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첨단 '대피 지도'에도 "민간인 피할 곳 없다"
2023-12-05 11:25
QR코드 담긴 대피 지도 공개…인구 밀도 등 제공
"인터넷 접속 자체 불가" 실효성 의문
AI '복음' 정밀도 높여…대량학살무기 비판도
"인터넷 접속 자체 불가" 실효성 의문
AI '복음' 정밀도 높여…대량학살무기 비판도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큐알(QR)코드가 담긴 디지털 대피 지도를 공개했다. 가자지구 인구 80%가 몰려 있는 남부에 대한 본격 공습에 앞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대피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구호 활동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시 휴전이 끝난 다음 날인 2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대피하라는 글과 함께 디지털 지도를 올렸다. 이 지도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담긴 전단지도 가자지구에 배포됐다.
지도에는 즉시 대피해야 할 특정 지역과 화살표로 이동해야 할 곳이 표시돼 있다. 가자지구를 각 구역으로 나눠 예상 인구 밀도도 보여준다. 이러한 국지적 대피 명령은 북부 공격 당시 전면 대피 명령을 내렸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스라엘군은 정보가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호 활동가들은 민간인 다수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에 온라인 지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구나 전력 부족으로 휴대폰 충전도 여의치 않다.
이스라엘군의 AI 표적 생성 시스템인 합소라(복음)를 두고도 이스라엘과 아랍권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합소라를 통해 타격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이스라엘군은 주장하지만, 아랍권에서는 ‘대량 학살 무기’라고 비판한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 개시 후 첫 35일 동안 가자지구에서 1만5000개의 목표물을 공격했다. 2014년 51일간의 전쟁에서 약 6000개의 목표물을 공격했던 점에 비춰,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합소라는 표적 공격 시 사망할 수 있는 민간인 수도 알려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부수적 피해 5’는 민간인 5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알자지라는 “하마스 조직원 3만명을 표적으로 삼을 때 가장 보수적 수준인 ‘부수적 피해 5’를 선택한다고 가정할 때 민간인 피해는 15만명에 이른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팔레스타인에서 사망한 민간인은 총 1만5800명에 달한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사망자의 약 70%가 여성과 어린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보건부의 집계에 동의하면서도, 전체 사망자 중 3분의 1(5000명 이상)은 무장전투원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대원 1명당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