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이은해 '계곡살인사건', 검수완박 되면 묻힐 사건?...검찰-민주당 이견 팽팽

2022-04-13 10:30
김후곤 대구지검장 "'검수완박' 추진되면 피의자가 경찰 수사에서 풀려나"
권성동 국힘 원내대표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 검수완박 입법 4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

검찰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현직 검사장이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안이 추진된다면 ‘계곡살인사건’을 포함한 중요한 사건들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평계곡 살인사건도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권이 있었기 때문에 (재수사가) 가능한 것”이라며 “보완수사 요구 자체를 못 하면 검찰이 그런 사건들을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수사에 추가로 증거를 수집하면 보다 완벽하게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을 가정하며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도 못 하고 스스로 증거 수집도 못 한다면 예컨대 성폭력 범죄에 관한 처벌이 잘 안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계곡살인사건’을 언급하며 “보완수사 요구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보완수사 요구 자체를 못 하면 묻히는 사건들을 경찰이 정말 잘해서 완벽하게 하면 모르는데, 더이상 검찰이 그런 사건들을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민주당 측이 ‘검수완박’의 이유로 “검찰이 불필요한 수사를 하면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삼성바이오, SK 분식 회계 사건 등의 대형 사건을 예로 들었다.
 
김 지검장은 “지금 미국이나 일본, 독일도 검사들이 직접 수사하는 것이 대형 경제 범죄들이다. 주가조작이나 재벌 비리들을 경찰이 수사 기록만 보고 수사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검사가 공소유지를 할 수 있겠는가. 아마 지금의 공판 현실에선 불가능하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이은해(왼쪽)와 공범 조현수 [사진=인천지방검찰청]

김 지검장이 언급한 ‘계곡 살인 사건’은 피의자 이은해(31)가 공범 조현수(30)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씨(사망 당시 39살)에게 기초장비 없이 다이빙하게 강요한 뒤 그의 구조 요청을 묵살해 사망하게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서 불구속 송치했으나 인천지검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부터 넘겨 받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검수완박’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약어로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과 다른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요청권을 모두 없애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십년간 보여왔던 검찰의 수사 불공정성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검찰 개혁을 위한 과정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김 지검장은 이를 두고 “(6대 범죄 사건 중) 국정농단 사건, 특정 재벌 기업들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지 않으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제대로 한다는 어떤 대안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다”며 “결국 중대 범죄에 대한 대응 자체가 무력해지는데, 누가 좋아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법안의 여러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기도 전에 아예 또 법을 뒤집는 형태의 법안이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도 ‘계곡살인사건’을 언급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 추진 움직임을 비판했다. 경찰이 초기 수사를 부실하게 해 검찰이 아니었다면 미제사건이 됐을 것이란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12일 당선 후 첫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수완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묻고 싶다”며 “평범한 국민과 약자는 6대 중대범죄를 저지를 기회조차 없다. 수사의 공백이 있으면 오로지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이 안착된 후에, 그래도 검찰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가 협의해 같이 (수사권 범위를) 고쳐나가길 제안한다”며 ‘검수완박’ 법안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검수완박’은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수사권을 중수청 등 다른 기관으로 옮기고, 검찰에는 기소권만 남기는 게 핵심이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