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유력한 김영섭 KT 대표…회사 정상화 당면 과제는?
2023-08-27 17:03
KT 1대 주주 국민연금 김영섭 찬성 결정...현대차·신한은행도 동의 전망
1달간 KT 사업구조 파악 총력...GSMA 행사에서 미래 전략 공개
통신비 인하 압박하는 정부와 관계 정상화
초거대 AI와 통신 결합한 B2B 신사업 전개
1달간 KT 사업구조 파악 총력...GSMA 행사에서 미래 전략 공개
통신비 인하 압박하는 정부와 관계 정상화
초거대 AI와 통신 결합한 B2B 신사업 전개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25일 제11차 위원회를 열고 KT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와 함께 KT를 경영할 사내이사(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선임, 경영계약서 승인,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등에도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7.99%(6월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앞서 구현모 전 KT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면서 이사회가 그의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자 "경선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반대 의사를 드러내 KT 경영 공백에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민연금이 김 대표에 대해 찬성하기로 한 것은 오는 30일 임시 주총에서 김 대표 취임을 막을 장애물이 사실상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KT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과 신한은행(5.58%)도 국민연금 뜻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KT에 지배구조 개선 전문가를 추천했고, 현 KT 이사회에도 곽우영 전 현대차그룹 차랑IT개발 센터장 등 자사 출신 인사가 포진해 있어 이사회가 선택한 김 대표를 반대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 표심을 좌우할 글래스루이스와 ISS도 앞서 김 대표를 선임하는 것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냈다. KT 외국인 투자자 비율은 7월 말 기준 39.60%다.
김 대표는 취임 첫날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내 사내 동요를 잠재우고 향후 재계 서열 12위인 KT그룹을 어떤 방향으로 운영할지 밝힐 전망이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LG CNS, LG유플러스 등 KT 기업 간 거래(B2B)와 통신(B2C) 사업 경쟁사 출신인 만큼 지피지기(知彼知己) 전략에 따라 지난 한 달간 KT 사업구조 파악을 모두 끝냈을 것으로 본다.
김 대표가 KT 미래 사업 전략을 공개할 첫 외부 행보로는 다음 달 7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최로 열리는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행사 키노트 연설이 꼽힌다. 이 자리에서 5.5G·6G 등 미래 통신 기술과 이를 통해 창출되는 디지털 혁신에 대해 밝힐 전망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부사장) 등이 '개방형 디지털 국가 선도'를 주제로 자리를 함께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김 대표가 해결해야 하는 KT 경영 현안이 산적한 점을 우려한다. 우선 '통신 카르텔' 척결을 외치며 알뜰폰과 제4 이동통신사 육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정부는 현재 4만원대부터 시작하는 5G 요금제 하한선을 3만원대로 낮추고 '미사용 데이터 이월 제도'를 신설하는 등 가계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이통사들과 논의 중이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을 감수하고 김영섭호 KT가 이를 가장 먼저 따를 가능성이 크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김 대표가) 주총에서 무리 없이 취임해 KT 문제점을 해결하고 구성원들 사기도 진작해 통신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가 지난해 말부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신사업 진출과 외부 투자 등을 활발히 전개하는 것에도 빠르게 대응할 전망이다. 약 1년간 KT가 관련 행보를 멈춘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KT 임원들에게 현안 보고를 받으며 "KT 데이터센터 총량이 어느 정도냐"고 묻는 등 디지털 전환(DX) 사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사 초거대 인공지능 '믿음'과 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기업용 인공지능 콜센터 및 챗GPT 구축(가칭)' 등 융합형 DX 신사업을 최우선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재개하며 사업 파트너 확보에도 열을 올릴 전망이다.
KT 직원들 불만을 잠재우고 노조 관리에 나서야 하는 점도 이슈다. KT는 임단협을 마친 경쟁사와 달리 대표 부재로 인해 올해 임단협을 아직도 진행하지 못했다. 임단협 진행에 4개월 정도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 취임 후 바로 관련 절차를 진행해도 연내 타결이 빠듯하다. 올해 10월 KT 새 노조 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진행되는 점도 김 대표가 추진하는 경영 정상화 전략에 변수로 꼽힌다. KT 전체 직원 증 80%(약 1만6000명)가 가입한 KT 노조 위원장은 '양복만 입지 않은 사내이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자리다. 따라서 지금까지 모든 KT 대표가 노조 위원장과 관계를 설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