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새 아파트값 4억원 빠진 인천 청라…송도·영종도 찬바람 쌩쌩
2022-05-31 06:00
작년 집값 상승 1위 인천...매물 증가에 속절없는 급락세
인천에서 직전 거래보다 수억 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집값 고점 인식에 따른 수요자 외면으로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올해 인천 입주 물량도 많은 상황이어서 가격 하락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인천 서구 청라동(청라신도시) 청라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전용면적 84㎡는 이달 18일 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12억9500만원보다 4억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또한 인근 청라푸르지오 전용 114㎡는 지난해 9월 13억87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으나 지난달 23일 11억3000만원에 팔리며 2억5000만원 빠졌다.
연수구 송도동(송도신도시)도 상황이 비슷하다.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70㎡는 지난달 8억7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지만 이달 1일 6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2주 사이에 2억원 넘게 떨어졌다.
인천 집값 하락세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인천은 1월 마지막 주(1월 31일 기준) 0.02% 떨어지며 하락 전환하더니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2주째 0.05% 하락했는데, 이는 2019년 8월 둘째 주(-0.06%) 이후 가장 큰 내림 폭이다.
인천 지역 한 공인중개업자는 “지난해 인천은 신도시 위주로 가격이 뛰었다가 다시 신도시 위주로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며 “송도나 청라 등 신도시는 물론 인천 전 지역에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 물량 폭탄도 집값 하락세를 견인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인천에서 총 3만7907가구가 집들이를 준비 중이다. 전년(1만9258가구) 대비 약 두 배 많은 물량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3월 6475건을 기록한 뒤로 꾸준히 감소했는데 특히 지난해 10월 3070건에서 11월 1762건으로 급감했다. 올해 1월엔 963건을 기록하며 세 자릿수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2012년 1월 633건 이후 약 10년 만이다. 지난 3월엔 소폭 늘어 1296건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 이자 증가 등으로 인해 수요자들 자금력이 크게 줄며 정상적인 거래가 진행되지 않았고, 매물이 점점 쌓였다”며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 이슈로 매물도 늘어나고 있고, 작년 집값 상승으로 인한 차익 실현 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집값 고점 인식으로 인해 수요도 줄고 있다”며 “인천에서는 지난해 송도, 청라 등 신도시에서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수요자들이 해당 가격을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천 아파트는 지난해 역대급으로 상승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인천 집값은 전년 대비 34.66% 올랐다. 전국 평균(18.45%)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보유세 인상, 금리 인상 등 결국 서울 중심부를 제외한 인천 등 외곽지 매물이 늘고 있는 것”이라며 “양극화가 이어지며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주택자뿐 아니라 최근 늘어난 이자로 인한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이 내놓는 매물도 늘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