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재건 아닌 정쟁 도구로 '전락'

2022-04-03 14:36
박주선 대표 선임, 윤석열 당선인 당선 전 결정된 사항
대조양 대표 안살림 담당,큰 의사결정은 산은 몫…"산은 수장 교체만으로도 충분"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매출 200조4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당기순이익 -4조6000억원. 대우조선해양의 21세기 누적 실적이다. 기본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 20여 년간 이익을 내지 못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기업의 정밀한 진단과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다음 정권 인수위의 '알박기' 지적에는 '대조양의 재건'이란 '본질'과 '대조양의 정상화'란 '미래'가 빠져있다. 

지난 달 31일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브리핑에서 '임기 말 부실 공기업 알박기 인사 강행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을 발표했다. 부실 공기업은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의미하고, 알박기 인사는 박주선 신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두고 한 말이다. 

그는 "국민의 세금 4조1000억원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공기업"며 "회생 방안을 마련하고 독자 생존을 하려면 구조조정 등 고통스러운 정상화 작업이 뒤따라야 하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조율할 새 경영진이 필요한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감행했다"고 덧붙였다. 

박두선 신임 대표이사(CEO)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전임 이성근 대표이사와 마찬가지로 조선소장 출신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한 케이스다.

원 수석대변인은 또 최대주주인 산은에 대해 "산업은행에 대한 책임 소재 여부를 따지는 것은 관리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해야 할 문제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수위의 대우조선해양 논란을 두고 현재 현재 산은을 이끌고 있는 이동걸 회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는 진보정권과 궤를 같이 해왔다. 과거 보수 진영에서 정권을 이끌 당시 △'헬조선' 일보 △'박근혜 만능법' △민생경제 죽이는 '그네'노믹스 △'박근혜 불가론'의 11번째 이유 등의 칼럼을 썼다. 보수 진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인수위와 이동걸 산업은행의 충돌과는 별개로 대조양 정상화는 20여년간 성공하지 못했다.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내부 구조조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우조선해양과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이 20여년간 돈을 벌지 못하다 보니 산업 지형도 재편도 병행돼야 한다. 인력 수급 문제 역시 글로벌 경제 싸이클에 맞게 유연해야 하는데 북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제도가 약해 업황 변동성과 노동 탄력성의 접점을 맞추기도 어렵다. 

보스턴과 EY한영 등 외부기관 컨설팅 과정 이후 대조양의 앞날이 어느 정도 결정이 되겠지만 20여년 간 해결이 안 된 기업인 만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대조양의 재건을 위해 협력 대신 갈등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조양은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기 좋다. 대조양은 이동걸 회장 입장에서 '아픈손가락'이다. 이 회장이 "잘못되면 직을 내놓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던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은 지난 1월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의 반대로 최종 불발됐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기에 산은 회장은 대조양의 합병도 결정할 수 있다. 즉, 대조양 대표이사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회생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의사 결정을 다할 것"이라며 "대조양의 대표이사는 내부 살림을 챙겨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조양 대표이사는 내부적인 '대조양의 재건과 정상화'를 담당한다. 직원들도 이번 대표이사 선입에 찬성하고 있다. 36년간 조선소에서 몸담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또 박 사장은 윤석열 당선인이 당선 전에 선임돼 이사회 승인을 받은 사항으로 면밀히 말하면 알박기도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재 대우조선의 사정은 사장이 어느 정권의 사람인가가 우리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현대중공업으로 합병과 EU 불승인 등 3년의 매각 과정을 겪으면서 동종사에 비해 많이 뒤처진 사항이라 정상화가 시급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회생업계 관계자는 "인수위와 현 정권 사이의 갈등이 있더라도 조선소는 돌아가야 할 것 아닌가"라며 "조선소 내부에서도 나름대로 승진하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을 따라 올라간 대표이사기에 조직 내부에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는 인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