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인도ㆍ태평양 시대' 교두보 놓은 한ㆍ베트남
2022-12-07 17:50
양국간 '선린우호관계 공고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베수교 30년을 맞이하여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은 지난 30년간의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 관계를 총결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과 베트남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2009년에 맺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에서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유일한 '동맹 관계'인 미국을 제외하고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시킨 것이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1992년 수교 당시 5억 달러(4억9000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 807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30년 만에 물경 161배나 증가하였다. 세계 외교 역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큰 성과이다. 이제 양국의 연간 교역 규모는 1000억 달러,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 누적 1000억 달러(2022년 5월 말 기준 790억 달러), 베트남 투자 한국 기업 수 1만 개(2022년 5월 말 기준 9288개)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 국빈방문에서 한·베 두 정상이 서로 향후 우호협력 관계에 청신호를 주고받았다. 응우옌쑤언푹 주석은 베트남의 잠재력을 믿고 많은 투자를 통해 베트남 발전에 도움을 준 한국에 감사를 표하였고, 동시에 경제뿐 아니라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 나라가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역시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푹(Phúc) 주석께서 한국을 찾아주셔서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번 주석님의 방한이 지난 30년을 디딤돌로 삼아 앞으로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도약하고 발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응우옌쑤언푹 주석의 국빈방문에 맞춰 베트남의 축구를 동남아 최고의 강팀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에게 양 국가의 정상이 참석한 만찬 자리에서 수교훈장 흥인장을 수여한 것이 베트남 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중에 베트남을 방문하여 쌀국수의 일종인 가장 서민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인 “분짜” 식당을 찾아 시식하여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아있던 대미 적대 감정을 덜어낸 적이 있었다. 이번 양 정상의 만찬장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에 버금가는 기발한 외교 아이디어였다.
가짜뉴스로 인해 반한 감정의 파고가 높아 베트남 내 한인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때에,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좋은 호재를 창안한 아이디어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난 베트남과 외교 관계 정상화 30주년의 성과를 되돌아보면, 외교 관계 수립 50주년이 되는 2042년에는 베트남과의 교역 규모가 2000억 달러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이번 응우옌쑤언푹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미래를 향한 튼튼한 교두보를 놓은 셈이다.
우리에게 베트남과의 선린우호관계를 공고화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인도‧태평양 시대를 활짝 열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풍부한 천연자원 개발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고, 에너지, 녹색성장, 과학기술, 노동, 문화, 관광, 인적 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베트남과의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번 응우옌쑤언푹(阮春福) 주석 방한의 최대 성과는 외교 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인도‧태평양 시대를 여는 데 두 정상이 뜻을 모았다는 데 있다. 두 나라의 정상 윤(尹) 대통령과 푹(福) 주석이 만나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한 “윤(尹)‧푹(福)” 시대를 열기로 한 것이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베트남과 손잡고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정신으로, 베트남과 상부상조하면 함께 멀리 갈 수 있다.
안경환 필자 주요 이력
▷한국글로벌학교(KGS) 이사장 ▷하노이 명예시민 ▷전 조선대 교수 ▷전 한국베트남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