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속 다시 불어나는 가계 빚···"디레버리징 제약 말아야"

2023-07-10 15:49
가계부채 오름세 지속···상반기 신규 주담대, 전년보다 60%
익숙해지는 고금리, 금리인하 기대감, 당국 대출 규제 완화도

[사진= 연합뉴스]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가계 빚이 재차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잠시 내려섰던 시중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완화된 각종 대출 규제 탓에 재차 부동산에 빚을 끌어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직 금리인상기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 빚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245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담대를 보면 잔액이 511조4007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245억원이 불어났는데, 이는 직전월 증가폭(6935억원)의 2.5배에 달한다.

주담대는 올해 중 14조2881억원(5대 시중은행 기준)이 줄었다. 하지만 새롭게 내어진 가계대출로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신규 주담대는 올해 상반기에만 83조9955억원을 기록했으며, 1년 전 신규 집행된 주담대(52조3710억원)와 비교해 60.4% 급증했다.

유동성 흡수를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기가 아직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주담대가 다시 늘어나는 데에는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급등할 땐 빠르게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빚부터 갚자'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시작된 이후 2년여 시간이 흐른 시점에선 사람들은 점차 고금리에도 익숙해졌다. 여기에 올해 기준금리가 정점에 달하고, 하반기 중 경기 침체를 반영해 금리가 내려설 것이란 기대까지 커지면서 국내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으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을 우려한 정부가 그간 각종 대출 관련 규제를 풀어주면서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에 불을 지폈다. 특히 정부는 '역전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에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키로 했다. DSR은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따져 대출 가능 범위를 정하지만,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다른 대출은 원금을 뺀 이자만 계산한다. 임대인의 대출 여력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 오름세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빚으로 빚을 막는, 재차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은행은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수차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공개된 6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금통위 위원들은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은 금통위원은 "최근 주택시장 부진이 완화되고 주택 관련 가계부채가 늘고 있어 금융불균형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민간신용 레버리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과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확대가 가계부채의 점진적인 축소를 제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