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 공포'에 ELS 잠 못들고, ETF는 웃는다
2021-08-11 00:10
홍콩H지수 폭락에 파생상품 희비 엇갈려
해지 어려운 ELS 폭락 버티면서 '녹인' 걱정
손절 가능 ETF는 손실 줄이고 저가매수 기회
해지 어려운 ELS 폭락 버티면서 '녹인' 걱정
손절 가능 ETF는 손실 줄이고 저가매수 기회
ELS와 ETF는 기초자산의 주가에 연계되는 상품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모집과 운용방식이 다르다. ELS는 청약일이 따로 있는 '파생상품'이다. 청약 이후 상품 운용이 시작되면 중도에 해지하기도 어렵다. 반면 ETF는 주식 종목처럼 사고 파는 데 제약이 없는 '펀드'다.
그 결과 같은 홍콩H지수와 연계돼 있더라도 지수의 등락에 따라 투자자의 입장이 다르다. 기초자산이 하락한다면 ELS 투자자는 묶여 있는 상품이 손실이 나는 걸 지켜만 봐야 할 수 있다. 반면 ETF 투자자는 중도에 손절도 할 수 있고, 여유자금이 있다면 저가매수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홍콩H지수는 4월부터 중국 정부의 자본시장 규제가 본격화되고 공개시장 조작을 통한 유동성 회수조치까지 이어지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 텐센트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과 디디추싱에 대한 반독점 조사 개시 소식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문제는 홍콩H지수가 고점을 기록할 당시 운용을 시작한 ELS 투자자들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월 한 달 동안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공모+사모)는 2조418억원 규모다. 4월에는 3조1637억원어치가 팔렸다.
ELS는 발행일 기준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떨어지면 손실이 확정된다. 이 구간을 녹인(knock in)이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ELS는 50% 하락을 녹인 구간으로 설정한다.
아직 올해 고점에서 발행된 ELS 상품이 녹인 구간에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힘들다.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6년 전 홍콩H지수가 폭락하면서 상당수의 ELS가 손실을 기록한 적이 있다. 2015년 5월 1만5000선을 넘보던 홍콩H지수는 9개월 만인 2016년 2월에 7500선까지 폭락한 바 있다. 당시 녹인 구간 진입으로 손실을 확정한 ELS가 속출했다.
이미 녹인 구간은 아니지만 조기상환에 실패한 홍콩H지수 ELS 상품이 나오는 중이다. ELS는 발행 6개월 뒤 발행일 대비 지수가 85~90% 선에 들어오면 조기상환의 기회를 준다. 하지만 이보다 지수가 더 떨어지면 돈이 계속 묶인다. 지난 1~2월 홍콩H지수와 연계돼 발행된 2조원가량의 ELS 중 절반가량이 조기상환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ETF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상품 구조가 달라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가 크게 떨어지면서 관련 ETF의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ELS와 달리 ETF 투자자는 수익률이 떨어질 때 매도에 나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예 홍콩H지수 연계 ETF를 추가매수하거나 새로 사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큰 기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HSCEI) ETF다. 순매수 금액 대부분이 지수가 급락한 시기에 몰렸다.
다른 해외 투자자들도 중국의 지수하락을 투자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규제가 9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