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CPR할 때까지 몰랐다"… 전쟁터 된 이태원
2022-10-30 15:57
“시민, 구급대원 할 것 없이 CPR(심폐소생술)하는 모습을 지켜봤어요…한쪽에는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줄지어 누워 있었어요.”
친구와 함께 핼러윈을 즐기려고 나왔다던 이모씨(27·여)는 29일 밤 10시 15분께 발생한 압사사고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참사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밤 10시 30분쯤 이태원 해밀톤호텔 건너편에 있었다. 당시 이씨는 “계속 들어오는 구급차에 “‘누가 다쳤나?’ 생각만 했을 뿐이었다”며 본인 주변 그 누구도 “사고가 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구급차가 와도 불법 주차된 차량과 버스로 도로가 혼잡해서 진입하기 힘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핼러윈 코스튬으로 옷을 갈아입거나, 차량 위에서 놀고 있는 사람도 있어서 (구급차가) 진입하기 어려웠다”고 구체적 기억을 전했다.
이씨가 사건을 인지하지 못한 데에는 주변 분위기 탓이 컸다. 긴박한 상황이었음에도 사고 현장 주변 가게의 음악 소리, 사람들의 떼창 소리에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몇몇 무리들은 사건 현장 맞은편에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는데, 사고를 실감한 뒤에야 ‘어디야’라고 물으며 위치를 파악하기 바빴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사상자들이 들것에 실려가는 경우, 구급대원 3명이 붙었다. 주로 헬멧을 쓴 사람들이 의식이 없는 이들에게 심폐소생을 하고 있었지만 바닥에 있는 사람의 경우 시민들도 돌아가면서 쉬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너무 거짓말 같은 상황이라 믿기가 힘들었어요”... “고담시티 같았죠”
"사람들이 저희 가게 앞에서 울고, 살려달라고 도와달라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졌어요."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과 같은 블록에서 요식업을 하는 이모(32)씨는 현장을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변 상인들은 이날 오후 6시 전후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해 밤이 되면서 수만 명의 인파가 좁은 이태원 일대 도로를 메웠다고 전했다.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과 같은 블록에서 요식업을 하는 이모(32)씨는 현장을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변 상인들은 이날 오후 6시 전후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해 밤이 되면서 수만 명의 인파가 좁은 이태원 일대 도로를 메웠다고 전했다.
이씨는 "밤 12시 넘어서 구급차랑 소방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그전까지는 일대가 아비규환으로 통제가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구급대원이 통제를 하는 줄 알았다”며 “핼러윈 행사이기에 누가 코스튬이고 누가 진짜 구급대원, 경찰인지 인지하기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가게 앞에서 CPR를 하는 모습을 보고 긴급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씨는 “사건이 발생한 골목은 편의점, 클럽 등 상가 수가 많지 않아 골목에 있던 사람이 대피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미 건물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차 포화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태원에 대한 후유증이 남겠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이런 행사가 있으면 미리 인지하고 인력 통제를 하는 게 옳지 않았겠냐"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