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동결 행보에 더 확신 실려"....유로 가치 급락
2021-11-18 18:38
내년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꾸준하게 주장해 온 유럽중앙은행(ECB)의 목소리가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ECB의 메시지에 최근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유로-달러 환율은 202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13달러 선 밑으로 급락했다. 지난주 중반 기록한 근 1.16 달러 선에서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ECB는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투자자들의 베팅이 이유라고 풀이했다.
투자자들은 내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영란은행(BOE)이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이들과 같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버리고 ECB는 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에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환율인 유로-달러는 급락했다.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G10 외환전략팀장은 "시장이 연준과 ECB 간 정책 간 차이가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분석가들은 내년 ECB 금리 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과 ECB 가이던스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반복적인 외침이 드디어 투자자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인 폴리 라보뱅크 외환전략팀장은 "마침내 시장은 중앙은행들이 모두 같은 속도로 함께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최근 몇 주 동안 호주중앙은행(RBA), 캐나다중앙은행(Bank of Canada)과 함께 영란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매도 압력을 불러일으켰다.
폴리 팀장은 "어쩌면 여기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이러한 움직임이 더 빨리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모든 경제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는 것 같았다"라며 "영국이나 캐나다, 호주가 전체 글로벌 시장을 끌고 다녔다"라고 덧붙였다.
리안드로 갈리 아문디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역시 ECB가 부양책을 거둬들이는 데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갈리는 ECB가 이탈리아와 같이 부채가 비교적 많은 유로존 회원국들의 차입 비용 상승을 촉발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긴축 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갈리는 달러가 유로 대비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연준은 언제나 너무 매파적인 것처럼 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라며 "ECB가 부양책에서 벗어나는 것은 (연준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는 최근 들어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달러 외에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지지를 잃었다.
월초 유로는 파운드 대비 상승세를 멈추고 계속해서 하락해 2020년 2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수준까지 하락했다.
가장 최근 하락세는 영국의 10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대비 4.2% 올랐다는 17일 발표가 이유였다. 투자자들은 2011년 11월 이후 최대 물가 상승폭을 기록한 만큼 이달에는 금리가 동결됐지만, 다음 정책 회의에서는 금리가 현행 0.1%에서 0.2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세 역시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영국 때와 달랐다. 10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는 지난 달의 3.4%에서 크게 증가해 지난해 대비 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수년간 지속된 ECB의 노력에도 2%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이 어려웠다며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오히려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