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노린다
2024-08-13 00:00
"제미나이, 시드니 선수가 감동할 편지를 내 딸이 쓰게 도와줘."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미국에서는 구글의 올림픽 광고가 논란이 됐다. 이 광고는 올림픽 육상 선수 시드니 매클로플린에게 팬레터를 보내고 싶어 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에 대신 편지를 써달라고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광고가 방영되자마자, 미국 온라인상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구글이 아이들의 창의성을 박탈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구글은 AI가 단지 편지 작성을 도와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광고를 중단해야 했다.
이와 같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생성형 AI를 전면에 내세운 빅테크들이 인간의 창의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애플도 올해 초 인간의 창의성을 상징하는 악기와 미술 도구들을 파괴하고 으깨, 압축한 후 아이패드 프로로 대체하는 광고를 공개한 후 논란을 일으켰다.
2022년 가을 오픈AI는 챗GPT를 출시하며, 생성형 AI 시대의 문을 열었다. 챗GPT는 마치 인간이 쓴 것 같은 글을 쓰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할리우드의 작가들은 AI 대본의 등장에 반발하며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마무리됐지만, 충격은 여전하다. 생성형 AI 선두 자리를 둔 경쟁은 글쓰기, 영상 제작 등 창작자들에게 도전을 가하는 공격적인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카피라이터를 위한 AI, 소설을 위한 AI 등 다양한 AI 글쓰기 도구들도 무서운 속도로 늘었다.
창간 150년이 넘은 미국의 권위 있는 잡지 애틀랜틱의 기자들은 최근 "애틀랜틱은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잡지"라며 애틀랜틱과 오픈AI 파트너십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AI 등장으로 인한 저작권 및 창작 환경 침해와 관련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제정된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조차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AI 등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창작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한참 뒤처져있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