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1인당 GDP 5만달러 국가가 되려면…

2022-04-13 08:02

[김용하 교수]


우리나라의 202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4743달러이다. 1만 달러 2만 달러 3만 달러를 넘어서 IMF 외환위기 이후 와신상담한 끝에 이뤄낸 3만5천 달러 수준이지만, 이제 4만 달러 5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통계청의 인구 전망에 기초하여 OECD의 잠재성장률 가정 (2020-30년 1.9%, 2030-60년 0.8%)을 적용하여 우리나라 1인당 GDP를 단순하게 산정하여 보면. 2021년 3만4743달러가 4만 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은 2029년, 5만 달러에 이르는 시점은 2047년이다. 대체로 4만 달러 달성은 무난해 보이지만, 4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의 길은 험난해 보인다.
 
세계적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는 2007년에 2025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5만 달러를 넘어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가 되고, 2050년엔 8만1462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가 된다고 전망했다. 현시점에서 볼 때, 그 당시 경제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러한 전망의 근거 중 하나는 기술 진보는 출산율과 무관하게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구가 감소되기 때문에 1인당 국내총생산은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3만 달러에 이르기까지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산업의 성공은 기적에 가까운 것이었다. 자원도 거의 없고 국토도 좁은 데서 기업과 근로자들의 피와 땀, 그리고 지혜가 빚어낸 위대한 성과였다. 그렇지만 양적 성장력은 브라질 멕시코 터키 인도 중국 등에 뒤지고 질적 기술 수준은 아직 미국 일본 독일 등에 밀리는 국제환경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가진 국내 여건을 헤치고 우리는 생존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이제 3.0%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2021년에는 4.0%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는 2020년 –1.0% 성장의 기저효과일 뿐이다. 성장잠재력이 이 정도 수준으로 떨어졌는지 아니면 잠재력은 있는데 이런 상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런 식의 양적 성장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불안감은 지울 길이 없다. 아직 실질적으로 많은 청년실업자가 방황하고 있고 상당수 국민은 격심한 경쟁환경 속에서 힘들어 한다. 이는 외형적인 5만 달러 달성과 동시에 실질적인 삶의 질이 5만 달러가 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1만 달러까지의 힘은 인적자본에 있었다. 우수하고 비교적 저렴한 노동력이 없었다면 1만 달러 달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면에 2만 달러 시대는 물적자본이 주도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자본의 힘이었다. 그러나 3만 달러 시대는 인적자본도 물적자본도 모두 한계상황에 도달하고, 새로운 지적자본이 성장을 주도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적자본, 물적자본, 지적자본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는 사회적 자본의 생산성이다. 사회적 자본은 법과 제도, 노사관계를 포함한 각종 사회적 관행 등을 통칭한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인적자본과 물적자본 심지어는 지적자본조차 국경 없이 넘나들기 때문에 5만 달러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발전에 필요한 각종 자본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 구조가 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가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압축성장 과정에서 뒤틀어져 있는 국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유화와 글로벌화는 우리가 넘어야 할 위기이자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최악의 규제인 수도권 규제부터 원점 상태에서 재점검하여 경쟁력을 제한하는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나가야 한다. 이때 중앙과 지방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균형발전 계획은 수정돼야 한다. 경쟁 제한으로 평등해지는 규제정책은 하향평준화로 귀착된다. 금융 물류 통신 방송 등 산업 규제뿐 아니라 보육 교육 보건 환경 등 각종 사회제도와 전반적인 정치·행정제도를 유연하고 생산적인 구조로 개혁해야 한다. 노사관계도 무원칙한 투쟁 일변도의 갈등 구조로는 안 된다.
 
원칙이 통하는 법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완성돼야 한다. 부자와 빈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신뢰관계가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시스템은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070년 노인인구비율 46.4%에 이르는 초고령국가를 앞두고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이 문제이다. 사회보장위원회는 2060년 GDP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율이 스웨덴 수준인 27.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스웨덴의 현재 노인인구비율이 20.3%임을 감안하면, 2060년경 우리나라 노인인구비율이 스웨덴의 2배 수준인데도 복지지출은 스웨덴의 현재 수준에 불과하다. 즉, GDP의 27.6%를 지출하고서도 중 복지를 벗어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복지선진국 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