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압박에 '백기' 든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립 포기

2022-02-25 20:08

포스코가 포항 시민들이 요구해온 지주사 주소 포항 이전과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립을 전면 수용했다. 주요 대선 주자를 비롯해 지역 정치권 등의 압박에 포스코가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포항시, 포항시의회 등과 다음달 2일 출범 예정인 포스코홀딩스 주소지를 내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포스코는 이사회와 주주를 설득해 정관을 바꾸고 지주사 주소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세우려던 미래기술연구원은 포항에 본원을 설치해 포항 중심 운영체계를 세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 1월2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포스코 지주회사 설립이 의결된 이후, 포항 지역사회에서는 포스코가 포항을 떠날 것이라는 오해가 지속돼 왔다"며 "포스코와 포항시는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자 전격 합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철강회사 이미지를 벗어나 신성장 사업을 통한 먹거리 창출을 하겠다며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설립계획을 밝혔다. 지주사 설립안은 같은 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서울 지주사 출범이 예정돼 있었다.
 
이에 세수 감소와 인력 유출 등을 우려한 포항시민들이 반발하며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설치, 지역 협력 대책 입장 표명 등을 요구했다.

포스코는 제철소에 1조6000억원 규모로 투자공사가 진행 중이고 올 한해 2조8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철강 산업은 앞으로도 포스코의 주력 산업이라고 설득했다.
 
포스코의 설명에도 지역사회 위기감은 줄지 않았다. 포항시민들은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반대 서명 39만명분을 받아내며 압박했다.

포스코와 포항시 측의 논의는 최근 모든 대선 유력주자들이 포스코 지주사의 서울 설립을 반대하는 견해를 내놓으면서 급격히 포항시 측으로 힘이 실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포스코 지주회사는 포항에'라는 단문 메시지를 올렸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포스코 본사 서울 설립 결정은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도전정신, 민족 기업으로서의 역사적 사명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역시 지난달 27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나 "국가기관도 지방으로 가는 마당에 국민기업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설치하는 것은 지방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23일 포항 유세에서 "포항제철은 포항이 만든 것이고 포스코의 고향이 바로 포항"이라며 "자기 자신을 키워준 포항을 떠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도 대선주자들까지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서면서 포스코 측이 결국 굴복한 모양새"라며 "정부 지분 하나 없는 민간 기업 결정이 표심 잡기용 포퓰리즘에 뒤집혔다"고 말했다.
 

[사진=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