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가 27일 또 한 차례 무산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이날까지 전권 대리인을 통해 물밑 협상을 진행해 후보 간 담판 직전까지 논의를 진척시켰다. 그러나 이날 오전 안 후보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양측 협상은 사실상 결렬됐다. 

윤 후보는 단일화 2차 데드라인(시한)인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이후에도 야권 통합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양측이 우여곡절 끝에 물리적 결합에 성공하더라도 '아름다운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양측 지지층 간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 측에서) 아침 9시에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며 야권 단일화 결렬 소식을 알렸다. 윤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를 열망해오신 국민들께 그간의 경과를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며 "저는 오늘 이 시간까지 안 후보와 단일화하기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 의원들과 전권을 부여받은 양쪽 대리인들이 만나 진지한 단일화 협상을 이어왔다"면서 "특히 어제(26일)는 양측 전권 대리인들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회동을 했고 최종 합의를 이뤄서 저와 안 후보에게 보고가 됐다. 안 후보와 저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양측이 안 후보의 대선 완주 철회 명분을 쌓기 위한 자택 방문과 회동 공개 제안 등을 두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국민의당 측에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며 "(단일화가 최종 결렬된 이유에 대해서는) 저희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여수 지역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국민의힘이) 전해온 내용을 듣고 별반 차이가 없기에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이미 이런 협상에 대해서는 시한이 종료됐다고 분명히 선언했다"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 간 단일화가 실질적으로 무산됐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렇게 쫓기듯이 협상하면 설사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있겠느냐"며 "단일화로 인한 플러스 알파(+α) 지지율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일화는) 거의 물 건너간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