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 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증인 사전면담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삼성 측이 증인신문 전 증인을 면담하면 증언이 오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공정한 재판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8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에 대한 9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검찰이 부당 합병으로 지목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태스크포스(TF)팀 소속이던 이모 전 삼성증권 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현재 삼성증권 이사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증인신문에 앞서 "어제(7일) 검찰이 변호인의 증인 사전면담은 부적절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고 운을 뗀 뒤 "대법원·헌법재판소가 허용한 걸 금지하는 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또한 "검찰 시각에서 작성한 조서나 증거만 보고 변론해야 하는 건 부당하다"며 증인 사전면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은 이날 재판을 앞서 증인 이씨와 두 차례 만났다.

검찰은 사전면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룹 총수 변호인이 계열사 재직자를 만나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증인 사전면담 필요한 건 공감한다"면서도 "이번 증인은 피고인 측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현직 직원인 걸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여러 사항 때문에 증언이 오염될 가능성이 크니 사전 접촉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규정을 떠나서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신빙성이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양측 공방이 길어지자 따로 의견을 내도록 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이 협의해보고 가능한 방안이 있는지 의견을 주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처음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는 이 부회장이 그룹의 지배율을 높이려고 합병을 추진한 건 아니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인 오는 15일에도 이씨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