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대, 문제는 경제다] 무역수지도 악화일로…'쌍둥이 적자' 현실화되나

2022-05-16 05:00
원자재 가격·환율 동시 올라 직격탄
한은, 4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 전망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올해 들어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불안으로 수입액이 급증해서다. 무역수지 악화가 계속되면서 재정수지·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37억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98억6000만 달러로 늘었다. 이달 초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수입 규모가 크게 늘어서다. 이 기간 수출은 16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8.7% 늘어난 반면 수입액은 198억 달러로 34.7% 뛰었다. '3대 에너지'로 불리는 원유(30억6200만 달러·53.7%)와 가스(8억2400만 달러·52.7%), 석탄(6억5400만 달러·220.0%) 수입액이 급증하며 수입 증가를 이끌었다. 

무역수지는 통상 월말로 갈수록 적자 폭이 줄어들지만 올해 상황은 다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오르고 있어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36달러(4.1%) 오른 배럴당 110.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월 25일 이후 최고치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상황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대중국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수도'인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 봉쇄에 나선 탓이다. 지금껏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이달 상황도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값 상승 탓에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도 2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적자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47억3000만 달러 적자로 출발한 올해 무역수지는 2월에 8억9000만 달러 흑자로 반등했다. 하지만 3월 들어 1억1500만 달러 적자, 4월엔 26억6000만 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재정수지 적자가 확실한 가운데 경상수지 주축인 무역수지마저 흔들리면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에 빠지는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경상수지는 150억6000만 달러 흑자였지만 1년 전보다 흑자 폭이 72억7000만 달러 줄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92억8000만 달러에서 104억 달러로 1년 새 88억8000만 달러나 감소했다. 

한은은 4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 10일 "4월은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였고, 12월 결산법인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시기라 일시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잇따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파로 올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68조5000억원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 우리나라는 쌍둥이 적자에 직면하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첫 쌍둥이 적자다.

시장에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쌍둥이 적자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를 가지고 연 단위로 본다"면서 "무역수지는 지난해보다 악화하겠지만 상품수지 흑자 등에 힘입어 경상수지는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쌍둥이 적자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