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비상에 추경까지...시장금리 오름세 어쩌나
2022-04-07 15:59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8년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 대규모 추경 편성을 앞두고 금리발작이 계속되면서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 확대 역시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오전 전 거래일(2.94%, 마감 기준)보다 0.07%포인트 하락한 2.87%를 기록했다. 국고채 금리는 전일 3%를 돌파한 뒤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나 올해 초(1.85%)와 비교하면 3개월여 만에 1% 이상 급등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일 시장 안정을 위해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 조치에 나섰으나 여전히 우상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이날 오전 기준 3.11%로 이번 주 내내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년물 금리 역시 이날 기준 3.04% 수준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처럼 국채 금리가 상승한 배경으로는 전세계적인 물가상승 움직임과 미 연준(Fed)의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고, 미국과 국내 국채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점도 상승 압박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차기 정부가 공식화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역시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윤석열 당선인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코로나 피해 보상을 지원하겠다며 ‘1호 공약’으로 50조원 규모의 추경을 예고했다. 정부가 추경을 위해 적자 국채를 발행해 국채 공급이 확대될 경우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 상승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시장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라는 점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주로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연동돼서 책정되는데, 통상 국채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 역시 영향을 받는 구조다. 국고채 금리가 주담대 금리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이는 고스란히 차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최근 은행권이 일부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긴 하나 시장금리 상승 흐름을 꺾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날 하나은행의 주담대 금리(하나모기지론, 하나아파트론, 혼합금리 적용 시) 상단은 6.137%를 나타냈다. 우리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 역시 일주일 만에 0.2%포인트 이상 상승해 연 6.24%로 파악됐다. 조만간 주담대 금리가 7%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변동금리 대출차주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잔액 기준)은 76.5%로, 2014년 3월(78.6%)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 상향 등 관리에 나선 상태다. 금융당국 측은 "은행의 경우 연말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2.5%, 비거치식 분할 상환 대출 비중은 60.0%로 각각 전년 대비 2.5%포인트씩 상향하도록 지도 중"이라며 "대출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 상환 목표치를 상향해 대출의 질 개선에 나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