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정부는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고소득자만 혜택 본다

2022-10-30 18:00
DSR 50% 규제에 실수요자에겐 '그림의 떡'

서울 서초구의 한 시중 은행지점 입구에 전세 자금 대출과 직장인 신용대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부터 부동산 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그동안 치솟은 금리와 집값뿐만 아니라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연봉 1억원 이상인 고소득자에게만 대출 문턱이 완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무주택와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비규제지역에서 LTV 70%, 규제지역에선 20~50%가 적용됐다. 이는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거쳐 내년 초에 시행된다.
 
그러나 정작 LTV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금지 때문에 대출 한도가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SR는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대출액 1억원 이상인 차주에게 DSR 40%(1금융권 기준)를 적용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총소득 대비 40%를 넘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서울 구로구 소재 35평형(전용면적 84.96㎡)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차주별 DSR 40% 규제가 도입된 2019년 12월 말 해당 아파트 시세는 10억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3억8000만원이었다. 당시 LTV 규제는 9억원까지 40%가 적용되고, 9억원 초과 시 20%가 적용됐고, DSR는 39.14%로 기준치인 40% 이하였다.
 
이를 현재 기준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2억9400만원으로 낮아진다. 그사이 아파트 시세가 14억원으로 올라 LTV 기준으로 대출 한도가 늘어야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14%에서 5.48%로 올라 DSR가 40%에 차기 때문이다. 내년에 LTV가 50%로 완화되더라도 대출 한도는 더 오르지 않는다.
 
반면 연봉 1억원인 직장인은 같은 기준으로 2019년 12월 말에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3억8000만원으로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과 같지만 현재 기준으로 대출 한도는 4억6000만원까지 늘어난다. 내년에 LTV가 50%로 완화되면 한도는 5억8800만원까지 증가한다.
 
또한 DSR 적용 시 부부의 연 소득을 합산해 계산하기 때문에 LTV 규제 완화 효과 혜택은 맞벌이 가정에도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무주택·1주택자를 대상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되지만 이 또한 치솟는 대출금리에 고소득자가 아니면 대출을 받기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15억원 아파트에 대해 LTV 50% 상한인 7억5000만원을 30년 만기에 원리금균등분할 상환, 대출금리 연 5% 기준으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매월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은 402만6162원에 달한다. DSR 40%를 적용하면 월평균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 규제가 완화돼도 DSR 규제가 있는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실제 LTV 완화 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