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마카오 띄우기…홍콩 견제·일국양제 과시

2021-09-06 13:35
헝친신구·마카오 합작구 개발 나서
두 지역 묶어 IT·중의약·금융 허브로
마카오에 광둥성과 동등 권한 부여
홍콩 향해 "中 말 들어야 발전한다"
재집권 앞둔 習 치적 쌓기용 지적도

광둥성 주하이시 남부 연안에 조성된 헝친신구 전경. [사진=신화통신]


중국이 광둥성 헝친(橫琴)신구와 마카오를 하나로 묶어 첨단기술·중의약·금융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육성하는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

반중 정서가 팽배한 홍콩을 견제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실효성을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헝친신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도한 프로젝트라 지도력 과시를 위한 치적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헝친신구·마카오 한몸 만들기
 

[사진=아주경제DB]

6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전날 '헝친·광둥성·마카오 심도 합작구 건설 총체 방안'을 발표했다.

헝친신구 개발에 마카오를 끌어들여 두 지역을 한몸처럼 만드는 게 골자다.

카지노 외에 별다른 산업이 없는 마카오의 경제 발전을 촉진해 일국양제의 새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게 중국 측 복안이다.

마카오 반환 25주년인 2024년까지 헝친신구와 마카오 일체화 발전 구도를 초보적으로 수립하고, 일체화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여 중국이 세계 1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2035년에는 마카오 경제의 다원적 발전 목표를 기본적으로 실현한다는 목표다.

광둥성 주하이시에 있는 헝친신구는 2009년 당시 국가부주석이던 시 주석의 제안으로 조성이 시작된 곳이다. 서울의 6분의 1 수준인 106㎢ 규모로, 마카오 면적의 3배다.

중국은 이번 방안에서 마카오가 헝친신구 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광둥성과 마카오가 함께 구성한 합작구 관리위원회가 개발 계획 및 정책 수립과 인사 등을 총괄하게 된다.

광둥성 성장과 마카오 특별행정구 장관이 관리위원회 공동 주임을 맡고, 마카오 측은 상무부주임을 파견할 권리를 갖는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합작구 개발은 일국양제 실천을 풍부하게 만들고 마카오 장기 발전에 중요한 동력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첨단기술·중의약·금융 등 육성

중국은 헝친신구에 입주한 첨단기술 기업과 마카오대 등의 연계를 통해 반도체, 신소재, 신에너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바이오 등의 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헝친신구를 중의약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중의약은 시 주석이 애착을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헝친신구는 중의약 생산 및 수출입 기지가 되고 마카오는 의약품 인허가와 지식재산권 관리, 브랜드 개발 등을 담당하는 구조다.

금융 산업 현대화도 추진된다. 창업 자금 지원과 위안화 국제화, 역외 투자 유치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포르투갈 조차지였던 마카오의 특징을 살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를 상대로 한 금융 창구 역할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법인세·소득세·관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제공한다.

마카오 주민의 경우 합작구 내에서 마카오와 동일한 의료·행정 등 공공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창업 지원 및 인터넷·휴대폰 요금 인하 혜택도 받는다.
 

지난 2018년 10월 헝친신구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신화통신]


◆"결국은 일국양제 퇴색" 지적도

헝친신구와 마카오를 일체화하는 작업은 다분히 홍콩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실시로 반중 세력 억누르기에 일정 정도 성공했지만 여전히 통제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중국과 묶인 마카오의 발전상을 앞세워 홍콩과 서방 진영에 일국양제의 실효성을 선전하려는 게 중국의 의도다.

다만 중국이 밀고 끄는 식의 성장 전략이 일국양제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결국 중국 말을 잘 들어야 경제 발전과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라며 "일국양제가 본질적인 측면은 물론 형식적으로도 퇴색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시 주석의 업적 쌓기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년 재집권을 앞두고 지도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국가부주석으로 임명되며 중앙 정계로 진출한 이후 2009년과 2012년, 2014년, 2018년 등 네 차례나 헝친신구를 방문했다.

"헝친을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요구와 새로운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애정을 드러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