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아직까진 자본 유출 징조 없다...과거처럼 위기 아냐"

2022-10-17 06:00
"금리 인상 기조 계속...올해 최종금리 3.5% 수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자본 유출 징조가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동행 취재기자단과 만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신흥국 자본 유출이 위험하다고 전망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기 연착륙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며 "아시아 등 신흥시장은 매우 강한 달러화로 인한 자본 유출 위험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아직 우리나라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은 견조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많이 늘었다"며 "올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해외로 돈을 인출한 액수보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액이 두 배 이상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지만, 옛날처럼 위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전성이 커지면서 주식, 채권시장 가릴 것 없이 투자액 회수(엑시트)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10년 동안 많이 늘면서 자본유출도 많아졌는데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총재는 달러 강세가 심화하고 있는 만큼 과거와 다른 투자 전략을 짤 때라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지금 예금에만 투자해도 5%, 채권은 7%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이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수익을 내려다 손해보는 것보다는 과거 원·달러 환율이 1100~1200원대 일 때와는 다른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게 좋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현재 3%에 도달한 기준금리가 올 연말엔 3.5%를 웃돌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최근 한은이 역대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은 가운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커서 오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얼마나 올릴지 잘 모르겠다"며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예상이 그대로 간다면 (올해) 최종 기준금리 수준은 3.5%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