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부동산, 바닥이 없다]2년 만에 독이 된 '금리효과'..."갭투자 쏠렸던 지역부터 투매 나올 것"

2022-10-11 06:00

 

[사진·그래픽=아주경제 DB]

#1년 전 경기도 동탄신도시 아파트 전용 84㎡를 11억6500만원에 매입한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A씨는 당시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과 신용대출 등을 통해 5억원가량을 금융권에서 조달해 주택을 구입한 '영끌족'이다. 문제는 A씨가 매입한 아파트 가격이 최근 고점대비 30% 하락한 8억원대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A씨는 "2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활상환을 하고 있어서 이미 부부 중 한명의 월급을 전액 대출금으로 상환하고 있다"면서 "금리 리스크가 너무 커서 지출규모를 더 줄여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거래부진에 빠진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영끌'에 나섰던 대출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새롭게 주택시장에 진입하려는 수요마저 위축시켜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A씨와 같은 영끌 수요가 몰렸던 서울 외곽,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과 수도권에서 갭투자 비율이 가장 두드러졌던 지역은 서울 서초(17.6%), 송파(16%), 노원(13.8%), 경기도 평택(18.8%), 시흥(19.1%), 안성(20.6%), 화성(13.1%), 일산서구(20.1%) 등이다.
 
높은 전세가와 교통망 호재로 인기를 끌던 이들 지역도 최근 부동산 빙하기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초(-0.07%), 송파(-0.44%), 노원(-0.99%), 경기 평택(-0.53%), 시흥(-1.06%), 안성(-0.25%), 화성(-1.12%), 일산서구(-0.27%) 등의 집값은 일제히 하락했다. 

개별단지 하락폭은 더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6월 6억7200만원이던 노원구 '상계주공 6단지' 전용 41㎡는 지난달 20일 5억1000만원에 거래됐고, 지난해 9월 21억9000만원이던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16억원으로 손바꿈됐다. 각각 고점대비 24.11%, 26.94% 하락한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급하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저금리 상황에서는 자산증식을 위해 부채비율을 높이는 게 인센티브로 작용했지만 금리 인상기에는 부채비율을 키우는 방식이 디스인센티브로 작용해 리스크를 키운다"면서 "금리가 높아질수록 부채가 많은 지역, 예를 들면 전세가가 높거나 갭투자가 증가했던 지역의 가격이 급하게 조정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 것이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금리인상이 마무리되고, 정부가 경기부양책에 군불을 때는 시점까지는 시장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