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거대 경제블록' CPTPP 가입 공식화

2021-12-14 05:00
세계무역 15% 차지…여론수렴 들어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226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12.13.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한다. 이번 주부터 여론 수렴을 비롯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며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정부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관련 논의를 벌였다. 홍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그간 정부는 통상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CPTPP 관련 국내 제도 정비 등을 착실히 진행해왔다"고 전하며 "CPTPP 가입을 위한 여론 수렴과 사회적 논의에 착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CPTPP 가입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중국·대만의 CPTPP 가입 신청, 내년 초 세계 최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 등 아·태지역 내 경제질서 변화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는 CPTPP 가입에 관한 정부 부처 간 논의에만 머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교역·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적·전략적 가치와 우리의 개방형 통상국가 위상 등을 종합 고려해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하고자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관련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제1차 메가 FTA 지역순회 간담회'를 연다. 이날 밝힌 사회적 논의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다.

CP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자 일본·멕시코·싱가포르·캐나다·호주 등 11개국이 2018년 12월 만든 경제동맹체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1월 내놓은 'CPTPP 미래와 우리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CPTPP 참여 11개국 무역액은 2019년 기준 총 5조7000억 달러(약 6720조원)로 세계 무역에서 15.2%를 차지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합류하면 비중은 한층 더 늘어날 전망이다.

CPTPP 개방 수준은 FTA나 RCEP보다 크다. 최대 96% 관세 철폐 수준이라 특히 농업 분야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CPTPP 가입 선언은 먹거리 주권 포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입 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농산물 추가 개방이 불가피해 장기적으로 국내 농업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저지를 위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의장국인 일본이 가입 조건으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제한을 풀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CPTPP는 회원국 만장일치로 가입 여부를 결정해 이런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