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기업들, 불확실한 금융 환경에 55조원 규모 거래 연기 결정
2022-04-03 18:19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소 100여개의 기업이 450억 달러(약 54조9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는 블룸버그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를 규탄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이 제재에 나서며 세계 경제 전반에서 불확실성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공급망 차질과 유가 상승세가 격화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우려가 커졌고,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정책 향방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투자정보제공업체 스코프레이팅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앙은행들이 수십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이해 긴축 정책을 도입하려는 시기에 이뤄졌다"며 "이외에 전쟁은 공급망 차질, 물가 상승, 비용 증가 등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전쟁이 임박한 지난 2월 21일 이후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채권, 대출, 자산담보대출 등의 거래가 미뤄진 경우가 100건이 넘었다고 집계했다. 특히 미국에서 취소된 거래가 49건으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는 아시아(28건), 유럽(17건), 남아메리카(6건)이 뒤를 이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마르코 발디니 신흥시장 채권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고등급 채권에 대한 판매가 급감했다며 "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지며 거래를 진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부활절 연휴를 앞두고 거래량이 다시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 IPO 역시 다수가 미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코아, 커피 등을 공급하는 식품업체 올램인터내셔널은 앞서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약 130억 파운드 규모의 IPO를 연기했다. 중국 미디어업체 완다그룹 역시 약 3억 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여겨졌던 홍콩에서의 IPO를 보류했다. 블룸버그는 올해 1분기 IP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650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다.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수준이다.
수잔나 스트리터 하그리브스랜드다운 선임 투자 및 시장 애널리스트는 "IPO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신규 IPO는 시장이 조금 더 예상 가능한 수익률을 보여주기까지 보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 거래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첫 3개월 동안 글로벌 M&A 규모가 약 15% 감소한 1조2000억 달러에 그쳤다며, 2020년 3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 거래 건수는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