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리포트] 올해도 '고생길' 네카오…규제 강화 움직임에 외부 변수까지

2022-12-27 00:15
윤석열 정부 '자율규제' 약속했지만…'카카오 먹통 사태'로 반전된 분위기에 업계 '긴장'
그야말로 '규제에 웃고 규제에 울고'…내년 정부 움직임 주시해야 하는 상황
카카오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시련의 연속…류영준 이어 남궁훈까지 대표직 물러나
네카오, 이런 가운데서도 해외 매출 비중 확대 등 체질 개선 위해 노력

[사진=아주경제 DB]

지난해 각종 논란에 시달리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강화 일로로 가던 플랫폼 규제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로 인해 분위기가 급변하며 다시금 긴장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곳곳에서 받은 숙제를 잔뜩 싸든 채로 2023년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카카오 먹통' 이후 180도 달라졌다…정부 규제 강화 움직임에 플랫폼 업계 '촉각'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간발의 차로 당선됐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론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는 달리 당선 전부터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를 수차례 언급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후보 시절 윤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규제 강화가 꼭 능사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여럿 했다.

임기 첫 수개월 동안은 실제 플랫폼 자율규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6월 말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자유로운 시장에서 기업의 혁신 역량이 마음껏 발휘되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 주도의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추진되던 '온플법' 역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0월 15일 벌어진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코엑스에 있는 카카오 T 주차 역시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10월 15일 카카오 서비스 장애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해당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 서버 전원이 차단되면서 카카오의 서비스가 최대 127시간33분 동안 '먹통'이 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메신저, 이메일, 택시·대리운전 호출, 웹툰·웹소설 등 다양한 영역에 손을 뻗은 카카오가 멈춰 버리자 수많은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었고 당장 생업에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잇따랐다. 그만큼 카카오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계기로 '독과점 플랫폼'의 폐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론이 다시 불거졌다. 국회는 소위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라 불리는 복수의 법안을 통과시키며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의 데이터 보호에 대한 의무를 기간통신사업자 수준으로 강화했다. 공정위는 대형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올해 초 처음 발표한 플랫폼 심사지침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자사우대행위, 최혜 대우 요구, 멀티호밍 제한(타 플랫폼 이용 방해) 등 주요 법 위반 행위 유형을 담아 이를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가린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에 네이버·카카오 고위 경영진들이 줄줄이 출석하면서 온갖 질타를 받은 것도 모자라, 정부의 정책 변화까지 겹치며 다시 한 번 규제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공정위의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은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정책 방향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계는 정부의 움직임을 내년에도 예의주시해야 할 전망이다.
 
수난의 카카오…올해도 논란의 중심
지난해 카카오는 '문어발'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에 시달리며 십자포화를 맞았다. 변화를 다짐하며 새롭게 대표이사를 선임했지만 곧바로 삐걱거렸다. 당초 카카오 대표로 선임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스톡옵션으로 얻은 자사주를 대량 매도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임기 중에 자사주를 대거 팔아 주가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고 사퇴 여론이 강해졌다. 류 후보자는 연초 사내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는 여전했고 결국 대표직을 자진 사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소방수로 투입돼 새로이 카카오를 이끌게 됐다.

남궁 대표 취임 후에도 바람 잘 날은 없었다. 우선 의도치 않게 구글과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구글이 6월 1일부터 앱 개발사들에게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인앱결제 정책을 강제하면서 카카오도 구글에 최대 수수료 30%를 납부하게 됐다.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플러스' 구매 페이지 등에 구글의 정책상 금지된 '아웃링크'를 삽입했는데, 구글이 이에 자사 앱 마켓에서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중단하며 양측이 대립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섰고, 카카오가 아웃링크를 없애는 대신 약 2주 만에 구글 플레이에서 업데이트가 재개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카카오로서는 잠시나마 플랫폼 생태계에서 '갑 오브 더 갑'인 앱 마켓 업체와 정면으로 맞서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가슴 철렁한 상황이었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이 지난 7월 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반대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온']

비슷한 시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까지 불거졌다. 카카오가 연초부터 카카오모빌리티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려고 추진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카카오가 사실상 매각을 공식 인정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혼란은 극에 달했고 택시·대리운전 업계도 사모펀드 매각이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두달여간의 진통 끝에 결국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철회를 최종 결정했지만 상처는 남았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카카오가 올해 처한 시련의 '피날레'였다. 카카오의 서비스가 길게는 127시간 동안 멈추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이용자들이 속출했고 보상을 요구하는 여론도 커졌다. 특히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카오는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이에 올해 취임한 남궁 대표는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고, 재난대책공동소위원장을 맡아 재발방지에 전념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먹통 기간 동안 발생한 유·무료 이용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어려움 속 네이버·카카오 체질 개선 '속도'
이런 가운데 양사는 올해 들어 리더십을 개편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네이버는 1981년생인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총괄이 지난 3월 대표로 공식 취임했다. 기존 대비 젊은 인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반적인 쇄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카카오의 경우 의도치 않게 수차례 대표가 바뀌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지난 7월 각자 대표로 선임된 홍은택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장이 10월 들어 단독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됐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각 사]

양사의 올해 가장 큰 사업적 목표는 해외 매출 비중을 더욱 늘리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35%(라인 포함 기준), 카카오는 10% 수준이다. 특히 양사는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일본 전자책 서비스 업체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까지 인수하며 해외 플랫폼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인수했던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를 합병해 '타파스 엔터테인먼트'를 올해 5월 출범시켰다. 

커머스 사업 육성도 지속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데다가 경기 위축까지 겹쳐 이커머스 사업의 전체적인 성장성은 둔화됐지만, 양사는 여전히 커머스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사업 확대에 올해도 박차를 가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북미 소비자간거래(C2C) 플랫폼인 '포쉬마크'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창사 이래 최대 투자를 확정지었다. 지난 20일부터는 '익일 배송'을 골자로 하는 '네이버도착보장' 서비스도 개시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프로필 개편, 톡스토어 채널 개편 등 카카오톡에 변화를 주는 데 주력한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카카오 커머스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