는 거칠 게 없어진다. 아무리 대선을 늦춰도 이 대표 출마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희망 사항에 근거해 자신만의 탄핵 정국 해법에 몰두할 일은 아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서로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욕심에서 벗어나 상대방 입장에서 해법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여야, 제3의 해법 찾을 수 있을 텐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집단 불참으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폐기되자 탄핵 의결이 될 때까지 매주 본회의를 열고 탄핵 소추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집단 불참으로 탄핵안이 폐기됐으면 그것으로 일단 국회 절차는 끝났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 의사는 탄핵 불발로 결정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매주 탄핵안을 발의한다면 법이 아닌 힘으로 자기들 뜻을 관철하려는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  민주당의 매주 발의에  국민의힘이 집단 불참으로 맞서면 나라는 안정될 수 없다. 탄핵안 표결이 이뤄질 때마다 거리에는 탄핵 찬성 시위와 반대 시위가 벌어져  갈등과 혼란만 커진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해 반대하지 않고 표결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회 운영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집단 불참도 의사 표시 방법 중 하나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이나 노란봉투법을 강행 통과시킬 때 표결에 집단 불참했다. 그때는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해 반대한다고 해서 이들 법의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집단 불참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에 항의한다는 점에서 정당화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탄핵안은 다르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탄핵안 통과를 막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참여해 부결시키면 민주당이 더 이상 탄핵안 발의를 되풀이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할 명분이 없다. 그럼 탄핵 논란을 끝낼 수 있다. 만약 그 뒤에도 민주당이 또 탄핵안을 발의한다면 그때는 국민의힘이 집단 불참으로 폐기시켜도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탄핵안 통과를 막은 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한다.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 심판을 받게 될 수 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활용이라는 계산에만 빠져 있지 않으면 의외로 탄핵 정국을 풀 해법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은 탄핵안을 한 번만 더 발의하겠다고 약속하고,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지되, 탄핵안이 부결되면 민주당이 다시는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기로 여야가 합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면 어떨까. 

 
윤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구속될 수도 있다. 구속되면 물론이고 불구속 기소되더라도 그 즉시  대통령직 사퇴는 피할 수 없다.꼭 탄핵이 아니라도 직무 정지나 배제의 길이 열려 있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정치학과·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