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증후군 심각] 최저임금도 못 받는 9급 초임…"생계 위협 수준"

2023-07-12 04:00
노조 측 내년 37만7000원 임금 인상…식대 월 22만원 등 요구
정부, 3.8% 인상안 제시…긴축기조 유지 탓에 인상폭 적을 듯

지난달 19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2024년 최저임금 인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무원 월급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하소연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임금 인상률이 수년째 1% 안팎에 머물면서 공직 사회 내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공무원 보수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같은 달 29일과 이달 5일 소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내년 임금 책정 방안을 논의했다.

공무원 노조는 월 37만7000원 정액 인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직급 등과 상관없이 임금을 전반적으로 올리자는 얘기다. 전체 인상률은 9.9%다.

올해 공무원 보수는 1.7% 인상되는 데 그쳤다. 2021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0.9%와 1.4% 올라 3년 연속 물가 인상분에도 못 미치는 인상률을 보였다. 공무원들이 불만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질임금 하락으로 민간 기업 대비 공무원 임금 수준은 82.3%까지 떨어진 상태다. 초임 공무원은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상황이다. 실제 9급 1년 차 공무원 실수령액은 160만원 수준으로 올해 최저임금(201만원)보다 낮다.

노조가 정률이 아닌 정액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고위직과 하위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기존 정률 인상이 누적되면서 직급별 격차가 수백만 원까지 벌어졌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현재 6360원인 식대를 1만원으로 올려 한 달 급식비로 22만원을 제공하고 초과 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달라는 요구 사항도 제시했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이 적용되지 않아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처우에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5년 차 미만 퇴직자가 2020년 이전에는 1만명을 밑돌다가 2021년 1만693명, 2022년 1만3321명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이 같은 공무원의 불만이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건전재정을 강조하며 긴축 기조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첫 교섭에서 1.7~2.9% 인상률을 제시한 뒤 이후 회의에서는 소폭 인상된 3.8%를 제안했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지만 물가 상승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 노조는 9.9% 인상안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고위직보다는 최저임금을 밑도는 하위직 공무원 임금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며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많은 5년 미만 젊은 공무원이 떠나고 결국 '국가 위기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민간 기업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임금은 근로 의지를 꺾는 가장 큰 요인"이라며 "생계를 위협받는 수준인 임금 체계는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무원 보수위원회는 오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협의와 조정에 나선다. 이달 중 합의가 이뤄지면 기획재정부가 합의 내용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게 된다. 다만 보수위는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심의·의결 기관이 아니어서 정부가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