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엔] 달러당 130엔까지? 엔저 어디까지 가나

2022-04-19 16:30

일본 엔화 가치가 20여 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가운데 일본은행의 엔저 대응에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올해까지는 일본 정부가 부양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주된 의견이지만, 일각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30엔대까지 오르면 통화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견 역시 나오고 있다.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일본이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며 엔화 가치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26엔 후반까지 치솟으며 2002년 5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1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엔 환율은 계속해서 오르며 128엔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엔저 흐름은 계속해서 강해질 전망이다.

일본 금융당국자들이 최근 엔저 흐름에 우려를 표했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계속해서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가운데 엔화 가치가 다시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일본 도쿄 시장 거래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몇 개월 내에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언급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통화 전략가는 "일본의 무역 적자와, 주요국들 중 가장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행의 태도를 고려할 때 엔을 매수할 이유가 없다"며 "엔은 올해 달러당 130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는 엔화 가치가 현재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시게 다쓰히로 파이브스타자산운용 분석가는 "달러당 130엔 수준은 단지 통과점"이라며 "내년 3월 말까지 엔은 달러당 15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이 완전히 반대되는 정책 방향을 내놓은 가운데 급격한 환율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집권 마지막 해 동안 부양책을 고수하는 대신 긴축 정책으로 돌아선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달러당 130엔 선을 넘긴다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야카와 히데오 전 일본은행 수석 경제학자는 엔저 흐름을 멈추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르면 7월부터 정책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지난 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시장 참가자들은 구로다 총재가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일본은행의 정책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현재의 완화 정책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